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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Jan 10. 2019

추석이란무엇인가 김영민 교수"읽히는 글엔 리듬이 있다"

[북앤톡]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는 칼럼으로 유명한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왜 그렇게 글을 잘  봤더니,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어릴때부터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에 습관을 들였고 미국 유학 시절 잠깐 한국에 들어왔을때는 짬을 내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에 글을 출품해 수상한 경력도 있을 만큼, 영화, 그것도 비주류 영화 마니아다.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나타난 글쟁이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글을 좀 쓸줄 알았던 선수였던 것이다.



그가 그동안 써왔던 칼럼 등을 모아서 펴낸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김영민식 에세이를 한꺼번에 몰아서 볼수 있어 좋다. 재미와 위트가 듬뿍 담긴 문장속에 잠깐 잠깐 그가 어떤 성향이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드러내주는 한두줄 짜리 텍스트들이 인상적이다. 


그는 책에서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은 분명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짦은 텍스트들로 유추해 보건대 그는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졌고 경제적으로 좌파는 아니지만  시장 중심 주의에는 다소 비판적이다.  한국식 모임들과는 거리를 두면서 살고(술은 당연히 안하겠지), 남들이 듣기 거북해 해도 할말을 하려고 하는 성향이다.(같다) 혼자 있다고 심심해 하지는 않을 스타일같다.


김영민 교수의 글이 특히 와닿는건, 거대 담론과 거리를 두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국가 대사를 독설에 가깝게 논하는 글들의 공급 과잉 시대, 김 교수는 소소한 일상을 재료로 메시지를 생산하는 거소담론형 글쓰기 공정으로 본의 아니게 스스로를 시장에서 강하게 어필한다.


몇가지 문장을 공유해 본다.


설거지의 윤리학, 설거지는 밥을 하지 않은 사람에 하는게 대체로 합리적입니다. 취식은 공동의 프로젝트입니다. 배우자가 요리를 만들었는데, 설거지는 하지 않고 엎드려서 팔만대장경을 필사하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귀여운 미남도 그런일은 용서 받을 수 없습니다. 혹자의 삶이 지나치게 고생스럽다면 누군가 설거지를 안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현대사는 19세기 유한계급 양반들이 게걸스럽게 먹고 남긴 걸거지를 하느라 이토록 분주한 것이 아닐까요?후대의 사람들이 자칫 설거지만 하며 인생을 보내지 않으려면 각 세대는 자신의 걸거지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다음은 사회성이 짙은 문장. 촛불 전후 시점이 아닐까 싶다.


집권 세력은 분노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려 들지는 않지만 그 분노를 제압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집단 행동을 하는데, 드는 시간적, 금전적, 체력적, 정서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기 어렵게 사람들을 궁핍한 상태로 유지시킨다. 그러나 2016년 사람들은 이제 비열한 거리를 지나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날로 가난해져가는 이들이 갑자기 집단 행동의 비용을 흔쾌히 지출할 만큼 여유를 갖게 된 것은 아니다. 어떤 비용이라도 기꺼이 지불할 만큼 분노가 커졌을 뿐이다.


다소 내성적인 그가 어떻게 공적인 공간에서 글을 쓰게 됐을까?  그는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도 칼럼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그때는 일도 바빴고 외국 살다 오자마자 칼럼을 쓰는 것도 거시기해서 거절했는데,  시간이  지나 하고 싶은 말이 쌓여가던  참에 신문사에서 제안이 와서 시작하게 됐단다. 


그가 어떤 칼럼을 쓰고자 하는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많은 이들이 당대 권력자들은 독자로 성장하고 글을 쓰던군요. 읽고 반성하라는 칼럼도 있었지만 내 의견을 받아들여달라, 한자리 달라, 예뻐해 달라는 칼럼도 적지 않아 보였습니다. 특정 정치인이나 경제인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칼럼을 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스스로 한패임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저는그 칼럼니스트가 당대의 권력자와 어떤 관계인지, 우연히 알고 있었기에 내심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영향력이라는게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영향력을 없앨 수 없다면 그나마 덜 나쁜 방향으로 쓰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떤 칼럼이 그나마 덜 나쁠까? 정략적 로비를 위해 쓰지는 말자.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지는 말자. 최소한 비문으로 가득찬 글은 쓰지 말자. 


그는 이럴게 재미있는 글을 후다닥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비교적 빨리 쓰는 편이다. 오래 걸리는 편은 아니라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그는 잘 읽히는 글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리듬'을 꼽는다. 그러고 보니 그의 글은 리듬감이 강한 것 같다. 시같은 운율이 많이 느껴진다. 리듬를 살리는 노하우에 대해 좀더 설명해주면 좋을텐데 아아쉽게도  읽히는 글은 리듬이 중요하다는 것 뿐이다.


제 글에 리듬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글에 리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리듬이 없는 글은 읽기 어려우니까요. 리듬만 있어도 사람들은 글을 읽을 수가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 재미도 그래요. 저는 재미없는 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굉장이 폭넓은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지루하고 그러면 안된다고 봅니다. 맛없는 디저트를 먹기에 인생이 너무 짧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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