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light Sep 27. 2018

중국이 미국에 개기는 건가 미국이 중국을 갈구는 건가

[북앤톡]중국의 꿈을 읽고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간 샅바싸움에 대해선 여러 해석들이 나와 있다.  중국이 확대된 국력에 걸맞는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공세 모드로 전환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주변에서 많이 볼수 있는데, 조영남 서울대 교수가 쓴 '중국의 책'을 보면 이같은 관점은 주류는 아닌 것 같다.



중국 내부에서 이같은 관점은 일부 의견에 그치고 있고, 저자 역시 여기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이 일본이나 필리핀 등을 상대로 공세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정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외부 상황에 대응하는데 따른 결과다. 


중국이 먼저 시비를 걸은게 아니라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어오니 여기에 맞서다보니 변했다고 비춰질 수도 있는 행동들을 많이 했다는 얘기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국과 타국간의 갈등과 대립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고 이런 대립과 갈등에서 중국은 전보다 더욱 공세적인 경우에 따라서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이런 분쟁이나 대립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중국이 이를 주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일으켰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 즉 중국은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응하거나 타국이 시작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공세적 조치를 취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자의 예로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이를 해결할 목적으로 소집된 G20 회의와 새로운 국제 환경 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과 다르게 미국 등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의 정상들이 대규모로 참석하여 대립한 2009년의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회의가 있다 후자의 예로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분쟁,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중국과 한미간의 갈등이 있다.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 정책을 들고 나온 후를 기준점으로 잡았을 때 중국의 현재 외교 정책은 후진타오 시기의 틀이 유지되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에 미국 주도의 국제 체제하에서 자국의 경제적, 군사적 능력을 급격히 증강시킬 수 있었고 동시에 국제 체제로의 편입이라는 과제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 2001년 12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다. 이렇게 되면서 중국은 지역 강대국에서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고 그 일환으로 새로운 외교 정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기부터 중국에서 대전략에 대한 수많은 보고서와 책이 출간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중국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논쟁이 전개되었지만 아직까지 전과 다른 새료운 외교 정책이 공식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이런 면에서 이 기간은 아직 별도의 단계라고 할 수 없는 일종의 과도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시진핑 시대에도 해당된다. 다만 2008년 하반기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간의 세력 관계가 서서히 변화하면서 중국의 외교 행태에도 일정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만약 이런 외교 행태의 변화가 누적되면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외교 방침이 등장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총론에서  중국은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각론에선 달라진 장면도 많이 연출하는 모습이다. 변화의 꿈틀거리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작은 변화는 아직 근본적인 정책 전환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또 쌓이다보면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공이 어디로 튈지는 현재로선 예측 불허다.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 있고 아니면 어느 시점에 세계 무대에서 국력에 걸맞는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 시점에서 예전과는 다른 행동을 일부 한다고 해서 중국이 과거와는 달리 공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보는 시각은 비현실적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시징핑이 이끄는 중국은 큰틀에서 후진타오 시대와 비교해 외교 정책에 큰 변화는 없다. 


이상의 분석을 근거로 우리는 지난 몇년간 비록 중국의 외교 방침과 정책이 공식적으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미세한 정책의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2008년 하반기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새로운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현상이라 함은 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력 균형의 점진적 변화, 급속한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의 위기 의식 강화와 이에 따른 강경한 중국 정책의 등장, 중국 지도부의 이런 국제 상황의 변화와 주요 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인식, 이를 반영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정책의 추진 등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현상은 시진핑 시대에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외교 정책의 조정은 향후에도 지속되어 미국의 어느 시점에서는 새로운 외교 방침과 정책으로 공식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또는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를 알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김정은 집권초 "개성공단 같은 곳 14개 더 만들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