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본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이번 대선의 핵심 화두였으면 하는 주제다.
당연한 얘기인데도, 종종 잊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도 여러가지라는 것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인식도 80년대 이후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흘러들어온 논리일 뿐이다.
유럽에선 여전히 직원들이 이사회 멤버 자격으로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1940년대말부터 노사 공동 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60년 넘게 정착된 제도이다. 대기업의 경우 이사의 절반이 주주 대표이고, 다른 절반이 노동자 대표이다. 스웨덴에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회사에선 민주주의는 없다는 식의 말을 불변의 법칙처럼 내놓는 이들의 인식이 경박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참여하는 이들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제도다
한국에 적용된 자본주의 옵션이 현재 미국에 가깝고 유럽과는 다를 뿐이다. 옵션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떤 자본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 3권의 책을 소개한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책은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도 각료로 참여한 진보적 경제사회학자 로버트 라이시가 쓴 '자본주의를 구하라'다. 다음에는 장하성 교수의 한국 자본주의, 그 다음에는 정승일 박사가 쓴 누가가짜경제민주화를 말하는가를 다룰 것이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미국 자본주의는 현재 위기다.
저자에 따르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력도 많이 약해졌다.
그런만큼 저자는 상위 1%에 점점 힘이 쏠리는 지금의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와 정치의 통제력 강화를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아시아나 유럽에 비해 미국 기업 CEO들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현상이 강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대단히 비판적이다. 미국 기업 CEO들의 연봉이 지금처럼 높은 게 과연 합리적인지 수치를 들어 반박한다.
"미국 대학 교수 3명이 대기업 1500곳을 상대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단위로 실적을 분석한 결과, CEO에게 돌아가는 보수가 많을 수록 기업의 실적은 저조했다. 많은 급여를 받는 CEO가 재직하는 기간이 길수록 기업의 실적은 더욱 낮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실적은 시간이 지날 수록 상당히 악화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기업 CEO들이 보수를 두둑히 챙기는건 주가를 끌어올렸고, 이로 인해 주주 가치를 높였다는것이 대외적인 명분이다.
이에 대해 라이시는 기업의 실질적인 성과가 아니라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은 돈을 늘린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IBM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자사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용도로 1080억달러를 써서 총수입은 그대로인데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밖으로 드러난 IBM의 성공은 실질적인 성과보다 금융공학과 더욱 긴밀하게 관련이 있다.그런데도 해당 전략으로 IBM의 CEO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의 기간에 대해 대개 스톡옵션과 성과급 주식의 형태로 모두 2억4700만달러를 거머쥐었다."
로버트 라이시의 주장은 시민들이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정치의 힘이 강해질 수 있는 구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럽에 가까워지는 옵션이다.
라이시의 주장은 뜬구름 잡는 급진주의로 볼 수는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도 자본을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고,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사민주의에 가까운 비전을 제시한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수도 있는 잠재력을 과시했다. 샌더스는 라이시보다도 왼쪽에 가까운 인물이다.
미국 자본주의에 적용되는 옵션이 앞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강한 미국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한 옵션인 만큼 대선을 앞둔 변화를 갈망하는 한국인 유권자들도 라이시의 주장에 관심을 가져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