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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Mar 03. 2019

민주당이 트럼프처럼 싸우면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북앤톡]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읽고

저쪽에서 막나올때 이쪽에서도 막나가는게 세상의 이치겠지만 정치판에서도 그래야할까? 극단적인 정치 세력이 상도를 깨는 행위를 반복했을때, 다른쪽에서도 상도를 깨고 막나가는 것은 합리적인 대응일까?


나도 종종 지지하는 정치 단체가 너무 온건하게 나가면 욱할때가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나가서 저쪽에서 한것처럼 막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수시로 밀려온다. 


하지만 스티븐 레비츠키가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란 책을 보면 극단적인 세력에 극단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건 민주주의 시스템이 무너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을 상대로 민주당도 상도 없이 막가파식으로 나가면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미래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유지될 수 있게 한 두 힘인 상호 관용과 제도적인 자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다.


"정치 상대를 정당한 경쟁 상대로 인정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제도적 특권을 페어 플레이 정신에 입각해서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규범은 미국 헌법에 적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그 규범이 무너질 때 미국 헌법의 견제와 균형은 우리의 기대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체는 그 가치를 위한 절차적 기반이다. 두 규범은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법의 한계를 넘어서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정치인들에게 말해준다.  우리는 이러한 절차적 기반을 미국적 신조의 핵심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없다면 미국 민주주의는 작동을 멈출 것이다.
이는 미국 국민이 트럼프 행정부에 갖고 있는 반감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16년 선거 이후로 진보 진영의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민주당도 공화당처럼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른다면 공화당이 규칙을 어기면 민주당 역시 똑같은 방식을 대응해야 한다. 상대가 자제의 규범을 저버린 상황에서 혼자서 자기 통제와 예의를 지키는 것은 권투 선수가 한손을 뒤로 묶고 링위에 올라서는 것과 같다. 악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 들 때 규칙을 지키려는 자들은 바보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 두 저자의 관점에서 볼때, 민주당이 공화당처럼 싸워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첫째 외국 사례들은 이렇나 대응 전략이 오히려 전제주의가 등장할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전면적인 전략은 중도 진영을 위협함으로써 야당의 지지도를 떨어뜨린다. 반면 여당내 반대파 조차 야당의 강경한 태도에 맞서 단결함으로써 친정부 세력을 결집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야당이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때 정부는 이들을 탄압하기 위한 정치 정당성을 확보한다. 설령 민주당이 강경 전술을 통해 트펌프를 무력화하거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그러한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이다. 그 이유는 다음 정권이 가드레일이 사라진 민주주의를 물려받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지속적으로 허물어질때 미국은 트럼프보다 훨씬 더 위험한 대통령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라는 건가? 페어 플레이가 핵심이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전제주의 행보에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어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면 의회와 법원, 그리고 선거를 통해 저항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 제도를 기반으로 트럼프가 실패하게 만들수 있다면 미국 민주주의 토양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는 저항을 이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의 저항은 기본적인 권리이자 중요한 책임이다. 하지만 저항의 목표는 권리와 제도를 뒤엎는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형태는 서로 이질적인, 그리고 여러 사안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집단이 하나로 뭉치는 연합이다. 이러한 연합은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진보 진영은 기업 경영자, 종교 지도자, 그리고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의 공화당 의원과도 연합 전선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경영자와 민주당 운동가는 그리 자연스러운 조합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위법 행위를 일삼는 불안정한 행정부에 맞서야 한다는 공통 명분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베타적인 반 트럼프 연합이 오늘날 정치 분열의 경계선을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반면, 포괄적인 연합은 분열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포괄적인 연합이라는게, 말은 쉬워도 행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목표다. 좌절한 백인 하층민이 분노를 부추기는 트럼프를 대거 지지했던 것만 봐도 그렇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보편적 복지를 통한 경제 양극화 해소를 적극 주문한다.


민주주의 정치지평을 다시 넓힐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다. 미국 사회의 뚜렷한 당파적 적대감은 최근 민족 다양성의 증가는 물론 경기 침체, 하위 계층의 임금 정체, 그리고 점점더 심각해 지고 있는 경제 불평등이 합쳐져 나타난 결과물이다. 오늘날 민족 요소가 뚜렷하게 투영된 당파적 양극화는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특히 소득 하위 계층이 많은 피래를 입었던 1975년에서 지금에 이르는 동안 민족 다양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사회 적대감은 양극화를 강화한다.  심화되는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기위한 한가지 방안은 민족을 떠나서 오랫동안 소외됐던 하위 계층의 생활고를 해결하는 것이다. 경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정치 양극화를 완화할 수도, 오히려 심화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나 메디케어처럼 사회 구성원 대다수에게 혜택을 주는 복지 정책은 사회 적대감을 누그러 뜨리고 미국의 다양한 유권자 집단을 연결하는 다리의 기능을 한다. 이러한 정책을 장기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인종 갈등에 따른 역풍은 일으키지 않으면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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