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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Sep 23. 2018

김정은 집권초 "개성공단 같은 곳 14개 더 만들라"

[북앤톡]태영호의증언 3층서기길의 암호를 읽고

영국 주재 북한공사로 있다 탈북한 태영호씨는 3층서기실의 암호는 북한과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판이 기본 논조다.  북한 정권을 코믹화, 악마화하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탈북자들과는 달리 김정일은 물론 우리가 들어봤을법한 북한 고위층 인사들에 대한 디테일을 많이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책은 남북 정상 회담이 결정되기전 탈고가 이뤄진 것 같다. 김정일 체제와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은지 몇년간의 시간 동안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저자가 보고 듣고 느낀점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봤던 부분은 김정은이 집권나고 나서 보여준 행보다. 김정은은 대외 강경노선을 펴다 올해를 기점으로 화해 제스처를 보이는 거라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김정은이 막 집권했을때는 북한 상류 사회에선 개혁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고 한다.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중학교 과정을 밟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어쨌거나 서구의 문물을 접한 것이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체제 유지를 위해 차마 단행하지 못한 개혁 개방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모택동 사후 개혁개방을 통해 급속한 발전을 이룬 중국처럼 북한도 같은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북한 상류 계급의 공감대였다."


김정은 스스로도 김정일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지금이 아니라 권력을 승계받은 직후, 김정은이 했다고 하는 발언이다.

"조선의 현 경제 시스템으로는 힘들다. 다른 나라들의 경제 시스템을 모두 연구해 보자. 좋다는 경제 이론도 다 가져다가 공부해 보자다. 우리도 한번 해보자.
조선이 경제 발전을 하려면 외국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 미국이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방법이 많지 않다. 현재 외화를 벌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관광이다. 관광객을 대폭 늘려 관광을 발전시켜야 한다.
개성 공단에 조선 체제에 장기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겠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하지만 얻은게 더 많다. 우선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돈을 벌었다. 둘째 개성 시만에 대한 자연스러운 통제와 관리가 용이해졌다. 다른 지역은 장마당 때문에 주민 통제가 얼마나 힘들어졌나. 개성 시민 5만명이 매일 한곳에 모여 일하고 퇴근하는데 따로 무슨관리가 필요한가. 총체적으로 우리가 훨씬 이익이다. 이런 경제특구를 내륙으로 확대해야 한다. 개성 공단 같은 곳을 14개 더 만들라.
교육이 중요하다. 구역, 군, 별로 1고등중학교를 건설하고 수재양성을 강화하라


저자도 김정은이 김정일의 핵 개발 노선을 포기하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것이 아닌가 착각을 했다고 한다. 이랬던 김정은은 2012년 하반기 들어 달라지기 시작한다.


2012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김정은은 당의 내부 규율과 간부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모든 간부와 당원의 일거일동을 당 조직에 사전에 철저히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삼수갑산에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당중앙이 다 들을 수 있는 보고 체계를 세우라는 것이 그의 지시였다. 공포정치의 일단을 보여준 것도 이무렵이었다.


김정은이 왜 입장을 바꿨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저자의 추정 정도가 책에 담겨 있다.


김정은이 이렇듯 공포정치에 매달리기 시작한 이유는 그가 지닌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그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김정은은 후계자 확정 이후에도 자신의 생년과 학력, 생모 등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항은 오히려 한국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유학 시절 여권 등을 근거로 1984년생이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스위스 베른의 공립중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생모는 고용희 또는 고영희로 밝혀졌다.

공포정치 과정에서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경제적 이권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올인의 핵심은 돈이었다. 모든 재력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야 하는데, 북한의 경제적 이권 대부분은 장성택이 쥐고 있었다. 장성택은 이권을 넘기느냐, 계속 쥐고 있느냐 선택해야 했다. 김정은이 가차없이 처형한 이유 중 하나를 장성택이 경제적 이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책에선 2018년 상황은 아주 살짝만 예상과 전망 형태로 언급된다.


2017년에 감행한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는 나로서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8년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기정 사실화하기 위한 평화적 환경 조성의 시기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북한이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이런 측면으로 이래할 수 있다. 북한이 다른 것은 몰라도 핵 문제 만큼은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절감했으면 좋겠다.


2018년 펼쳐진 반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그의 블로그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최근 정상회담에 대해 그는 북한의 비핵화가 쉽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해결 보다 남북 군축을 먼저 놓고, 구체적인 비핵화 약속 없이 경제협력만을 약속해준다면 결국 북한의 핵보유가 북한의 지위를 높여줄 것이라던 북한의 핵전략의 타당성을 실천적으로 증명해주는 것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기회는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책을 보면 김정은은 온건모드에서 공포모드로 그리고 온건 모드로 바뀌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것이 그의 진짜일까? 공포모드로 돌아선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변화는 큰틀에서 어떻게 봐야할까?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걸까? 아니면 시간 벌이용일까?


북한 경제 전문 미디어 NK경제에 따르면 그는 김정은의 생각을 다음과 해석하고 있다. 북한이 핵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국과 한국만 잘 이용하면 핵무기를 페기하지 않고서도 제재에서 풀려 나올 수 있으며 한국, 중국과만 교류와 협력해도 북한 경제가 회생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에게 핵무기와 북한의 경제적 번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같이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한국을 위해서도 좋고 김정은도 도와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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