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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Jan 28. 2021

실패에 대한 인내와 무능에 대한 무관용의 공존 어떻게?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을 보면서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마른 수건도 짜낼 만큼 비용 절감을 강조하는 회사에서 AWS에서부터 알렉사까지 혁신적인 기술들이 어떻게 계속 나올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엔 혁신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회사는 성과나 목표 관리 지향적인 문화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혁신과 창의성은 실패가 인정되는 문화에 기반해야 하는데, 이건 성과와 목표 관리 같은 말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게리 피사노 하버드대 교수가 쓴 혁신의정석을 보면 혁신적인 조직은 성과 기준이 매우 높다. 냉정할때는 엄청 냉정하다.

  혁신적인 조직은 유달리 높은 성과 기준을 설정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에게 높은 수준의 성과와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해고되거나 자신에게 더 적합한 역할을 맡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업무를 담당할 수 없는 이들을 가차 없이 해고한 것으로 유명했다. 
  아마존 직원들은 강제곡선으로 순위가 매겨지는데, 곡선의 맨 아랫부분에 해당되는 이들은 해고된다. 구글은 무료 바, 체육시설, 육아 휴가 정책 등 매우 직원 친화적인 문화로 알려져 있고 매년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되고 있다. 하지만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힘든 직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구글은 사람을 쉽게 해고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현재 직무를 잘 수행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역할로 이동시키는 엄격한 성과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픽사에서는 일정 피드백 후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는 감독은 교체되기도 했다.


그럼 강력한 성과 평가 시스템과 실패에 대한 인내를 강조하는 문화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해고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이 위험을 기피하게 하지는 않을까? 저자에 따르면 냉정한 성과 관리와 실패를 뭐라 하지 않은 조직 문화는 아무나 따라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경영의 끝판왕처럼 느껴진다. 좋은 사람들을 보유해야 하고, 이들과 회사가 매우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실패에 대한 인내에는 조직원 개개인의 준비된 역량이 필요하다. 팀에 두명의 직원이 있다고 해보자. 한 사람은 성과가 매우 높다. 다른 직원은 그저 열심히만 할 뿐, 성과는 들쭉날쭉하다.  만약 두 지원 모두 어떤 프로젝트에서 실패한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까? 유능한 직원의 실패에는 그가 게으름을 피워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위험한 도전의 결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반면 두 번째 직원의 실패에 대해서는 능력에 대한 의심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유능한 사람에게는 평가가 좀 더 관대한 것이다. 구글이 위험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내부 구성원들 다수가 유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다. 이는 혁신에 내재된 본질이다. 그러나 사내 A급 팀이 있다고 확신하지는 못하는 경우 실패가 위험에 대한 도전 때문이었는지 엉성한 실행 때문인지도 판별하기 어렵게 된다.
  규율을 느린 것 또는 관료주의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규율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거나 수정하거나 죽이기 위한 기준에 명확한 시각을 갖추는 것으로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인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없애는 일정의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아마존은 많은 실험을 하지만 또한 많은 프로제트를 없앤다.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아이디어를 재구성하는 것은 초기 가설이 틀렸음을 기꺼이 인정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명확한 규율이 필요한 것이다.


일적으로 할 말을 하고 사는 분위기가 조직 내에서 갖춰져 있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듣기 거북한 서로 안 하는 게 좋은 것이란 인식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실패에 대한 인내와 성과 관리 문화의 공존은 어렵다.

  있는 그대로를 말해주는 것은 아이디어가 진화하고 향상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혁신에 있어 중요하다. 수많은 R&D 프로젝트 팀 회의와 프로젝트 검토 과정 또는 이사회 회의를 관찰하거나 직접 참여해 보면 조직 전체에서 이런 솔직한 비판을 편안하게 느끼는 조직이 있다.   
  많은 기업이 예의 바른 것과 좋은 것을 존경심과 혼동한다. 그러나 솔직하게 비판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존경의 표시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듣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경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환경이 일하기에 가장 편안한 환경을 아닐 수 있다. 
  외부인이나 신입 직원들의 눈에는 이런 조직 사람들이 너무 공격적이거나 냉철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누구의 말이든 직급과 관계 없이 면밀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고 아무도 누군가의 말을 그냥 흘러가게 두지 않는다.  대부분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의견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비판의 명확한 경계를 갖는다. 혁신을 위해서는 삼키기 어려운 약도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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