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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Mar 01. 2019

최저 임금이 오르면 실업은 정말 크게 늘어날까?

[북앤톡]폴 크루그먼의 새로운 미래를 말하다를 읽고

앞으로 한국은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최저 임금 정책도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거라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최저 임금 정책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 경제 위기가 생긴다고 보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생각해왔다.


경제학을 잘 몰라 내놓고 반박할 깜냥은 없지만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주류 경제학의 이름으로 비판하는 이들이 좀 불편하게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학에 진실에 하나만 있다면 망설이고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론대로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경제학도 여러 갈래가 있고,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정책도 제각각일 것이다.  대공황의 위기 타파 정책으로 주류 경제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뉴딜정책을 꺼낸 루즈벨트에 대해 주류경제학을 강조하는 이들은 어떤 평가를 할지 궁금하다.



이런 가운데 루즈벨트의 뉴딜을 극찬하며, 그때처럼 불평등이 적었던 시대로 돌아가려면 결국 정치적인 힘을 갖춰야 한다고 보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책 '새로운 미래를 말하다'를 보면 최저 임금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큰 틀에서 폴 크루그먼은 최저 임금에 대해 고용에 크게 나쁜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최저 임금을 인상하는데 반대하는 두가지 주장이 있다. 이 두 주장은 모드 많이 들어본 것이면서도 서로 모순된다. 한편에서는 최저 임금을 인상하면 취업률은 낮아지고 실업률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최저 임금 인상이 임금을 올리는데 거의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저 임금 인상은 실제로 전체적인 임금 인상에 약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에 관해 좀더 알아보기 위해 미국 최고의 노동경제학자인 버클리의 데이비드 카드 교수와 프린스턴의 앨런 크뤼거 교수의 대표적인 연구를 살펴보면 미국에서 최저 임금을 인상한 정도로는 실업이 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거센 비난을 받았는데, 이는 경제학 원론과도 상충되고 이념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는 계속되는 반발에도 꿋꿋하게 버텨왔으며, 이후로 새롭게 진행된 연구 결과들도 이들의 결론이 옳았음을 증명해주었다. 예를 들어 워싱턴 주의 최저 임금은 그 옆에 있는 아이다호 주보다 3달러 정도 높다. 주 경계선을 사이에둔 워싱턴과 아이다호에 있는 사업체들을 비교해보면 워싱턴에서, 고용이 늘었지만 아이다호에서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따르면 워싱턴의 소규모 사업자들은 사업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아이다호의 10대들이 워싱턴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일하기 위해 주 경계선을 넘어오는 실정이라고 한다.


미국은 주별로 최저 임금이 다르다. 반면 한국은 전국에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일각에선 최저 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지역별로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고민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논의가 필요 해보인다. 아무튼 폴 크루그먼은 신뢰하는 경제학자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급격한 수준이 아니라면 최저 임금 인상으로 실업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모든 실증 연구 자료들에 따르면 실제로 조정 가능한 최저 임금 인상폭 정도로는 실업률이 심각하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최저 임금이 예를 들어 시간당 15달러로 올랐다고 가정하면 아마 어떤 산업 분야에선 고용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인상폭이 그 정도로 높은 리는 전혀 없다.
동시에 최저 임금 인상은 저소득층 임금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 경제정책연구소는 미국 노동인구 중 소득 최하위층 10%에 해당하는 1300만명의 노동자들이 얼마전 법제화된 최저 임금 인상의 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중에서도 현재 새롭게 규정된 최저 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560만 노동자들은 즉각적인 혜택을 누릴 것이다. 새로운 최저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나머지 노동자들도 높아진 최저 임금의 파급 효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최저 임금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OECD 순위를 전하는 기사들도 매체들마다 다른 내용들이 많아 보는 사람 입장에서 헷갈릴 따름이다. 2015년 나온거기는 한데, 미디어오늘 기사가 OECD를 기준으로 최저 임금 정책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또 하나의 논리는 한국의 최저임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11일 사설에서 “최저임금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도 아니다”라며 한국의 연간 최저임금액이 1만 2038달러이며 OECD 25개 회원국 가운데 14위(2013년 기준)라고 전했다. 헤럴드경제도 13일 “한국, OECD 중 최저 임금 수준 높지만 소득별 임금격차 심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 수치들은 잘못됐다. 현행 법정노동시간인 월 209시간이 아니라 2007년 이전 법정노동시간인 월226으로 계산됐기 때문이다. 제대로 계산하면 한국 순위는 14위가 아니라 15위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OECD 34개국 가운데 9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이탈리아 등은 법정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지 않는다. 독일은 올해부터 법정 최저임금제를 시행해 해당 순위의 비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나라들은 왜 법정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지 않을까. 가령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겐트시스템’ 때문에 최저임금제를 도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겐트시스템은 대부분 국가에서 국가가 실업보험을 관리하는 것과 달리 노동조합이 실업보험을 관리·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이때 노동자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라도 노조에 가입하기 때문에 노조 가입률이 높고 노사 임금 협상 또한 원만하게 이뤄진다. 노조 가입률이 10% 수준인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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