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성장을 다룬 책 스포티파이 플레이를 읽다 그동안 개인적으로는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스포티파이가 10여 년 전에 음악을 넘어 영상 스트리밍까지 뛰어들려고 했고, 이를 위해 자체 하드웨어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스포티파이 영상 하드웨어는 시장에 공식 출시되지는 못했지만 스포티파이가 파트너십을 통해 영상 하드웨어까지 선보이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꽤 흥미롭다. 책을 보면 스포티파이 공동 창업자인 다니엘 에크가 영상과 하드웨어 사업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다.
에크와 로렌손은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다루는 플랫폼을 오랫동안 구상해왔다. 이제 그들은 텔레비전을 정복하고 싶었다. 같은 시간 페이스북을 비디오를 향해 움직였고 구글은 음악과 소셜 네트워크 모두를 사업에 포함시켰다. 이 시기에 사용자에게 텔레비전을 제공하면 스포티파이가 다른 음악 앱과 차별화되는 동시에 음반사에 덜 종속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영상을 노크하려던 것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젊은 시청자들은 유선 텔레비전의 시청을 포기했다. 대신 언제 어디서나 본인이 원할 때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싶어 했다. 이것이 마그 네토팀의 출발점이었다. 스포티파이는 다른 모든 경쟁사보다도 영상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탁월한 플랫폼을 갖추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은 스포티파이 내부에서 영상을 전담하는 마그네토 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마그네토팀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영상 스트리밍을 아예 새롭게 발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2011년 12월에 완전히 독자적인 파일 형태를 내놓았다. 파일에는 스포티파이 영상을 의미하는 .spv가 확장자로 붙었다. 그 파일은 그때까지 통용되던 다른 영상 파일보다 용량이 더 작았다.
하지만 아이폰에서 스트리밍이 가능한 형식인 HTTP 라이브 스트리밍이 빠르게 동영상의 표준 형식이 되면서 스포티파이는 이 발명품을 포기했다.
버클리와 에크는 디지털 텔레비전 시장에서 틈새를 발견했다. 그들은 라이브 방송과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하는 주문형 방송을 모두 제공하려 했다. 당시 넷플릭스가 옛날 영화와 지난 시즌의 텔레비전 드라마를 모두 지배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딱히 넷플릭스와 경쟁할 생각은 아니었다. 미국 미국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훌루를 염두에 두었다. 에크는 그 텔레비전 서비스의 일부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마그네토 팀은 디지털 텔레비전에서의 지체 시간을 프로그램화하여 없애 버렸다. 채널은 다른 채널로 전광석화처럼 건너뛰었다. 스포티파이의 역사상 두번째로 기존 시장의 제품보다 훨씬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스포티파이 TV라는 이름을 얻었다. 마그네토팀은 스포티파이 본사 사무실에 작은 안테나 다섯개를 설치했다. 그렇게 해서 스포티파이 사무실에서는 스웨덴의 30여개 채널을 스트리밍했다.
마그네토팀은 스웨덴과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사와 협상에도 나섰다. 또 앱을 넘어 하드웨어까지 파고들었다.
마그네토 프로젝트는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앱에 머물지 않았다. 이때 에크는 하드웨어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콘라드 베리스트룀이 이끄는 하드웨어 기업인 사운드인더스트리즈와 제휴를 맺었다. 비밀스럽게 사운드의 제품 팀은 견본을 제작했다. 베리스트륌은 그 프로젝트로 스포티파이의 성공에 사운드에 승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언젠가 두 기업의 협력이 미국의 헤드폰 기업인 비츠에 사운드가 도전하는데 도움을 줄 터였다. 베리스트륌은 제품군의 확장을 그려보았다. 사운드와 스포티파이는 스피커, 헤드폰, 그리고 전화기를 함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아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춘 세계 일류의 스웨덴 애플이 될지도 몰랐다.
에크는 음악에 투자했던 금액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수억 크로나를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미국 쪽 방송의 충분한 공급을 원했다. CNN, 카툰 네트워크, 디즈니, 그리고 ESPN 스포츠 채널을 기본으로, 여기에 타임워너부터 폭스, CBS까지 기대했다. 이에 마그네토팀은 미국의 대형 방송사들과 협상을 진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보고 에크도 응원하는 두 팀인 스웨덴의 아이코와 영국의 아스널의 경기를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서 스웨덴의 최고 축구 리그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C 모어 뿐만 아니라 프리미어 리그 저작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인 비아셋과도 접촉했다.
창업자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였지만 안팎에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스포티파이는 오래전부터 자리 잡힌 방송사와 배급사와의 관계를 손상시킬지 몰랐따. 게다가 방송사 사장들은 브랜드가 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과연 시청자가 스포티파이에서 방송사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하면 방송사는 어떻게 될까? 에크는 북유럽 밖에서 이에 대한 더욱 심각한 회의적인 견해를 마주했다. 몇몇 스포티파이 직원들 조차 그 아이디어에 문제제기를 했다. 내부적으로 세부 사항이 공유될 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품었다.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는 텔레비전 콘텐츠가 얼마 안된다면 음악 부문의 완전한 플레이리스트와 비교될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 드라마 시리즈와 CNN 뉴스 등을 두루 갖춘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했고 사용자에게도 많은 비용을 청구해야했다.
찬반 논쟁은 계속됐다. 그러다 결국 흐지부지 되는 상황으로 정리가 된다.
텔레비전 시장에서 탁월한 선두 주자가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에크의 편에 섰다. 사실 넷플릭스나 HBO도 그리 대단하지 않다면서 말이다.
다른 편 사람들은 에크가 도가 지나쳤다면서 음악 사업을 확장하는데 더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어쩌면 텔레비전 앱은 스포티파이의 강한 브랜드 파워를 약화시킬 것이다. 또한 사용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스포티파이에서 음악을 듣는다고 텔레비전까지 스포티파이에서 볼까? 원래 시청하던 케이블 텔레비전, HBO, 노르딕, 비아플레이 또는 넷플릭스는 포기하고?
이 프로젝트에 대하여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해준 소식통은 이렇게 표현했다. 마침내 에크 조차 동요하기 시작했다. 에크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 제품을 만드는데 거액이 들더라도 사용자가 매월 겨우 300크로나(4만원 정도)만 지불하게 할지 아니면 현실에 맞게 요금을 올릴지. 더군다나 시간 마저 부족했다. 애플TV는 날로 성장했고 넷플릭스는 이전 보다 훨씬 더 커졌다. 미국에서는 훌루와 로크 같은 사업자가 텔레비전 스트리밍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포티파이가 어쩌면 아마존 파이어 TV만큼 호환성 좋은 탁월한 하드웨어와 앱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라자라 맨은 유튜브 시절의 지인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그는 북유럽과 미국에서의 출시를 최대한 서둘렀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2014년 가을부터 마그네토 팀의 직원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연말이 되자 거의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