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일자리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크게 2가지 전망이 공존한다. 하나는 인공지능이 일자리 자체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기는 하겠지만 이른 곳에서 AI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후자는 과거에도 자동화 기술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현실에선 새로운 일자리가 줄어든 일자리를 채웠다는 사실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하지만 로봇의 부상, 로봇의 지배의 저자 마틴 포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는 쪽이다. 로봇의 지배에 따르면 마틴 포드가 이렇게 보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가 아니라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칠 파괴적인 기술이라는 점이다.
기술로 인한 실업 가운데 역사적으로 가장 극단적인 사례 중 하나는 미국 농업의 기계화에 관한 것이다. 1800년대 후반 미국 노동자의 절반이 농업에 종사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1~2%에 불과하다. 트랙터, 콤바인, 수확기, 다른 농업 기술의 출현으로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되돌릴 수 없이 증발했다.
이런 변화는 농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이 공장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하면서 중단기 실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실직한 노동자들은 상승하는 제조업 부문이 흡수됐고 장기적으로 평균 임금과 전체적인 번영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공장이 자동화되거나 해외로 이전하면서 이번에는 노동자들이 서비스업 부문으로 다시 옮겨가야 했다. 오늘날 미국 노동자의 80%가 서비스 산업에 고용돼 있다.
핵심 질문은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초래한 공용 시장 혼란이 이와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지 여부다. 인공지능은 농업을 바꾼 농업 기술처럼 노동 절약형 혁신의 사례일까? 아니면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혁신일까?
사실 인공지능은 다르다는 것이 내가 해온 주장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의 핵심 주제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인공지능은 전기와 다를 바 없이 체계적인 범용 기술이며 따라서 궁극적으로 경제와 사회의 모든 측면으로 확장되고 스며들 것이다. 역사적으로 노동시장의 기술적 혁신은 부분별로 영향을 끼치는 경향이 있었다. 농업 기계화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했지만 제조업 부문의 성장으로 노동자를 흡수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제조업이 자동화되고 공장이 저임금 국가로 이전하자 빠르게 성장하는 서비스업 부문이 실직한 노동자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반면에 인공지능은 경제 모든 부문에 거의 동시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여기에 미국 노동력의 대다수가 종사하고 있는 서비스업 부문과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포함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기존 산업에 촉수를 뻗어 변화시킬 것이고 미래에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은 처음부터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최신 혁신을 포함할 것이다. 다시 말해 수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완전히 새로운 부문이 기존 산업의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어떻게든 흡수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미래 산업은 디지털 기술, 데이터 과학, 인공지능의 기반 위에 구축될 것이다. 따라서 엄청난 수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 노동자들이 하는 일 중 많은 것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성격의 일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핵심은 노동자들이 담당하게 될 활동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현재 노동력의 절반 가량이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성격의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업무는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비슷한 구성의 작업이나 과제를 계속 접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일의 본질은 시간이 지님에 따라 노동자가 한 일을 반영하는 과거 데이터에 압축돼 있다. 이런 데이터는 결국 많은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법을 파악하는데 사용될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풍부한 자원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거의 모든 종류의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일들이 사라질 미래를 마주하고 있고 이런 일에 최적화된 노동자에게는 특히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20세기에 걸쳐 일어난 노동 절약형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자들은 다른 부문으로 옮겨갔지만 대부분은 주로 단조로운 일을 계속했다.
1900년대에 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1050년에는 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하고 지금은 월마트에서 바코드를 스캔하는 계산원으로 바뀌어왔다고 상상해보자. 전혀 다른 부문의 매우 다른 직업인 것 같지만 크게 보면 모두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업무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일부 새로운 부문은 실직한 노동자를 수용할 만큼 단조로운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노동자들은 근본적으로 비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곳으로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효과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거나 비일상적인 분석이나 창의적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종종 요구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했던 일과 완전히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가 충분하다고 가정해도 일부 노동자는 성공적으로 옮겨가겠지만 대부분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노동인구 가운데 상당 부분이 결국 고용 시장에서 배제될 위험에 처하는 시나리오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