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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Oct 02. 2021

인스타그램의 탄생과 고정관념의 파괴

10여 년전 인스타그램을 앱을 아이폰에 깔던 기억이 난다.


소수만 썼던 지라, 남들은 잘 모르는 나만의 서비스가 생겼다는 느낌도 늘어 종종 이런저런 자신들을 올렸더랬다. 좋아요나 팔로우어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당시의 인스타그램은 조용해서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난다. 인스타그램이 대박을 쳤다는 생각이 들었고, 페이스북이 좀 비싸게 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들었다.


물론 페이스북이 과소비했다는 나의 생각은 결과적으로는 틀려도 너무 틀렸다. 페이스북은 오히려 10억 달러에 인스타그램을 사서 확실하게 남는 장사를 했다. 지금 인스타그램이 SNS 판에서 갖는 지위를 보라. 젊은 층 에선 페이스북보다 인기가 있다.


인스타그램 성장 스토리를 다룬 책 노필터를 보면 인스타그램이 초반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선택과 집중의 힘이었다. 인스타그램을 처음 깔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 크게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찍고 편하게 올려서 나름 그럴듯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시스트롬과 크리거는 또한 비상식적인 수많은 선택을 통해 인스타그램을 다른 많은 앱들과 차별화했다. 두 사람은 당초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앱을 만들지 않고 계획을 바꿔 대담한 시도를 했다. 그들은 한 가지만 하기로 했다. 사진만 잘하자. 그것이 두 사람의 목표였다. 그 점은 오데오를 닮았다. 도시와 윌리엄스도 방향을 바꿔 트위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들은 모든 사람을 그들의 앱으로 끌어들이려 애쓰지 않는 대신 소문을 퍼뜨려 줄 만한 사람들만 초대했다. 특히 디자이너들과 크리에이터들에게 공을 들였다. 또한 그들은 투자자들에게 인스타그램만의 특징을 납득시키려 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회의적인 눈으로 자신들을 바라볼 때도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것을 가지고 멋과 취향을 제작해 내는 명품 브랜드 같았다.

인스타그램의 정체성이었던 사진 공유 앱이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도 이미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앱들과 기능들은 많았다. 이를 감안해 인스타그램 시스트롬과 크리거는 기존 기능들에 있던 가려운 곳을 확실하게 긁어주면서 기존 SNS 서비스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을 구사했다. 세상에 없던걸 내놓기 보다는 있는 것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들은 기회를 엿보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바라는 대로 뭔가 새롭고 과감한 것을 발명하는 대신, 다른 앱들이 갖고 있는 기능을 향상시켰다. 다른 어떤 도구보다 더 단순하고 더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고 사람들이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인스타그램을 통한 경험을 마음껏 즐기도록 이끌었다. 인스타그램은 홈페이지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경험을 즉석에서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야 했다.
  무엇보다 인스타그램은 복잡하지 않아 페이스북이 초기에 얻었던 방식으로 유행을 탈 수 있었다. 당시에 저커버그는 마이스페이스의 요란함에 거부감을 느껴 깔끔한 디자인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 출시됐을 무렵의 페이스북은 너무 많은 기능을 탑재하고 있었다. 뉴스피드와 이벤트, 그룹, 심지어 생일 선물을 살 수 있는 가상화폐까지 있었다. 더구나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올리기가 번거로웠다. 사진을 무조건 디지털 카메라용인 페이스북 앨범에서 업로드해야 했다.두 사람은 제품을 만드는 단순한 기술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회사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그 부분에 달려들어 결판을 내는 승부에 뛰어났다.


페이스북에 인수된 이후 인스타그램은 많이 변했다. 사용자도 10억 명을 오래전에 넘겼고 영상을 포함해 사진 공유 앱이라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탄생과 함께 강조됐던 선택과 집중의 색깔은 많이 약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인스타그램을 잘 쓰지는 않는 편이다. 가끔 한다고 해도 새로 나온 기능을 배우기도 어려워 여전히 그냥 사진만 올리는 정도다.


그러면서 좀 더 단순하고 편하고, 초창기 인스타그램처럼 선택과 집중에 초점이 맞춰진 서비스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된다. 사진 공유앱 뿐만 아니다. 메신저도 그냥 메신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나의 앱에 모든 기능이 들어간 슈퍼앱이 아니라 분야별 베스트 오브 브리드 앱들을 따로 따로 쓰고 싶어진다. 이런 서비스들이 이미 있고,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좀 더 관심을 가져볼 생각이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통합이 있으면 집중의 기회도 나름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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