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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Oct 26. 2018

AI와 인간, 체스판에 비친 일자리의 미래

[북앤톡]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고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일자리가 많이 사라질 것인가?란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사라질 거라 보는 쪽인데, AI가 발전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할일은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AI와 인간은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공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AI와 인간이 협력하면 AI 혼자일 때보다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꽤 현실적인 전망이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글쎄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최근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인간과 AI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앵글에 의문을 던져 눈길을 끈다. 이를 위해 그는 체스판에서 벌어진 일들을 사례로 들었다.


지금 시점에선 AI기술이 사람이 할일도 같이 만든다는 논리는 그럴듯하다. 사례도 있다.


"미군의 경우 무인기 프레테터나 리퍼 드론 한대를 시리아 상공으로 날려보내는데 30명이 필요한데, 그렇게 수집해온 정보를 분석하는데는 최소 80명이 더 필요하다.  2015년 미 공군은 이 직무를 맡을 숙련자가 부족해, 무인 항공기 운용 인력 부족이라는 역설적인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2050년 고용 시장은 인간-AI의 경쟁보다는 상호 협력이 두드러진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부터 은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AI가 한팀을 이루면서 인간과 컴퓨터 모두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1997년 IBM의 체스 프로그램인 딥 블루가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후에도 인간이 체스를 그만두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AI 트레이너 덕분에 인간 체스 챔피언은 실력이 유례없이 좋아졌고 잠시나마 켄타우로스로 알려진 인간-AI팀이 체스에서 인간과 컴퓨터를 모두 능가했다. 마찬가지로 AI는 인간이 사상 최고의 형사 은행원, 군인으로 단장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체스 세계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장기적으로 상황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딥 블루가 카스파로프를 꺾고 난 후 수년동안 체스에서 인간-컴퓨터의 협력이 빛을 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컴퓨터의 체스 실력이 너무나 좋아진 나머지 이제 인간 협력자의 가치는 사라졌고 조만간에는 완전히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될 상황에 처했다.
결정적인 이정표가 세워진 날은 2017년 12월 7일이었다. 체스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을 때가  아니라 구글의 알파제로 프로그램이 스톡피시8 프로그램을 꺾은 순간이었다. 스톡피시8은 2016년 세계 컴퓨터 체스 챔피언이었다.
수백년 동안 체스에서 쌓아온 인간의 경험은 물론 수십년간 누적된 컴퓨터의 경험에 접속할 수 있었고, 초당 7000만 수를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반면 알파제로는 불과 초당 8만 수의 계산을 수행했을 뿐이었다. 인간 창조자는 알파제로에게 어떤 체스 전술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심지어 표준 오프닝 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그 대신 알파제로는 최신 기계학습원리를 자가 학습 체스에 적용해 자신을 상대로한 시합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신참 알파제로는 스톡피시를 상대로 모두 100회의 시합을 벌여 28승 72무를 기록했다. 패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AI가 발전하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도 거기에 맞춰 늘어날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쁘게 보면 이래저래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40세에 실직한 월마트 현금출납원이 초인적인 노력 끝에 간신히 드론 조종사가 됐다고 해도 10년후에 그는 다시 자기 변신을 해야만 할 수 있다. 그때쯤이면 드론을 날리는 일도 자동화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 컴퓨터 켄타우로스 팀도 평생 동반자 관계로 장착하는 대신 인간과 컴퓨터 간의 끊임없는 주도권 다툼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다. 인간들로만 이뤄진 팀-가령, 셜록 홈즈와 왓슨박사-은 서로 협력해서 수십년을 이어갈 항구적인 위계질서와 틀을 잡는다. 하지만 IBM 왓슨 컴퓨터 시스템과 한조를 이룬 인간 탐정이 겪게 될 정해진 틀이라고는 수시로 찾아드는 파괴적 혁신일테고, 항구적인 위계질서라고는 반복되는 기술 혁명일 뿐일 것이다. 어제의 조수는 내일의 감독관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모든 상호 업무 규약과 지침서는 매년 다시 써야만 할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인간을 재교육하는 일은 한번의 노력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AI 혁명은 일대 분수령을 이룬뒤에 고용 시장이 새로운 평형 상태에서 안정을 찾는 식의 일회성 사건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점점 커지는 혁신적 파괴의 폭포가 될 것이다.  이미 지금도 자신이 평생 같은 일을 할거라고 보는 사람은 극소수다. 2050년이면 평생 직장이라는 생각 뿐 아니라 평생 직업이라는 생각까지 원시적이라고 간주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재훈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인 인간이 그런 끝없는 격변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감정의 근육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아해할수도 있다. 변화는 늘 스트레스로 가득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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