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인 매트 리들리가 쓴 '혁신에 대한 모든 것'은 혁신은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역사 속 많은 사례들을 통해 강조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가짜 혁신을 언급하면서 일론 머스크가 주장한 하이퍼루프를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은 점도 눈길을 끈다.
2013년 테슬라 자동차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하이퍼루프라는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발표한다. 그는 도시 사이를 잇는 기존 고속 철도 계획이 낡고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인 기술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쁜 날씨가 구애 받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자체 동력을 얻고 지진에 견디고 경로에 장애물이 놓일 일도 없는 더 안전하고 빠르고 저렴하고 편리한 새로운 소송 방식을 찾아볼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승객 스물여덟명을 태운 버스가 부분 진공 상태인 튜브 속을 자기 부상 상태에서 시속 1220 킬로미터로 달리는 방식이 해답이라고 제시했다.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리튬 배터리로 말이다. 그 방법을 쓰면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5분에 갈 수 있고 건설에는 총 75억달러 그러니까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비용의 약 20분의 1 밖에 안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빠른 운송을 제약하는 가장 큰 요인이 공기 저항이라고 한 그의 말은 옳으며 바퀴의 마찰도 또 다른 요인이다. 비행기가 성층권까지 올라가고 미사일이 우주까지 튀어 나갔다가 돌아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비행기는 어느 정도 날씨에 의존한다. 그러나 지표면 고도에서 공기를 희박한 상태로 만드는 일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자기 부상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튜브 안에서 고속으로 가속하고 회전하는 것은 위험하고 실현하려면 꼼꼼한 공학이 필요하다. 주로 직선으로 나아가고 아주 완전한 곡선을 돈다고 해도 다를 바 없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는 직접 건설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남들이 진행하도록 할 오픈소스 착상으로써 툭 내놓은 것이다. 몇달 지나지 않아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 그 착상을 실현하겠다는 여러 스타트업이 출현했다.
저자는 하이퍼루프가 기존 교통 수단보다 더 싸다거나 더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은 헛소리라고 잘라 말한다.
이꿈을 추구하는 기업가들은 대부분 현재 머스크가 제시한 저압 방식이 아니라 거의 완전한 진공 상태를 구현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투자 상담사들은 전세계에서 잘 다듬은 파워포인트 발표로 쉽게 속는 투자자들을 꾀고 있다.
첫째 그것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일찍이 1800년에 조지 메드허스트는 공기 펌프를 써서 마차를 움직이는 바람 기관에 특허를 냈고 1812년에는 공기의 힘과 속도로 폭 9미터의 튜브 속에서 철로 위로 상품과 승객을 빠르게 운송할 계획을 세웠다. 1859년에는 증기기관으로 압축한 공기를 사용해 최대 시속 약 100킬로미터로 지하 튜브를 통해 우체국 사이에 소포를 주고 받는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런던뉴매틱디스패치컴퍼니가 설립되었다. 그런데 비용과 기술 측면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했다.
물품이 계속 튜브에 걸렸다. 압축 공기를 이용한 승객 수송은 떄때로 시도외었지만 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19세기의 여러 계획에는 진공 개녕이 들어 있지 않았지만 진공 개념도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1910년 로버트 고다드는 머스크와 똑같은 계획을 내놓았다. 공기를 밴 튜브 안에서 자기를 이용해 열차를 움직여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20분에 간다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은 제도판을 벗어나지 못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많은 이들이 진공 튜브 안에서 움직이는 자기 부상 열차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 이상에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으며 어떤 기술적 돌파구가 일어나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볼 이유도 전혀 없다. 교통 기술 분야에는 무어의 법칙이 적용된 적이 없다. 아마 운송해야할 대상인 사람이 점점 작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공학적 문제도 있다.
길이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서 진공을 유지할 튜브를 만들려면 가벼울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직선으로 평탄하게 직선으로 놓으려면 튼튼한 벽과 토대도 필요할 것이다. 또 추운 밤에 이어 더운 낮이 찾아 올떄 연결 부위의 열팽창도 고려해야 하며 그러면서도 기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게다가 방대한 표면의 면적 1제곱센티미터당 높이 10미터의 물기둥이 누르는 것과 같은 대기 압력도 견딜수 있어야 한다. 진공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긴급 상황에서는 승객을 구하기 위해 튜브 속을 대기압 상태로 돌려 놓을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안을 쓰려면 누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튜브의 압력을 다시 높이고 다시 낮추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포드 자체는 늘 가압된 상태로 있어야할 것이고 승객을 대기압 상태에서 태운 뒤에 에어록을 통해 진공 속으로 들어갈 텐데 고장이 날수도 있다. 물론 이런 문제 중에 극복 불가능한 것은 없지만 그런 일을 해결하려면 영리한 예측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시행 착오를 겪어야 하고 그 과정에 큰 비용이 들어갈수도 있다.
토지와 에너지 문제도 있다.
하이퍼루프를 뚫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터널 안에 설치하거나 지상에 기둥을 세우고 설치해야 할 텐데 토지는 싸지 않을 뿐더러 집, 도로나 강, 산을 통과하지 않으면서 지상에 직선 경로를 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하이퍼푸르를 어째서 철도보다 저렴하게 설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일본의 신칸센 같은 현대의 자기 부상 열차는 일반 열차보다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쓴다. 진공안에서 달리면 에너지가 절약되겠지만 거기에는 댓가가 따른다. 진공 펌프는 동력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데 도움을 줄 공기저항이 없으므로 제동할 때 에너지가 더 든다. 머스크는 모든 에너지를 태양 전지판에서 얻겠다고 구상하지만 태양 전지판 자체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해도 토지, 기반 시설, 유지 관리 비용 때문에 태양광은 여전히 비싸다. 태양 농장을 조성하려면 많은 땅이 필요할 것이고 밤에 열차를 운행하려면 많은 배터리가 필요할 것이다.
노선의 수송량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시간당 승객 5000명을 수송하려면 터널로 28명이 탄 포드를 한시간에 180대 보내야 한다. 그러려면 1분에 세번 출발해야 한다. 제시간에 출발할 포드를 타려면 일찍와서 줄을 서야 할 것이다. 따라서 출발지는 아주 바쁜 공항처럼 보일 것이다. 포드들의 목적지가 서로 다르다면 더욱 그렇다. 아직 보안 문제는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공항 못지 않게 엄격할 것이다.
결국 하이퍼루프는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기존 교통 수단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는게 저자 생각이다.
의지가 강한 혁신가라면 이런 문제 중 일부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비용을 절약하여 하이퍼루프가 열차나 비행기와 경쟁할 수 있게 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자동차와 열차와 비행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비효율적인 하이퍼루프라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열차와 비행기라는 교통 수단이 존재하며 하이퍼루프는 오래 전에 자리를 잡은 이런 수단과 경쟁하면서 수익을 내야 한다. 우리가 혁신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에 하이퍼루프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