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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Jun 25. 2017

그래도 한국은 살만한 곳이 아니다

[북앤톡]장강명의 한국이싫어서를 읽고

'댓글부대'를 재밌게 읽은 이후 관심을 갖게 된 작가 장강명씨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


30대 여성이 한국에서 사는 것에 지쳐서, 호주로 이민을 갈 결심을 하고,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을 편지글 형식에 담아 전하는 소설이다. 실제 인물들을 인터뷰한 내용에 기반한 것이어서, 리얼리티가 많이 느껴진다. 

다 읽고 나니 한국이 싫어서는 한국이라는 국가가 만든 사회 구조에 둥굴둥글하게 맞춰 사는 것이 정신적으로 너무 너무 힘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야기 같다. 힘들어도 사는게 다 그렇지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사는 것과는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고리를 끊으려면 일단 지르고 보는 것이 상책이다. 주인공 계나처럼 말이다. 


'한국이 싫어서'에는 한국 사회를 예리하게 비추는 인상적임 문장들이 꽤 많다. 국가 중심죽의적 세계관에 대한 '계나'의 반론도 그 중 하나였다.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 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내고 할건 다했어.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아라든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지켜줬어.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사람 도리를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가 국가의 명예를 생각해야 한다는 식이지. 내가 외국인을 밀치고 허둥지둥 지하철 빈자리로 달려가면, 내가 왜 지하철에서 그렇게 절박하게 빈자리를 찾는지 그 이유를 이 나라가 궁금해할까? 아닐걸? 그냥 국격이 어쩌고, 하는 얘기나 하겠지. 

그런 주제에 이 나라는 우리한테 은근이 협박도 많이 했어. 폭탄을 가슴에 품고 북한군 탱크 아래로 들어간 학도병이나, 중동전쟁 나니까 이스라엘로 모인 유대인 이야기를 하면서 여차하면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눈치를 줬지. 

그런데 내가 호주 와서 이스라엘 여행자들 만나서 얘기 들어보니까, 얘들도 걸프전 터졌을때 미국으로 도망한 사람이 그렇게 많았더구먼. 학도병들은 어땠을 거 같아? 다들 울면서 죽었을 걸? 도망칠 수만 있으면 도망쳤을 거다. 뒤에서 보는 눈이 많으니까 그러지 못한거지.

나도 알아, 호주가 무슨 천사들이 모여 사는 나라는 아니야. 전에 한번은 트레인에서 어떤 부랑자가 나한테 오더니 너희 나라로 돌아가 하고 소리를 지르더라. 시민권 취득 시험이라고, 없던 시험까지 생겼어. 문제도 꽤 어려워. 크리켓 선수 이름 같은게 막 문제로 나와. 그런데 내가 그 시험 공부하다가 그래도 호주가 한국보다 낫다고 생각한게 있었지.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나님이 보우하는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고. "끊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돼.

호주도 안좋은게 많겠지만 사는 환경에선 한국과는 급이 달라 보인다. 주인공 계나는 계속 말한다.


호주 국민이 되면 놀고 있어도 실업 연금 따박따박 나오고, 큰 병 걸리면 병원비 다 지원되거든. 집 처음 살때는 2만 달러쯤 돈이 나오고, 대학생 자녀 학비도 몇만 달러가 지원되고, 하녀튼 좋아. 호주 영주권 가치가 한국돈으로 10억원 쯤 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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