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light Jun 05. 2022

말과 행동이 달라도 너무 다른, 프라이버시 보호의 역설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들은 알게 모르게 편리함을 위해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양보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자유와 프라이버시 때문에 편리함이라는 가치를 희생할 이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많지 않을 것이란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람들은 말로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민감해 하지만 그것이 행동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상황이다.  스탠포드 대 교수들인 롭 라이히, 메흐란 사하미, 제러미M. 와인스타인이 쓴 책 '시스템에러'를 보면 이같은 상황은 개인정보보호의 역설로 요약된다. 


사회 과학자들은 이를 개인정보보호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개인이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것과 그들의 실제 행동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이것은 당신이 원하는 것과 당신이 행동하는 방식을 일치시키는 문제가 아니다. 대단이 많은 무형의 혹은 가시적이지 않은 결과를 고려하면 우리가 실제로 원하는 개인정보보호의 정도를 고려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공법 교수였던 앨런 웨스턴의 연구는 설문에 대한 응답을 기초로 개인정보보호의 정도에 따라 대상자를 개인정보 근본주의자, 개인정보 실용주의자, 개인정보 무관심자의 세집단으로 나누었다. 직접적으로 질문을 받았을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개인정보 근본주의자에 포함시키면서 자기 정보의 통제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매우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인간과 비슷한 컴퓨터 중개상이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할인 제품을 제시했다. 중개상은 다른 제품이 제공될 때마다 점점 더 민감한 질문을 했다. 여기에서 대답을 거절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신의 개인정보보호에 강한 의욕을 보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쇼핑앱을 설치했거나 우수 고객 프로그램에 가입했거나 해당 브랜드의 신용카드를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는 쿠폰 몇개나 월말의 얼마 안되는 캐시백 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쇼핑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기꺼이 내어준다.
300명의 학생이 들어찬 강의실에서 개인정보보호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물으면 거의 모든 학생이 손을 든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검색 앱이나 소셜 미디어 앱에서 개인정보보호 설정을 검토하거나 바꾼 사람이 있느냐는 다음 질문을 던지면 손을 드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는 학생들에게 제한되어 있지 않은 광범위한 추세로 보인다.
자기 자신이 개인정보보호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보니 개인의 선택은 여러 상황이나 맥락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정보보호의 선호도가 맥락에 의존하며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사실은 고지와 선택의 한계에 대해 걱정해야할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상황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람들 생각이 왔다갔다 하는 장면도 수시로 벌어진다.


9.11테러 이후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미국 대중의 견해를 예로 들어보자. 테러 직후 몇년 동안 시민들은 정부가 시민의 자유를 지나치게 우선하며 또 다른 테러 공격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들이 충분치 않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에드워드 스노든의 대량 감시에 대한 폭로는 하룻밤 사이에 여론을 뒤집었다. 6개월만에 대테러 조치의 일환인 정부의 전화와 인터넷 데이터 수집을 지지하던 미국인의 비율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우리는 코로나 19 대유행 동안에도 비슷한 역학이 펼쳐지는 것을 목격했다. 미국 대중은 개인정보의 안전을 건정하고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2020년 5월 질병이 급속하게 확산되자 정부가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감염자의 위치를 추적하는데 지지를 보냈다.


개인정보보호의 역설은 큰틀에서 사람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보지만, 행동에선 무관심한 것을 넘어 무지에 가까운 경우가 수두룩하다, 테크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활용해 큰 돈을 계속 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개인정보를 얼마나 공개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람들의 결정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나 하는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페이스북에 가족의 현재 사진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권하는 것처럼 비교적 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많은 기술 기업의 사업 모델이 개인 정보의 수집에 의존해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라는데 있다. 이들 기업은 사람들의 모호한 개인정보보호 선호도를 예측 가능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 설정이 좋은 예다. 개인정보 공개의 기본 설정이 최대로 되어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정을 바꾸지 않는다. 자신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선호도와 상관 없이 말이다. 때로는 어떻게 설정을 바꾸는지, 심지어는 설정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공유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조차 모르는 세상에서라면 기존의 고지와 선택관행은 무의미하다. 그에 대한 정보가 있을 때에도 자신의 개인 정보를 얼마나 보호하고자 하는지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기업이 사람들이 공개하는 개인정보를 조작할 강력한 유인을 갖고 있다면 개인이 이런 상황을 혼자 헤쳐 나갈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