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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치규 Jan 12. 2019

소비자는 플랫폼편이다...제로페이와 양면 네트워크경제학

[북앤톡]머신/플랫폼/크라우드를 읽고

서울시와 중소기업부 등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제로페이가 잘될까? 물으면 잘안될 것 같다는 대답이 주변에서 많이 들린다. 민간 사업자들이 이미 활동하고 있는데, 정부가 페이 사업을 직접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지만 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가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하는건 좋은데, 제대로 하겠냐?라고 물으면 물론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제공하는 이런저런 웹서비스들의 수준에 적잖이 실망해온지라 제로페이라고 해서 다를거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제로페이는 기존 공공 서비스처럼 쓰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 같지는 않다. 나름 편의성을 갖췄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서비스도 대부분 갖고 있는 편의성을 갖췄다고 해서 이미 성숙한 결제 시장에서 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IT 디지털 비즈니스 센터에서 활동하는 앤드류 맥아피와 에릭 브린욜프슨이 최근 펴낸 책 '머신/플랫폼/크라우드'를 보면 디지털 결제 비즈니스는 양면 네트워크의 경제학이 작동하는 시장이다. 한쪽에는 상인들이, 다른 한쪽은 일반 사용자들이 있고, 두개 네트워크를 모두 잡아야 판을 키울 수 있는 구조다. 


양면 네트워크의 경제학을 이해하는 기업은 번창해왔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는 소비자와 상인 양쪽에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론상 신용카드 회사는 이 양면 시장의 양쪽에 절반씩 수수료를 물릴 수도 있다. 실제로 때로는 그렇게 한다. 소비자에게는 연 회비를 받고 상인에게는 2퍼센트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사실 초창기에 거의 모든 카드 회사는 카드를 쓰는 특권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이용자에게 회비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카드 회사는 점점더 이용자에게 회비를 받는 대신에 수요를 최대화하기 위해 무료로 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카드 회사는 양면 시장의 다른 쪽 절반에 있는 상인들로 부터 더 많은 수수료를 번다. 연회비를 비롯하며 사용자가 내는 돈을 줄임으로써 카드 회사는 자사 카드의 시장 점유율을 늘릴 뿐만 아니라 상인들과 연결된 네트워크의 매력도 높인다. 그에 따른 수수료 수입도 늘어나고 말이다.


책에 따르면 최근 양면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일반 사용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주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수요자를 잡으면 상인 네트워크는 저절로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카드를 무료로 발급함으로써 수요가 늘어난다면 그보다 더나아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많은 신용카드 회사들은 그 답이 그렇다는 결론을 내려왔다. 그런 신용카드 회사는 이용자에게 1퍼센트 이상의 캐시백을 제공하거나 구매할때 할인권을 제공한다. 신용카드를 쓰는 고객에게 직접 현금을 상금으로 주는 카드 회사도 있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음의 가격을 매기는 것이 보통 상품에는 말도 안되게 보이지만, 양면 시장에는 지속 가능하면서 꾸준히 이익을 보는 전략일 수 있다.
많은 중요한 전술적, 전략적 결정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시장에서는 왜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고 상인에게는 수수료를 매길까? 여기자 한가지 주요한 고려 사항은 앞서 소개한 수요의 탄력성이라는 개념이다.  가격을 아주 조금 낮출 때, 이용자가 얼마나 더 늘어나고 가격을 아주 조금 올릴 때 이용자가 얼마나 줄어들까? 영리한 전략은 시장에서 탄력성이 큰 쪽은 가격을 낮추고 가격 탄력성이 덜한 쪽은 올리는 것이다. 고려할 두번째 요인은 교차 탄력성이 어떻게 될 것인가다. 즉 시장 한쪽의 가격을 낮출 때 반대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다. 교차 탄력성이 클수록 시장의 반대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용카드 사례에선 이 요인들이 소비자쪽의 가격을 낮추고 상인쪽의 가격을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이 연회비가 낮거나 심지어 음이 되는 카드를 쓰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그 카드를 사용함으로 시장의 반대편에 있는 상인들은 설령 자신들이 선호하는 카드보다 수수료가 좀더 비싸다고 해도 그 카드를 받게 된다.
정의상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할때 큰 네트워크가 작은 네트워크보다 새로운 사용자에게 더 매력적이므로 어느 쪽이든 간에 가장 큰 네트워크가 더욱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가 가장 쉬울 것이고, 그럼으로써 더욱 유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효과가 강할때 승자 동식 시장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이 현상은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할 때 적어도 처음에 가격을 낮출 또 한가지 동기가 된다.
가격을 낮추도록 미는 힘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소비자다. 소비자는 분명히 가능한 적에 지불하고 싶어 하므로, 자신의 네트워크를 빠르게 성장시키고자 하는 플랫폼 구축자와 같은 편이다. 두번쨰는 대부분의 시장에서 수많은 공급자들은 서로 경쟁하고 있으며, 대기하는 잠재적인 공급자들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대기 진입 장벽을 낮춤으로서 이 경쟁을 부추기며, 종종 공급자들을 범용화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더 쉽게 상호 교체 가능한 존재로 만든다.


제로페이의 경우 상인들에게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획된 서비스다.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명분이다. 하지만 명분이 좋다고 해도 제로페이를 쓰는 사용자가 늘지 않으면 상인들이 서비스의 명분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양면네트워크의 경제학이다.


그렇다면 제로페이는 사용자 측면에선 어떤 혜택이 있을까? 서울시는 제로페이를 쓰는 사용자들의 세금 공제율이 40%로 15%인 신용카드보다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 공제율 외에 사용자들이 신용카드를 쓸 때 받는 이런저런 혜택들까지 고려했을 때 제로페이 사용자에게 주는 혜택이 체감할만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실사간 계좌 이체 성격인 제로페이의 경쟁 상대는 신용카드가 아니라 체크카드일 수 있다. 통장에 잔고가 부족해 신용카드를 쓰는 이들도 많다. 이들에게 제로페이는 가까이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서비스 일 수 있다. 


은행 잔고와 연동해 쓰는 체크카드는 소득 공제율이 30% 수준이다. 제로페이와 10%P 차이가 나는데, 이게 사용자들이 제로페이를 쓰고 싶어하게 만드는 수준의 차이인지는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결제 서비스이든 공유 경제이든 양면 네트워크 경제에서 플랫폼들은 상인 보다는 사용자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고, 사용자들도 대체로 플랫폼의 편이다. 플랫폼과 사용자가 갑이면 다른 한쪽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제로페이도 양면 네트워크의 경제학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사용자들에게 지금 보다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가 제로페이를 써야 상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의미를 갖게 되는 법이다.


찾아보면 방법은 있을 것이다. 상인들이 받은 혜택을 일부 떼어내 사용자와 공유할 수도 있고, 이런저런 기업 및 기관들과 공동 마케팅을 펼칠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선 계좌에 있는 현금 말고 여기저기에서 받아둔 포인트들도 제로페이 네트워크에서 결제 수단으로 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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