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자금 조달을 위해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를 포함해 다양한 이들과 접촉했다. 그런데 머스크가 연락도 안했는데, 먼저 투자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온 이가 있으니 지금은 파산한 암호화폐거래소 FTX 설립자 샘 뱅크먼 프라이드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 자서전을 보면 뱅크먼 프라이드는 트위터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돌리고 싶어 머스크가 간접적으로 투자 의사를 전달했지만 머스크는 블록체인 기반 트위터는 넌센스라고 생각했다.
투자 참여에 열성을 보인 사람 중 한명은 곧 불명예를 안게 되는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였다. 트위터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재건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자신이 효율적 이타주의의 지지자라고 주장했고 효율적 이타주의 운동의 창시자인 윌리엄 매캐스킬은 머스크에게 문자를 보내 둘의 만남을 주선했다. 머스크의 주거래 은행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그라임스는 뱅크먼프리드가 소셜미디어 블록체인 통합을 위한 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싶다며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머스크가 시간만 내주면 다음날이라도 오스틴으로 날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머스크는 이미 킴벌 및 다른 사람들과 블록체인을 트위터의 기간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바 있었다. 하지만 도지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로 한동안 재밌는 시간을 노내긴 했어도 머스크는 애초에 블록체인의 추종자가 아니었고 빠르게 흘러가는 트위터 게시물을 지원하기에는 블록체인의 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그다지 뱅크먼프리드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뱅크먼 프라이드가 제시한 투자금은 적지 않은 규모임에도 머스크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뱅크먼프리드가 서로 견해가 맞으면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그라임스가 거듭 보내자 머스크는 '싫어요' 버튼으로 응답했다. "대역폭과 대기 요구 시간을 P2P 네트워크로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블록체인 트위터는 불가능해요." 그는 언젠가 뱅크먼프리드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힙겹게 블록체인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는 경우에 만나겠다"라고 말했다.
얼마 후 뱅크먼프리드가 머스크에게 직접 문자를 보냈다. "당신에 트위터로 하려는 일이 정말 기대됩니다." 그는 자신이 1억달러의 트위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대로 롤오버 하고 싶다고 했다. "미안합니다만 누구신지요?" 머스크가 답장을 보냈다. 뱅크먼프리드가 사과와 함께 자신을 소개하는 문자를 보내자 머스크는 간결하게 답문을 보냈다. "롤오버 환영합니다"
이후 두사람은 30분 정도 전화로 얘기했는데, 서로가 서로에 더욱 안좋은 생각을 갖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이를 계기로 뱅크먼 프리드는 5월에 머스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헛소리 탐지기가 가이거 계수기의 적색 경보처럼 울렸지요." 머스크의 말이다. 뱅크먼 프리드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빠르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난 그가 거래에 대해 질문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어이, 진정 좀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느낌은 뱅크먼 프라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머스크가 제정신이 아닌것 같다고 생각했다. 통화는 30분 동안 이어졌고 뱅크먼프리드는 결국 투자에 합류하지도, 트위터 주식을 올오버하지도 않게 되었다. 머스크가 영입한 투자자로는 래리 엘리슨, 마이크 모리츠의 세쿼이아 캐피털,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 안드레센 호로위츠, 두바이 소재 펀드, 카타르 소재 펀드 등이 포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