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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Feb 22. 2021

위대한 기업들이 평범해지는 진짜 이유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는 십여 년 전 비즈니스 서적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였다. 여전히 많이 읽히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김영준씨가 쓴 멀티팩터를 보면 짐 콜린스가 제시한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길은 정석처럼 따를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결과를 갖고 해석한 것은 과정에 참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결과가 좋으면 과감함이고, 결과가 안좋으면 무모함이 되는게 세상의 이치다.

  짐 콜린스는 이 책을 쓰면서 무척 자신만만했던 것 같다. 스스로 위대한 것으로 도약하는 시간을 초월한 원리를 다룬 책이라고 표현한다. 그 자신감의 근원은 그가 연구한 어마어마한 자료의 양에 있었다. 심지어는 책 소개에서도 2천 페이지의 인터뷰, 6천 건의 논문 조사, 38억 바이트의 정밀한 데이터라는 문구로 그 숫자를 어필한다. 이렇게 많은 데이터와 자료를 통해 도출한 결과이니 말 그대로 시간을 초월한 원리일 것 아닌가. 그는 그렇게 믿고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짐 콜린스가 사례로 들었던 위대한 기업들 중에선 시간이 지나면서 위대함을 상실한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짐 콜린스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시간을 초월한 원리라고 자신만만하게 표현했지만 아쉽게도 그가 말한 시간을 초월한 원리는 채 10년도 가지 못했다. 그가 위대한 기업으로 꼽았던 서킷시티는 2008년에 파산 신청을 했다가 이듬해에 도산했으며 패니매는 2008년 금융위기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이 된 기업 중 하나로서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가 공적자금으로 간신히 살아났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도 파산까지는 아니었지만 딱히 사정이 좋지 않았다. 그가 성공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분류한 장기간 번영하고 뛰어난 실적을 거두는 위대한 기업들은 그토록 빠르게 위대함을 잃어버린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그가 언급한 이미 위대한 기업들인 비전 기업으로까지 시야를 확장하면 성적이 더욱 나쁘다. 비전 기업으로 선정한 모토로라, 소니, 머크, 포드 등은 이후에 경영난을 겪었으며 비전 기업으로 선정되던 당시의 위대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숫자로 이를 확인하면 좀더 암울해진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경영학 교수이자 헤일로 이팩트의 저자인 필 로젠츠바이크는 이 문제를 좀더 파고들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짐 콜린스가 위대한 기업으로 꼽은 18개 기업의 이후 성과를 분석한 것이다. 짐 콜린스는 1990년까지의 자료로 비전 기업을 선정했다. 그래서 필 로젠츠바이크는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살아남아서 주식이 거래되는 16개 비전 기업의 성과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주가 상승률이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 500지수보다 높은 기업은 6개에 불과했다. 이 결과를 한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쓸수 있을 것이다. "돈이 있다면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가 미래가 확실하다고 한 기업보다는 S&P 500지수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더 낫다."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를 펴낸 후 얼마 뒤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을 다시 내놨다. 책에서 그는 자신이 꼽은 위대한 기업들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몰락의 5단계를 이야기하며 이를 조망했는데, 자만심을 위대한 기업이 몰락한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자만심도 주관적인 해석이 불과할 수 있다. 결과가 좋으면 과감함이 되고 결과가 안 좋으면 자만심이 될 수 있다는 게 김영준 씨 지적이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몰락에 놀랐던 것 같지만 사실 투자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미국의 경제 매거진 포춘이 선정하는 가장 훌륭한 기업 명단에 들어간 주식은 미국 최악의 혐오 기업 명단에 오른 주식에 비해 이듬해 수익률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최근 5년간 높은 실적을 기록한 기업의 주식은 이후 나쁜 성적을 기록한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처럼 가장 빛나던 기업들이 이후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는 현상을 단지 자만심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비슷하지만 다른 사례로 표지의 저주라는 것이 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 SI라는 잡지의 표지 모델로 선정된 선수들은 다음 시즌에 성적이 하락한다는 징크스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선수들도 하나같이 자만심으로 성적이 하락한 것일까?
  짐 콜린스가 언급한 자만심(HUBRIS)이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 HUBRIS의 의미는 오만, 과신 등이다. 이전에 거둔 뛰어난 실적으로 오만해지고, 자신을 과신하여 기업이 쇠락한다는 설명은 굉장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이때 과신의 기준은 무엇일까? 기업에나 운동선수에게나 자신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히며 이들에게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반면 자신감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가면 과신이 된다. 그리고 자신감과 과신을 나누는 기준은 결과다. 어떤 기업가나 운동선수가 사업이나 경기전에 자신감이 넘치는 발언을 했을 때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면 누구도 그것을 과신이라고 하지 않는다.

저자는 위대한 기업들로 불리는 기업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 같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자만심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위대한 기업들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위대함을 잃어버린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명한 투자자들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어떤 기업도 지속적으로는 높은 성과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평균을 상회했던 기업들은 다시 평균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현상을 평균회귀라고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카너먼은 평균회귀 현상을 우리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낯선 현상이라고 한다. 평균에 미달한 것도, 평균을 초과한 것도 모두 평균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주식의 수익률이건, 기업의 자본 이익률이건, 수익성이건, 평균을 벗어난 수치는 다시 평균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한 현상이 비즈니스와 산업의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업의 역사를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위대한 기업들은 위대한 순간 이후 하락을 경험한다. 이를 좀더 넓게 보면 모든 산업은 각각의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며 사람들은 특정 시점에서 사이클의 정점에  이른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리고 사이클의 하락기에 접어들면 마치 위대함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위대한 투자자들은 투자에서 평균 회귀를 고려할 것을 주장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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