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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Aug 27. 2018

블록체인 생태계, 리플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북앤톡]두권의 책속에 비친 리플의 존재감

암호화폐 세계에서 리플은 논쟁의 대상이다. 퍼블릭 블록체인 진영에선 리플은 종종 이단자 취급도 받는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인데, 암호화폐를 발행했다는 것, 더구나 100% 선채굴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리플은 제대로된 블록체인이 아니라는 시선도 엿보인다.


그런데 최근 읽었던 두권의 책에선 리플에 대한 평가가 나름 긍정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리플을 언급한 책은 '크립토애셋 암호자산의 시대가 온다'와 '암호화폐 그이후' 인데, 상대적으로 암호화폐 그 이후의 저자가 리플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린 것 같다.


상반기 출간된 크립토애셋의 경우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주요 암호화폐와 투자 관점에서 가이드를 제시하는 책인데, 리플에 대해서는 다음과 소개하고 있다.


리플은 2004년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밴쿠버에 사는 웹 개발자 라이언 푸거가 만든 암호화폐다. 이 프로젝트는 사실 사토시와 비트코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푸거는 커뮤니티가 신뢰 사슬로 연결된 화폐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예컨대 앨리스가 밥을 믿고 밥이 캔디스를 믿고 캔디스가 데이브를 믿는다면 앨리스는 가치를 밥에게 처음으로 이전함으로써 자신이 알지 못하는 데이브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 밥은 같은 가치를 캔디스에게 이전하고 캔디스는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가 데이브의 계좌에 돈을 넣어주는 것이다. 이 개념에 의하면 결제가 신뢰 사슬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파급될 수 있다. 푸거는 이를 리플페이라고 불렀다.
리플의 기술은 몇가지가 새로웠다. 먼저 채굴자가 없었다. 대신에 보다 광범위한 유효성 검사가 분산 네트워크의 동기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신뢰할 수 있는 서브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어떤 혁신적 투자자라도 혼란스럽게 할만했다. 중요한 것은 리플의 합의 알고리즘이 일종의 신뢰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이는 누구나 믿지 못할 사람이 될수 있다고 가정한 비트코인의 작업증명 설계와는 크게 달랐다.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비교하면 폐쇄적이라는 것 외에 리플이 정확하게 어떻게 운영되는지 몰랐는데, 책을 보니 나름 신뢰를 위한 합의 메커니즘은 있는 같다.  그러나 책에 있는 내용 만으로 리플의 합의 구조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만큼 신뢰할만한 것인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리플은 비트코인과는 다른 운영 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암호화폐 그이후에선 리플식 합의 구조에 대해 꽤 긍정적인 평가가 따라붙는다.


리플이라는 회사는 아마도 지금까지 가장 크고 가장 진화된 합의 블록체인을 개발해낸 회사일 것이다. 동명의 리플 소프트웨어는 국경과 통화를 넘어 은행 간 국제 송금을 처리하기 위해 고안된 새로운 형태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리플의 엔지니어들은 비잔티움 장군 문제로 알려진 수학과 컴퓨터 공학 실험을 이용하여 작업 증명과 지분 증명 모두 불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리플의 블록체인 장부는 직접 발행하는 XRP라는 암호화폐 뿐 아니라 다른 어떤 화폐라도 전송할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다시 말해 리플 블록체인은 자체적으로 안전한 대리 계좌 시스템을 구성해 어떤 은행이든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리플의 블록체인 하드웨어를 갖춘 은행은 리플 네트워크의 하나의 노드가 된다. 두 은행은 계좌에 입출금하는 기존 환전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도 거래 정보를 교환하며, 그 내역은 각자가 원하는 통화로 장부에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또 환전이 필요할 경우 네트워크는 여러 통화로 자금을 비축하고 있는 시장조성자를 중개인으로 삼아 자동으로 최적의 환율을 찾아서 모든 계좌에 거래 내용을 반영한다. 은행들은 심지어 거래에 암호화폐가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거래는 어디에서 이루어지는지와 상관없이 약 1분 안으로 성사된다.
비잔티움 장군 문제는 각자 부대를 거느린 여러 명의 장군이 적의 도시를 포위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한다. 각 부대는 언덕을 사이에 두고 고립되어 있어서 직접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다. 적의 도시는 견고해서 모든 부대가 일시에 공격하면 무너뜨릴 수 있지만 단 하나라도 빠질 경우 패배하게 된다. 그래서 장군들은 전령을 보내 공격 시간을 정해야 한다. 그런데 전령이 들고 오는 전갈의 진위를 보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장군이 적과 내통하여 나머지를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장군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책에 따르면 리플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플랫폼이다.


만약 충직한 장군이 전체의 66%를 넘지 못하면 공격을 성공시킬 방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충직한 장군이 66%가 넘을 경우 전갈의 내용 대부분을 신뢰할 수 있고 공격은 성공한다. 이는 1982년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에 의해 증명되었는데, 리플은 정확히 이를 이용해 블록체인의 보안을 유지한다.
리플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제한된 수의 중간 노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리플의 중간 노드는 블록체인에 추가되는 모든 거래를 검증하고, 모든 사용자들과 소통한다. 모든 중간 노드는 서로 연락하며 일반 사용자들의 거래 정보를 공유한다. 하지만 새로운 블록을 추가할 때에는 신뢰할 수 있는 특정 중간 노드들에 대한 목록을 참고한다. 각 중간노드는 블록체인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특히 신뢰하는 중간노드들에 대한 자신만의 고유 노드 목록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거래 정보를 이들과 비교하고, 목록에 있는 노드의 80% 이상이 동의하면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고 블록체인에 등록한다. 80퍼센트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거래 등록 여부는 다음 블록으로 연기된다. 비잔티움 장군 문제가 보여주듯 블록체인의 보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리플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각 노드가 신뢰할 수 있는 노드에게만 투표권을 주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합의 수준을 80%로 높였다. 통과하지 못하는 거래는 유임된다. 이런 방식으로 리플 블록체인은 명확히 합의된 거래는 가능한 한 빠르게 처리하고, 미심쩍은 거래는 표시해두고 동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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