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미디어 및 기술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인 조너선 A. 니가 쓴 플랫폼 제국의 거인들은 제목만 보면 테크 플랫폼이 갖는 잠재력을 칭송하는 책이거니 했는데 읽어 보니 플랫폼 자체애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를 비판적하는 관점이 적지 않다. 승자 독식이나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서도 근거 없이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는게 저자 지적이다.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었다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저자는 플랫폼 비즈니스도 경쟁 우위와 관련해 전통적인 요소들이 많은 영향을 미치며,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한다.
핵심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입 장벽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저자는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현재와 미래를 비판적인 앵글을 섞어 조명하는데, 애플 서비스 사업에 대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하드웨어 만큼 성공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서비스의 상대적 성장과 수익성을 감안하면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서비스가 애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애플 사업 전체를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서비스에 미래를 거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유 때문에 여기에 모든 것을 걸기 전에 잠시 맞춰서서 고민해봐야 한다. 첫째는 서비스 분야에서 이 회사가 지금까지 거둔 성과다.
애플이 최근까지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았던 서비스 사업을 보고하는 방식은 이 회사의 명백한 양면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보고 내용은 또한 해당 분야에서 애플이 진행한 다양한 이니셔티브 성과가 매우 고르지 못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놀라운 기기를 설계하는데 꼭 필요한 기술과 프로세스가 중동성이 있는 서비스 개발 요건과는 다르다는 것을 암시한다. 2015년까지만 해도 애플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되었는지를 다룬 기사에서 왜 애플은 온라인 서비스를 그렇게 못만드는가?라는 제목의 섹션이 포함되어 있었다.
세간의 이목을 끈 당황스러운 사건 목록은 짧지 않다. 2001년에는 아이튠즈가 거둔 압도적인 성공이 가장 기억에 남지만 애플이 2000년에 시작한 아이툴스와 2002년에 시작한 '닷맥'이라는 온라인 서비스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전자는 인터넷 기반의 무료 서비스였고 후자는 맥 사용자들의 인터넷 생활을 위한 강력한 도구를 제공하는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라고 선전한 구독 상품이었다. 둘다 심한 혹평을 받았다. 2008년에 모바일미 라는 이름으로 재출시된 이 서비스와 관련해 스티브 잡스가 "모바일미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줄 사람이 있을까?"라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모바일 서비스가 마침내 중단되고 주요 기능이 아이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옮겨가기까지 4년이 걸렸다. 2011년에 출시된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는 오늘날에는 성공작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몇년 동안은 신뢰성과 성능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 2010년에 선보였다가 다행히 일찍 수명을 마감한 음악 소셜 네트워크 '핑'도 있다.
제품에 비해 박한 서비스 사업 이익률도 고려해야 한다.
애플 서비스가 실물 제품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마진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회사 측에서 2020년에 500억달러 규모의 사업 카테고리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이 분야에는 매우 다양한 재정 프로필을 지닌 매우 다양한 범위의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예로 구글이 이 플랫폼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채택되기 위해 지불하는 연간 수십억달러의 라이선스 비용은 이익률이 100퍼센트에 근접해야 하며, 최대 1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어마어마하게 가치 있는 수익원이 애플 전체 수익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사실 때문에 구글은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을 당하게 되었다.
반면 애플의 성장에서 불균형한 몫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많은 서비스 카테고리는 이보다 이윤이 훨씬 낮은 사업이다. 2015년 출시된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서비스 부문 중 하나는 애플 뮤직 구독 서비스다. 애플은 부문별 수익을 밝히지 않지만 직접적인 경쟁사인 스포티파이가 공개한 총이윤은 25%에 불과하다. 직접비인 75퍼센트 대부분은 아티스트에게 지급하는 저작권료인데, 보도에 따르면 음반사들이 애플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받는다고 한다. 전세계 가입자수가 애플 뮤직보다 약 2배 정도 많은 스포티파이도 2019년에 처음으로 손익 분기점을 넘었다. 따라서 이 사업은 애플에게 이익이 될것 같지 않다.
예상되는 서비스 성장 요소 가운데 가장 최근에 추가된 중요 부문은 2019년에 시작한 애플TV플러스 동영상 구독 사업이다. 음악 서비스와 다르게 애플은 기존의 저작권 소유자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뿐만 아니라 이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까지 하고 있다. 음악 서비스 때처럼 애플은 규모가 훨씬 큰 기성 사업이 존재하는 시장에 진입하면서 벤처의 경제성에 대한 큰 통찰은 제시한다. 애플이 이 서비스 분야에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은 음악 분야보다 훨씬 낮다고만 말해도 충분할 것이다.
애플 브랜드 파워가 서비스에선 생각만큼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걸림돌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애플 브랜드의 본질과 가치로 돌아가보자. 애플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다. 애플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의 주된 특징은 핵심적인 제품 카테고리 너머로 확장하기가 매우 어렵고 잠재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애플 컴퓨터에서 애플로 훌륭하게 전환한 이 브랜드는 PC와 노트북에서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성공적으로 이동하면서 기본적인 메시지도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자 제품의 잠재적 영역이 확대되는 와중에서도 애플의 후광을 신제품 카테고리까지 옮겨온 실적을 엇갈렸다. 제품 자체나 브랜드의 한계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수년 동안 애플은 시계, 텔레비전, 비디오 게임 콘솔 등에서 좌절을 겪었다.
우리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저렴한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영역으로 이동함에 따라 애플이라는 명품 브랜드의 가치는 훨씬 저하 되었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가치 제안은 기술 또는 디자인적 화려함에 아니라 매력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는 것이다. 애플은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한 경험이나 실적이 없다는 사실과는 완전히 별개로 콘텐츠 제작자들의 브랜드도 역사적으로 제품 성공과 거의 관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