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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Nov 07. 2021

숏폼 OTT 퀴비는 왜 그렇게 허망하게 퇴출됐나

많은 이들에게 퀴비는 2020년 많은 관심 속에 화려하게 데뷔했다고 그만큼 또 허망하게 사라진 OTT 서비스로 기억된다. 개인적으로도 거물급 인사들인 제프리 카젠버그와 멕 휘트먼이 퀴비를 이끈다고 해서 지속 가능성과 무관하게 퀴비가 미디어 판에 나름 임팩트를 남길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너무 빨리, 그것도 허망하게 OTT 판에서 밀려난 것 같다.


결과적으로 퀴비가 내세웠던 모바일에 최적화된 숏폼 형태 OTT가 사용자들 사이에서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예상보다 빠른 퀴비의 퇴출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스콧 갤러웨이에 뉴욕대 교수에 따르면 퀴비의 몰락 요인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스콧 갤러웨이가 쓴 책 거대한 가속에 따르면 퀴비가 몰락한 것은 리더십의 올드함, 또 규모의 경제로 치닫는 OTT 판에서 빅테크 기업들과 겨루기엔 체급이 너무 낮았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퀴비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콘텐츠는 퀴비다. 이들의 대실패는 우리 생태계와 관련해 몇 가지 통찰을 안겨주기 때문에 지켜볼 가치가 있다.
  첫째 테크 분야 기업가 정신은  젊은이들에게나 어울린다. 노인 차별적인 말 같지만 사실이다. 퀴비가 광고한 강점 중 하나는 멕 휘트먼(이베이와 HP CEO를 역임한 유명한 기업가)과 제프리 카젠버그(드림웍스 공동 설립자 영화 제작자 겸 기업가)의 리더십이었다. 왜 아니겠는가? 그들은 각각 기술과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명예의 전당 입성자들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60대들이 설립한 미디어 테크 회사 중 성공한 회사는 없다. 젊은 두뇌는 기발하고 창의적이며 일주일에 80시간씩 일할 의향이 있다. 자기가 영원히 살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축복 혹은 저주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은 지도이자 멘토, 그리고 형편 없는 기업가가 된다.
  둘째 빅4가 가진 것보다 10배 뛰어난 제품이나 기성 기업이 왜소해 보일 정도로 엄청난 자본 없이는 빅4와 경쟁할 수 없다. 할리우드 베테랑인 카젠버그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서명할 때 확보한 10억 달러의 투자금(나중에 17억5000만 달러로 늘어나기는 했다.)이 아주 큰 액수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에 17억5000만 달러는 벌이가 꽤 괜찮은 날의 하루 수익 정도이며, 넷플릭스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5주 동안 지출하는 비용일 뿐이다.


OTT 판의 무게 중심이 오리지널 콘텐츠로 넘어오면서 자본과 규모가 갖는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게리 피사노 교수가 쓴 혁신의 정석에서도 이같은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규모도 도움이 된다. 자체 생산 콘텐츠든, 외부에서 구매한 콘텐츠든 넷플릭스가 가치를 포착하는 중요한 기반은 수많은 구독자다. 놀랍게도 스포츠 이벤트에 값비싼 비용을 써야만 하는 ESPN을 제외하면 다른 어떤 미디어보다도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 및 인수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제 독점적인 콘텐츠를 사용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포착한다.
  넷플릭스의 예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기술 및 시장 변화에 대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2017년 VOD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이미 작은 기업이 아니었다. 1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전통적 DVD 대여 시장의 지배적인 기업이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는 규모의 이점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훌륭한 사례이기도 하다.
  VOD는 가치 창출의 원천이 유통에서 콘텐츠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콘텐츠의 취득과 개발에는 많은 고정 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은 기성 기업들에게 이점이 된다.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애플, 훌루를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와 같은 큰 기업들이 VOD 시장의 선두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규모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규모 자체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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