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월가 테크 애널리스트 마크 마하니가 쓴 기술주 투자 절대 원칙에 따르면 기술주 투자에선 가장 중요한 것 첫째도 둘째도 매출이다. 저자는 매출과 가입자수 같은 고객 지표를 기술주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로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기관 투자자라면 밸류에이션 멀티플과 기업의 예상 매출 성장률을 비교하는 차트가 익숙할 것이다. 이베이는 2022년 약 7% 매출 성장률이 예상되며 매출액 대비 기업 가치는 4배다. 반면 캐나다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쇼피파이는 2022년 40%에 가까운 매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매출액 대비 기업 가치는 약 25배다. 이 차트의 핵심은 다른 모든 조건이 비교적 동일하다면 성장률이 높을수록 멀티플이 높다는 것이다.
기술주 투자는 다른 사고 방식을 요구한다. 전통적인 투자서는 순이익, 이익의 극대화, 자사주 매입, 배당에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기술주 투자자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기술주 투자자는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따라서 기업이 공격적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시작한다면 의심 많은 기술주 투자자는 뒤에 투자할 성장 확대 계획이 없습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기업이 배당금을 지급하기 시작할 때 비판적인 기술주 투자자라면 이게 끝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물론 수익성을 높이고 배당을 주는 정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적절한 시기에 이뤄진다면 옳은 조치임이 틀림 없다. 하지만 이런 조치를 취하기에 적절한 시기에 기술주 투자자는 그 주식에 관심을 잃었을 것이다.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선이 엿보인다.
앞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꽤 자주 사용하는 실적 성장 전략 중 하나로 인수합병이 있다. 용어의 격을 낮춘다는 걸 알지만 이 방법을 금융공학적 방법으로 분류하겠다. 나는 일반적으로 판매 증가, 신상품 출시, 지리적 시장 확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유기적 매출 성장이 획득한 성장보다 기술주 투자자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주도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엄청난 재무 가치를 창출하고 주가 상승을 이끈 인수 건이 몇개 있기는 했다. 2002년 이베이의 페이팔 인수, 2005년 프라이스라인의 부킹닷엔엘 인수, 2006년 구글의 유튜브 인수, 2012년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였다. 2003년 야후의 오버추어 인수도 들수 있을 것이다.
매출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매출이 없으면 이익이나 현금 흐룸도 창출해낼 수 없다. 물론 매출은 있는데, 순이익이나 현금 흐름은 만들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 수익성이 없는 기업이다. 다만 나는 먼저 매출을 창출해내지 않고 순이익이나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기술 회사는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따라서 매출은 순이익과 현금 흐름의 선행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기술주 투자자들이 기업보다 고유한 주요 고객 지표와 함께 매출에 집중해야 하는 첫번째 이유다.
두번재 이유는 공개 시장 투자자들이 다른 방식보다 매출 성장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에 더 높은 멀티플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기업이 순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세가지다. 매출을 증대시키거나, 영업 비용을 감소시키거나 금융 공학적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금융공학적 방법이란 손실 발생 자산을 매각하는 것, 세금이 더 낮은 지역으로 옮겨 세율을 줄이는 것, 투자 지분을 매각해 일회성 수익을 만드는 것,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 대차대조표의 현금 및 현금 등가물로 더 높은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것 등의 방법을 의미한다.
자신의 논리가 먹혀드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는 넷플릭스를 든다.
넷플릭스는 2013년부터 8년 연속 20% 이상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기술 분야에서 가장 인상적인 성장세를 자랑했다. 사실 이 성장률에는 적어도 2012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한 DVD 대여 매출이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보다 낮게 기록된 것이다. 이는 거의 전례 없는 성장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세계 GDP 성장률은 한자릿수 초중반대다. 지난 20년 동안 S&P 500 기업 매출 성장률 중간 값은 5~7%였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전세계 500대 기업의 핵심 매출 성장률의 4배에서 6배에 이르는 매출 성장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엄청나다. 가입자수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수는 2012년부터 20220년까지 2019년 한해만 제외하고 매년 빠르게 증가했다. 이렇게 유례 없는 매출과 주요 고객 지표의 성장이 넷플릭스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지난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도록 이끈 요인이었다.
핵심은 기술주의 상승을 견인하는데 매출과 고객 지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넷플릭스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적어도 다섯분기 또는 여섯 분기 정도 상당한 기간에 내가 20% 이상이라고 정의한 높은 매출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한 회사를 발견했다면 향후 매우 좋은 주식이 될 종목을 찾아낸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 같은 구독 사업에서는 큰 상승세를 놓쳤을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