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은 물류 센터 자동화를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봇도 많이 사용하고 있고 이를 위해 로봇 회사를 직접 인수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마존 물류 센터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디테일은 외부에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아마존은 물류센터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버즈피드 선임 기자 알렉스 칸트로위츠가 쓴 책 올웨이즈데이원에 아마존 물류센터 방문기와 관련한 내용이 있어 눈길을 끈다.
2018년 8월 어느 무더운 여름날 EWR9를 방문했을 때 나는 인간 동료와 함께 일하는 로봇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마존은 지난 8년간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2012년 3월에는 지금 물류 창고에서 사용하는 로봇을 개발한 키바 시스템스를 인수했고 이후 빠른 속도로 작업장에 로봇을 배치했다. 2014년에는 물류 창고에 1만5000대의 로봇을 들여놨고 2015년에는 3만 대를 추가 배치했다. 현재는 20만대가 넘는 로봇이 일하고 있으며, 약 80만 명의 업무를 돕고 있다. EWR9에서만 2000여명의 직원이 수백 대의 로봇과 함께 일한다.
로봇은 물류 창고의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전에는 사람이 거대한 창고를 돌아다니면서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찾고 들고 나와 배송했다. 하지만 지금은 로봇이 그 일을 대신한다. 또한 로보틱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마존은 다른 주요 업무도 자동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마존 물류센터는 사람과 로봇의 협력 플레이로 운영된다. 로봇이 많이 사용되면서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현재 아마존 물류 창고에는 스토워(Stower), 피커(picker), 패커(packer)만이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다. 스토워는 선반에 제품을 적재하고 피커는 주문한 제품을 집고 패커는 그 제품을 문 앞 배송을 위해 박스나 봉투에 담는다. 이런 인간의 업무 사이에서 로봇은 로보틱스 구역을 돌아다니며 마치 스테로이드를 맞은 룸바처럼 대기 중인 수천 개의 선반을 옮긴다.
인간과 로봇이 협력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고객이 아마존 사이트에서 주문을 하면 로봇은 그 제품이 놓인 선반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서 그 선반을 들어올리고 아마존 소프트웨어 명령에 따라 다른 로봇들과 함께 차분하게 줄을 맞춰 인간에게로 이동한다. 인간 근로자가 해당 제품을 집어 올리면 다시 서둘러 되돌아 간다. 피커들이 하는 일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나는 그들의 업무 효율성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선반에서 제품을 집어서 박스에 넣는다. 로봇이 돌아가고 나면 다음 로봇이 도착하고 선반의 특정 구획에 불이 들어오면 해당 제품을 집고 다시 로봇이 되돌아간다. 그 전반적인 과정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
첨단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업무 과정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조율한다. 로봇은 물류 창고 바닥에 흩어져 있는 QR코드를 읽고 그에 따라 이동한다. 로봇이 코드위를 지나갈 때 그 코드는 거기서 대기하라거나 다음 QR코드로 이동해서 또 다른 지시를 받으라고 명령한다. 그 시스템은 피커와 스토워가 얼마가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자동으로 더 빠른 근로자에게 더 많은 로봇을 보내고 느린 근로자에게 더 적은 로봇을 보낸다.
워싱턴의 켄트에 위치한 또 다른 물류 창고에서는 로봇이 선반을 스캔하는 카메라 앞에 멈춰 서고 컴퓨터 시각 기술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공간이 남아 있는지 파악하고 언제 스토워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한다. 일부 피커들은 FC 게임을 통해 누가 더 빨리 업무를 처리하는지 자발적으로 경쟁하고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사람의 일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계속해서 자동화에 의해 대체되어 갈 것 같다. 얼마나 새로운 일이 생길지는 확실치 않다.
아마존의 업무 강도는 대단히 높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는 더욱 높아진다.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물류 창고 직원들은 교대 근무를 한다. 물론 로봇이 업무의 과중함을 상당히 덜어주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과중한 일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 차라리 해고 당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업무가 점점 자동화되면 직원들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물었다. 그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스 포장과 같은 기술이 필요한 다른 일을 찾는 것, 아니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기술을 배우는 것이었다.
EWR9에 머무는 동안 나는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가령 로보틱스 구역 기술자, 구조 전문가(로봇이 실수로 제품을 떨어뜨렸을 때 이를 치우는), ICQA 멤버(선반에 놓인 제품의 수를 확인하고 데이터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그리고 쿼터백(위에서 로보틱스 구역을 감시하는) 같은 일이 있다. 덕분이 아마존이 20만대의 로봇을 추가했을 때 30만 개에 달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했다.
아마존 물류센터를 재고를 충분히 쌓아두고 있다. 1억5000만 명이 넘는 아마존 프라임 고객에게 이틀 배송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아마존은 벤더 매니저를 통해 그 과정을 부드럽게 처리해왔다. 예를 들어 브랜드 타이드를 담당하는 벤더 매니저는 각각의 물류 창고에 얼마나 많은 재고를 비치해둬야 하는지 얼마의 가격으로 매입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타이드와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주문을 넣는 일을 한다. 최근까지도 벤더 매니저는 아마존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직종이었다. 2012년 경영진은 벤더 매니저의 핵심 업무가 반드시 사람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지를 놓고 검토를 시작했다. 인간의 행동이 예측 가능하다면, 아마존 알고리즘은 물류 창고에 어떤 제품을 언제 얼마나 쌓아둬야 하는지, 얼마에 매입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