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하는 요인 중 하나는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 DNA가 아니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문화를 가졌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니더마이어가쓴 루디크러스를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문화가 자동차 제조 비즈니스에 맞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보다 커졌다고 해도 자동차 제조라는 업의 본질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문화와는 맞지 않는 측면이 강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스타일로 테슬라를 설립하고 운영해 나간 것은 기업으로서 테슬라의 훌륭한 강점 중 하나인 독특한 능력을 갖도록 해주었다. 우수하고 창의적인 개인들이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하면 관리자의 지시 없이도 오랜 시간 일하면서 독창적이며 기발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역동적이며 개인주의적인 문화는 디자인이나 연구개발, 시제품 제작 같은 놀라운 성취를 이루게 해줬다. 바로 이런 문화로 테슬라가 이 분야에서 명백히 우위를 점하고 있음이 설명된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자동차 회사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의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자동차의 소프트웨어가 각각 다른 과제를 지닌 너무 다른 제품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에서는 설계가 곧 전부다. 즉, 일단 소프트웨어 하나를 만들어 내면 그 제품을 복사하는 데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제품을 설계하고 개발하는데 드는 고정 비용을 갚을 수 있을 만큼, 이 소프트웨어 본사본을 판매한 이후에는 각각의 추가 복사본에 변동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므로 회사는 상당히 높은 이윤을 얻게 된다. 프로그램 설계의 품질이 그 제품의 수요를 결정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훌륭한 설계를 해낼 수 있는 문화적인 가치를 구현해 낸다.
저자는 자동차 제조는 소프트웨어 개발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고 거듭 강조한다. 대량 생산 모델의 경우 특히 그렇다.
반면 자동차는 높은 고정비용이 특징이다. 차량의 설계와 개발 뿐 아니라 자동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공장에도 고정 비용이 들어간다. 또한 빠르고 저렴하게 복사가 가능한 소프트웨어와 달리 자동차를 추가로 제작하는데 필요한 자재와 노동력에는 상당한 변동 비용이 들어간다. 아무리 차량 설계가 훌륭하게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제품을 효율적이며 고품질로 만들어야만 한다.
비록 소비자들이 디자인을 선택할 때(재료, 기능, 느낌을 기준으로) 품질에 대해 생각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맥락에서 품질이란 실행의 일관성을 의미한다. 완벽한 품질이란 생산되는 제품 하나하나가 다른 제품과 정확히 동일함을 의미하며 수십만 개 또는 수백만 개의 제품이 제작되는 생산 공정 전체에 아무런 차이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할 것이다. 특히 품질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서 생산된 차량 열대 가운데 한대가 동일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면 주요 자동차 회사는 문제를 찾아낼 때까지 생산을 중단한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100만대당 한 자릿수의 불량이 나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구성 요소는 추상적인 개념인 반면, 자동차의 모든 구성 요소는 실제 세상의 불완전함 속에서 만들어진다. 원자재부터 부품, 모듈, 최종 조립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거대한 자동차 생산 과정은 각각의 단계에서 설계 사양에서 벗어날 틈을 준다. 최종 조립이 이루어 질 때쯤 각 과정에서는 감지되지 않았던 결함들이 모두 합쳐져 '누적 공차'라고 불리는 상당한 결함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언제든 고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달리 자동차는 표준화된 생산 효율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번 제대로 제작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창의성과 열정을 강조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이동수단이 아닌 예술품으로 주문생산하는 럭셔리 스포츠차 제조사라는 사실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럭셔리 스포츠카를 제외한 99.9%의 자동차를 만드는 자동차 회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차를 잘 만들어내는 일이다. 비록 디자인과 감성이 여전히 모든 자동차 회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들이 직면하는 주요 문제는 바로 조립라인에서 출시되는 모든 자동차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들고 기본 사양에 충실하도록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