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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챗과 우버 같은 트레이딩 앱 로빈후드 UX의 속살

by delight


블룸버그 뉴스 편집자 너새니얼 포터가 쓴 책 '분노 세대'를 보면 로빈후드는 신세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트레이딩 앱이다.


기존 월가 투자 패턴과는 다른 성향으로 무장하고, 월가 등 기득권에 반감이 심한 젊은 남성들이 주축이 된 레딧 커뮤니티인 월스트리트베츠에서 로빈후드는 개인 투자자들의 이익 보다는 사익과 거대 헤지먼트들의 이해 관계를 먼저 챙긴다는 이유로 수시로 뭇매를 맞지만 그래도 거래를 할 때는 로빈후드를 쓰는 '역설'들이 수시로 벌어진다.


로빈후드가 강조하는 사용자 경험(UX) 전략을 보면 나름 이해가 되기도 한다. 책에 소개된 로빈후드는 기존 증권 거래 앱과는 많이 다른 DNA를 갖고 출발했다.


로빈후드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각각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하다가 만난 블래드 테네브와 바이주 바트가 2012년에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다.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두 사람은 창업 당시 미국 젊은 층이 주식 시장에 관심이 부족했던 탓에 자금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마침내 2014년 말에 아이폰 앱 스토어에 정식 버전을 출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투자자를 확보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이미 고객에게 스마트폰 거래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아예 스마트폰 전용으로 설계된 트레이딩 애플리케이션은 로빈후드가 최초였다. 로빈후드 앱은 웹사이트를 단순히 스마트폰 화면에 맞게 축소한 형태가 아니라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숫자는 큼지막한 네온 컬로로 표시되었고 주식을 매수화려면 손가락으로 버튼 하나만 살짝 밀면 끝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매할 때 마다 증권사에서 부과하던 10달러의 거래 수수료를 없애버린 로빈후드의 혁신적인 정책도 큰 화제가 되었다. 거래 수수료를 낮춰서 더 많은 사람을 주식 거래ㅗ 끌어들이려는 증권사들 사이에서 벌어진 오랜 경쟁의 결과였다. 로빈후드의 혁신은 단지 수수료를 없애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스타트업은 기존 증권사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복잡한 차트와 데이터도 과감히 없애버렸다. 경험 많은 트레이더에게는 이러한 차트와 데이터가 매우 유용했다.
그러나 로빈후드 공동 창업자들은 숫자와 글자가 뒤섞인 이 복잡한 정보가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주식 투자를 어렵고 두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공동 창업자이자 디자인을 담당한 바이주 바트는 스냅챗과 우버를 살펴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투자자 앱을 실행한 후 30초 내에 거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래서 앱을 실행하면 첫 화면에 현재 투자자가 소유한 포트폴리오 가치를 보여주는 단일 차트 하나만 보이도록 만들었다. 각 주식 페이지는 가격 차트 하나와 매수 버튼 하나로 단순하게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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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를 상징하는 서비스들과 DNA를 많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로빈후드가 변화를 도입한데는 단순히 서민을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는 목적만 있는게 아니었다. 로빈후드는 사용자가 최대한 자주 거래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창줄하고 있었다. 로빈후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증권사처럼 고객이 뮤추얼 펀드 같은 상품에 장기 투자할 때 소수의 수수료를 징수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대신 고객이 거래할 때마다 수익이 창출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간소화했다. 표면적으로는 수수료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으로 경험이 적은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정보를 이용하고자 하는 월가 기업들이 대신해서 수수료를 지불했다.
이 회사들은 로빈후드 이용자가 주식을 사고 할때마다 주당 소액의 수수료를 로빈후드에 지급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가리켜 '주문 흐름에 대한 지불'(Payment for order flow)이라고 한다. 다른 증권사도 주문 흐름에 대한 지불을 받았지만 로빈후드만큼 그 비중이 높지는 않았다. 로빈후드가 다른 증권사와 경쟁하려면 이용자의 거래량이 더욱 증가해야 했다. 로빈후드 앱에는 자동 알림 등 이용자에게 수시로 매매를 유도하는 기능이 많았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주 거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주식을 사고 하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장기적으로 수익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존재한다.
로빈후드는 스마트폰, 비디오 게임, 소셜 미디어가 인기를 끌면서 비롯된 여러 트렌드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인스타그램과 함께 성장한 젊은 세대는 라디오 방송국이나 TV 채널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모든 것을 개인의 취향에 맞춰 직접 선택하는데 익숙했다. 이들에게 S&P 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기업의 주식을 포함하는 뮤츄얼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현명한 결정일 수는 있어도 러디오 방송국의 톱 40 차트처럼 지루하고 확일적인 상품처럼 보였다. 아이팟이나 스마트폰으로 자신만의 재생 목록을 선택하며 자라온 밀레니얼 세대는 주식 또한 자신만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고르고 싶어했다.


로빈후드는 게임에도 가깝다.


로빈후드의 단순한 디자인과 네온 컬러도 비디오 게임을 즐기며 자란 이들에게 매우 친숙하게 다가갔다. 로빈후드는 거래 직전에 한번 들여댜 봐야겠다는 유혹이 생길 수 있는 복잡한 데이터와 연구 자료는 모두 제거하고 큼지막한 버튼과 눈에 띄는 색상으로 대체해 거래가 마치 게임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특히 바트는 데이터앱인 틴더에서 사용자가 마음드는 상대를 골라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기만 하면 매칭이 성사되듯, 로빈후드에서도 손가락으로 바튼을 밀기만 하면 주식을 매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젊은 남성들은 비디오 게임과 빠르고 비싼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이 새롭게 보다 본능적인 주식 거래 방식에 흥미롸 매력을 느꼈다. 시간과 돈을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틀 안에서는 거의 얻지 못하는 도파민의 분출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주식 거래 직후에 뇌의 전전두엽 피질에서 잠재적 보상을 기대하며 도파민이 약간 분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젊은 남성은 도파민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 로빈후드는 전통적인 증권사 앱에서 제공하던 중요한 정보를 과감히 삭제했다.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뱡으로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정보를 제거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신규 투자자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대놓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깟 위험쯤 감수하고 가는거지. 지루하고 안전한 거래 따위 개나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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