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관휘 교수가 쓴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를 읽다 보니 상장 기업들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보스는 유명 스피커 브랜드다. 2015년 연매출은 한국돈으로 무료 3조9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우량 기업의 주식을 사고 싶어도 거래소에서 할수가 없다.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상장할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비상장 기업으로 남은 건 창업주인 아마르 보스 박사의 경영 철학을 따른 탓이다. 유명 운동화 브랜드인 뉴발란스 역시 비상장 기업이다. 그외에도 암웨이, 스테이플스 등 비상장 기업의 예는 많다.
나름 이유들이 있다.
비상장 기업이 늘고 있는 이유에는 신규 상장이 주어드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 상장을 폐지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도 포함된다. 2017년 전세계 상장 기업 수는 4만5000개인데, 이는 2013년에 비해 500여개 이상 감소한 수치다. 미국에서만도 1996년 8000개를 넘던 상장기업의 수가 점차 감소해 2017년에는 절반으로 줄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들 중에도 비상장인 곳들이 꽤 많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주주우선주의 역시 주요한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주주우선주의가 기어들로 하여금 상장을 기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업이 상장을 하고 광범위한 주주들로부터 돈을 받아 투자를 하도록 돕는 것이 자본시장의 존재 이유인데 주주 때문에 상장을 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성장성이 큰 기업이라면 벌어들인 현금을 미래를 위해 투자함으로써 더 많은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주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우선적으로 써버리다 보면 투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행동 주의 펀드의 간섭에 따라 장기적인 성장성을 포기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아예 상장을 하지 않거나 상장을 폐지하고 비상장 기업으로 복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상장 기업이 줄어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세계적인 자금 잉여 현상이다. 굳이 기업을 공개하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많이 생긴 것이다. 그중 하나가 사모펀드다. 사모펀드에는 주로 기관 투자자나 상당한 수준의 자산가들이 자금을 투입한다. 이들은 대개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대상과 전략에 대한 비교적 높은 수준의 이해를 갖고 있으며 따라서 펀드가 워험이 높은 대상에 투자하더라도 이를 적절히 평가하고 용인할 준비가 되어 있다. 수익이나 손실 또한 비공개로 모집한 소수의 투자자들에게만 분배되므로 투자 결과를 투자자가 책임진다는 큰 원칙 하에 규제 수준도 그리 높지 않다. 어떤 회사가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주식을 상장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에 따르면 상장 후 기업들 혁신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들이 좀더 과감하게 미래를 위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법인사를 깎아주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그로 인해 절감한 현금을 투자가 아니라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을 꼽으려면 아마 애플을 최상위에 놓을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2013년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전세계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순위를 보면 폭스바겐이 1위를 차지했고 애플은 세계 46위에 머물렀다.
스탠포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사이 번스타인 교수는 1985년부터 2003년까지 상장한 미국 벤처 기업들을 상대로 나스닥 상장 이후 혁신성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왔다. 혁신은 출원한 특허의 양과 질을 측정했다. 벤처 기업들은 상장을 하고 나면 더 이상 혁신을 꾀하고 않고 있었다. 적어도 회사 내부에서 연구 개발을 통해 이루어내는 혁신은 그랬다. 혁신은 주로 외부에서 왔다. 상장을 통해 자본 조달 능력을 황충한 회사들이 주로 인수 합병을 통해 기술력을 보강하고 새롭게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상장 이후 혁신의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