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은 앞으로 있을 수 있는 팬데믹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책인데, 개인적으로는 책 마지막 부분에 실린 코로나 19 팬데믹이 보여준 디지털의 미래 관련한 대목을 흥미롭게 읽었다.
mRNA 기반 백인 이야기도 인상 깊게 봤는데, 이건 나중에 다시 정리하는 것으로 하고 이번에는 빌 게이츠가 팬데믹발 디지털 전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디지털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내용을 공유해 본다.
빌 게이츠는 코로나 19로 인한 디지털화로 가장 큰 변화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거센 변화가 예고되는 대표적인 분야로 사무실을 꼽는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하이브리드 워크가 대세가 되겠지만 원격을 지원하는 기술의 급속한 진화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중장기적으로 비대면 미팅이 대면 미팅을 따라 하는 수준을 넘어 대면에선 어려웠던 새로운 가치도 제공하게 될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원격 근무 시나리오에 집중함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 10년간 어지는 혁신의 속도에 놀라게 될 것이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데서 오는 혜택은 적절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재현될 수 있다.
팀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미 2020년 3월보다 훨씬 정교해진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방 나누기, 실시간 문자 변환, 여러 가지 보기 옵션들은 대부분의 화상 회의 서비스에서 이제 표준이 됐다.
결국 화상회의는 대면 회의를 모사하는 수준을 넘어 진화할 것이다. 실시간 문자 변환을 통해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회의의 주제를 검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회의에서 언급된 조치가 필요한 항목들을 자동으로 개인 할 일 목록에 추가하고 회의의 동영상 녹화를 분석해서 시간을 더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물론 현재 화상회의 서비스 같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은 실제 미팅과 비교해 인간적인 스킨십을 느낄 기회가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빌 게이츠는 메타버스 기술이 이 같은 간극을 메워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회의의 가장 큰 단점은 동영상을 통해서는 누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인간적인 요소가 빠지면서 비언어적 교류의 대부분이 사라진다.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에서 다음 좌석 배치로 이동하면서 좀 더 자연스러워지기는 했지만 눈 맞춤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참가자를 3D 아바타 공간으로 이동시키면서 바뀔 것이다. 여러 기업이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비전을 공개했다.
3D 아바타를 사용해 실제로 함께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가상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난다는 아이디어다. 이런 느낌을 실재감이라고 하며 많은 기술 기업들이 팬데믹 이전부터 이를 포착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성공한다면 실재감은 대면 만남의 경험을 복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향상시킬 수 있다. 세 개의 다른 대륙에 있는 자동차 회사 엔지니어들이 신차 엔진의 3D 모델을 분해해 개선 사항을 논의하는 회의를 상상해보라.
반면 현재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경험이 가능한 도구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현재도 가상 현실 고글이나 장갑을 이용하면 아바타를 통제할 수 있지만 더 정교하고 눈에 덜 띄는 도구는 몇 년 후에나 나올 것이다. 컴퓨터 시각 장치, 디스플레이 기술, 오디오와 센서의 성능 향상으로 얼굴 표정, 시선, 몸짓을 거의 지연 없이 포착하게 될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빌 게이츠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못지 않게 메타버스에 대해 긍정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메타버스에 대해 꽤 공격적으로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특히 나를 들뜨게 한 것은 메타버스 기술이 원격 근무에 즉흥적인 요소를 더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직접 사무실에 나가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많이 놓치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요소다. 거실에서 일할 때는 지난 회의에 대해 상사와 예정에 없던 논의를 한다거나 새로 들어온 직원과 지난 밤의 야구 경기에 대해서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사무실에 있을 떼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 모두가 원격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경우라면 누가 한가한지 보고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는 사무실에서 하는 경험을 기술이 온전히 복제하기 시작하는 문턱에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가 사무 공간에서 목격한 변화는 다른 많은 영역에서 보게 될 변화의 전조다. 우리 모두가 디지털 공간 내에서 그리고 그 주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아직은 메타버스가 익숙치 않은 새로운 개념으로 느껴지겠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메타버스는 물리적 세계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