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에서 콘텐츠 유료화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보는 쪽이다. 미디어로 넘어가면 특히 그렇다. 콘텐츠가 나름 좋다고 해도 유료화 전략이 먹혀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고정관념처럼 밖혀 있다.
게임 등을 제외하면 한국의 사용자들은 돈을 주고 디지털 콘텐츠를 사용하는데 인색하다는 것이 고정관념의 주요 내용이다. 무료 콘텐츠가 넘쳐나는데, 조금 괜찮다고 유료 콘텐츠에 지갑을 여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미디어들이 먹고살기에는 부족한 수치였던게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콘텐츠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그렇게 하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하는 매체들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반복해왔다. 한번 뿌리를 내린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바뀌지 않은 생각은 언제부터인가 고정관념처럼 되었다.
그런데, 10년이 훨씬 넘게 뿌리를 밖고 있던 유료화에 대한 나의 회의론은 요즘들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바뀐 생각의 핵심은 독자 기반이 탄탄하고 규모가 작은 매체라면 유료화는 해볼만한 카드일 거 같다는 것이다. 사례도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아웃스탠딩의 경우 지난해 유료 모델을 선보인 이후 나름 안정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결과라는 판단이다.
최근에는 이이제이의 이동형 작가가 중심으로 진행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수다맨들이 소액 유료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편당 얼마를 받을지는 모르겟지만 몇백원 수준이 아닐까 싶다.
수다맨들 평균 다운로드수가 150만 정도다. 진행자들은 소액 유료화를 하면 다운로드 수치는 크게 줄겠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사용자 기반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는 모습이다.
수다맨들의 유료화 성공 가능성에 대해 찬반 의견이 분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광고 수입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보다는 수익 측면에서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수다맨들이라는 팟캐스트가 나름 들을만한 콘텐츠인데다 팬심까지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다맨들 청취자들 중에는 로열티가 있는 이들이 많다. 진행자들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구경꾼의 눈엔 수다맨들은 유료화를 하면 그래도 들어줘야지 하는 청취자층이 꽤 있어 보인다.
팬심과 나름 괜찮은 수준의 콘텐츠 간 결합은 유료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엔진이 될 수 있다.
수동적인 사용자가 아니라 여기가 잘됐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다시 말해 응원하는 입장에 서 있는 이들을 많이 확보한 그리 크지 않은 매체가 유료화를 추진한다면 해볼만한 도전이 되지않을런지...수다맨들의 유료화에 대해 고정관념같은 나의 회의론을 들이대지는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