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문명속의 불만을 읽고
멀쩡하던 사람들도 예비군복 입혀놓으면 건들건들하고 끈적끈적해진다는 얘기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봐도 예비군 훈련장에선 평소와 다른 이들이 많았던 것 같다.
프로이트의 '문명속의 불만'을 읽으니 집단 속의 개인이 정상적인 생활 조건에서는 제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거나 그런 행동에 동조하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집안을 이루는 개인들은 단지 수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저항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감정을 얻고 혼자 따로 있었다면 억제했을게 분명한 본능에 몸을 내맡긴다. 집단의 익명성과 이로 말미암은 무책임 때문에 평소에 개인을 억누르는 책임감은 완전히 사라지고 개인이 자신을 억제하는 경향은 줄어든다."
프로이트는 동료 학자인 맥두건을 인용해 집단속에서는 지성이 집단적으로 억제된다고 설명한다.
"낮은 지성을 가진 사람들은 높은 지성을 가진 사람들을 자기네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더 높은 지성은 활동에 방해을 받는다. 대체로 감정의 강화는 건전한 지적 활동에 불리한 조건을 만들어내고, 개인의 집단의 위협에 겁을 먹은 나머지 장신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감도 약해자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집단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규율이나 경쟁이라는 형태로 상호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집단에선 악화가 양화를 집어삼키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그런 집단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고, 난폭하고, 변덕스럽고, 불안정하고, 일관성이 없고, 우유부단하고, 행동이 극단적이고, 거친 정열과 단순한 감정만 드러내고 암시에 걸리기 쉽고, 신중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고, 간단하고 불완전한 추론밖에는 하지 못하고, 어떤 방향으로 쉽게 기울어지거나 이끌리고, 자의식이 모자라고, 자존심과 책임감이 없고, 힘을 의식하여 쉽게 흥분하고, 그리하여 무책임한 절대 권력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비행을 내보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런 집단의 행동은 평균적 구성원의 행동과 비슷하다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제멋대로 날뛰는 개구쟁이 어린애나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격정적 야만인이 낯선 상황에 놓였을 때의 행동과 비슷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인간의 행동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야수의 행동과 비슷하다."
김영상 정부 시절 무노동 무임금 제도를 무노동 부분 임금으로 바꾸려 하다 빨갱이 소리까지 들었던 이인제씨, 노동 운동에 삶을 바치다 지금은 탄핵반대를 외치고 있는 김문수씨의 행보도 통제되지 않은 집단 심리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일까?,
프로이트의 말을 다시 한번 빌리면 집단 속의 개인이 정상적인 생활 조건에서는 제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거나 그런 행동에 동조하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문명속의 불만은 6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문명속의 불만은 6가지 주제 중 하나다. 이외에도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고찰, 집단 심리학과 자아분석, 환상의 미래, 왜 전쟁인가를 주제로 프로이트는 사람들의 심리를 해부하고 있다. 위에서 공유한 내용은 집단 심리학과 자아 분석 부분에서 언급된 것이다.
주제는 섹시히자만 읽기가 그리 만만했던 책은 아니다. 그래도 세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이들을 인간의 심리와 연결해 살펴볼 수 있는 의미있는 프레임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