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 연구 기업 누멘타 창업자인 제프 호킨스가 쓴 천개의 뇌에 따르면 뇌는 크게 두부분으로 나눠진다.
하나는 오래된 뇌고 다른 하나는 신피질로 불리는 새로운 뇌다. 뇌는 오래된 부분들 위에 새로운 부분들을 추가하면서 계속 진화했다. 오래된 뇌는 본능과 생존에 관한 것이고, 신피질은 지능에 관한 부분이다. 이에 저자는 일반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신피질의 원리를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신피질은 모든 포유류에 있고 사람은 뇌 전체 부피에서 신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악어의 뇌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적절한 신피질이 없다. 결국 사람의 지능이 뛰어난 건 신피질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피질은 종종 오래된 뇌에 종속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뇌를 통해 보는 세상은 실제 세계가 아니라 모형이다. 다시 말해 시뮬레이션된 세계를 보는 것이다.
모형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틀릴 때도 종종 있다. 사람들이 보는 세상이 똑같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구는 평평하고 기후 변화는 없다고 믿는 이들이 있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틀린 신념은 뇌의 모형이 물리적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을 때 생겨난다. 환상사지를 다시 생각해 보자. 환상 사지는 신피질에 팔다리 모형을 만드는 피질 기둥이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 피질 기둥들에는 몸에 대한 팔다리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내는 신경세포들이 있다. 팔다리가 제거된 직후에도 이 피질 기둥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고 여전히 팔다리 모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실제 물리적 세계에는 그 팔다리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당사자는 그 팔다리가 여전히 어떤 자세로 자기 몸에 붙어 있다고 믿는다. 환상사지는 틀린 신념의 한예이다. 환상사지 지각은 대게 뇌가 자신의 신체 모형에 적응하면서 몇달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몇년 동안 지속되는 사람도 있다.
이같은 상황은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는 이들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이번에는 또 다른 틀린 모형을 살펴보다.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수만년 동안 모든 사람의 경험은 편평한 지구 개념과 일치했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왜 아직도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까? 우주에서 본 지구 모습이나 남극점을 횡당한 탐험가들의 이야기처럼 정 반대되는 감각 입력 앞에서 이들은 어떻게 편평한 지구 모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신피질이 늘 예측을 한다고 한 이야기를 떠올려 보라. 예측은 뇌가 자신의 세계 모형이 옳은지 그른지 검증하는 수단이다. 예측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면 모형이 뭔가 잘못이 있으므로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된다. 예측 오류가 일어나면 신피질의 활동이 갑자기 활발해지면서 우리의 주의를 오류를 초래한 입력으로 향하게 한다. 예측 오류를 낮은 입력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신피잘은 모형에서 그 부분을 다시 배운다. 그 결과 세계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뇌의 모형이 수정이 일어난다. 수정된 모형은 신피질에 내장되고 보통은 신뢰할 수 있게 작동한다.
편평한 지구처럼 틀린 모형을 고수하려면 자신의 모형과 상충되는 증거를 무시해야 한다. 편평한 지구를 믿는 사람들은 어떤 증거라도 직접 감각을 통해 느낀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진은 조작된 것일 수 있다. 탐험가의 이야기는 지어낸 것일 수 있다. 1960년대에 사람을 달로 보낸 사건은 할리우드에서 만든 작품일 수 있다.
직접 경험한 것만 믿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사람은 우주 비행사가 아닌 한 편평한 지구 모형을 믿게 될 것이다. 틀린 모형을 유지하는 사람은 자신의 주변을 동일하게 틀린 믿음을 가진 사람들로 에워쌈으로써 자신이 받는 입력이 자신의 모형과 일치할 가능성을 높이면 큰 도움이 된다. 역사라로 이런 태도는 자신을 비슷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에 물리적으로 격리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오늘날에는 인터넷에서 선택적으로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슷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기후 변화도 마찬가지다. 책을 보면서 틀린 신념을 가진 사람들 마음을 바꾸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기후 변화의 예를 생각해 보라. 인간 활동이 지구 기후에 대규모 변화를 초래한다는 증거는 아주 많다. 이런 변화는 막지 않을 경우 수십억명의 죽음이나 이주를 초래할 수 있다. 기후 위기 앞에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느냐를 놓고 타당한 논의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 이들의 세계 모형은 기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혹은 설령 기후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도 염려할 것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압도적인 물리적 증거 앞에서 어떻게 틀린 신념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들은 편평한 지구 모형을 믿는 사람과 비슷하다. 이들은 대다수 사람들은 믿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관찰한 것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말해주는 것에만 의존한다.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한 이들은 그것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극심한 기상 사건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피해를 경험하면 기후 변화를 믿게 된다는 증거들이 있다.
개인적 경험에만 의존해서 살아가더라도 지구가 편평하고 달 착륙은 날조이며 인간 활동은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를 초래하지 않고 종은 진화하지 않으며 백신은 질병을 일으키고 총기 난사는 조작된 것이라고 믿으면서 비교적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