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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가 살뻔 했는데...딥마인드 매각 비하인드 스토리

by delight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파미 올슨이 쓴 패권: 누가 AI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인가를 보면 AI 역사에 큰 획을 그은 회사들인 딥마인드, 오픈AI를 이끈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안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흥미롭게 소개돼 있다.


딥마인드가 구글에 6억5000만달러에 인수되기전 페이스북(지금 메타), 테슬라와 먼저 합병 얘기가 있었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특히 페이스북은 구글보다도 많은 금액인 8억달러 카드를 내밀었는데도 딥마인드 인수에 실패했다. 딥마인드가 개발하려는 AGI를 페이스북이 너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딥마인드 경영진은 이걸 막을 통제 장치를 마련하려 했지만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정적으로 안정되었다는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허사비스와 슐레이먼은 AI 분야 최고 인재들을 영입하는 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중이엇고 그들이 구상한 수익 창출 아이디어들은 체게적이지 않고 혼란스러웠다. 한번은 딥러닝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패션 관련 조언을 제공하고 옷을 추천해 주는 웹사이트 제작을 시도했다. 얼마후에는 허사비스가 엘릭서에서 함꼐 일했다가 이제는 딥마인드 소속이 된 직원들에게 비디오 게임을 개발해 보라고 지시했고 엔지니어들은 우주여행 모델을 주제로 한 게임을 만들었다. 전 딥마인드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들이 로켓을 타고 달에 가는 경쟁을 벌이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아이폰 전용 앱을 출시하려 준비하고 있을 때 허사비스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AGI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올수 있을만한 기회였다. 페이스북의 인수 제안이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는 기업 인수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약 1년 전에는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에 인수해 소셜 미디어 최강자의 자리를 굳히는 길에 나섰고 이제 몇 달 후면 무려 190억달러를 지불하고 왓츠앱을 인수하게 될 터였다. 그는 페이스북 제국을 확장하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고 AI는 그 야망의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페이스북은 수익의 약 98%를 광고에서 얻었다. 하지만 광고 수익을 더 많이 올리고 계속 성장하려면 사용자들이 해당 사이트에서 머무는 시간을 더 늘려야했다. 딥마인드에 있는 최고의 AI 과학자들이라면 그 지점을 도와줄 수 있었다.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샅샅이 훑을 수 있는 더 똑똑한 추천 시스템을 갖춘다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한층 더 똑똑해진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좋아할만한 사진과 포스트, 동영상을 보여주어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것이다.
이 인수 제안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허사비스에게 인수 가격으로 8억달러를 제시했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매각된 회사에 4~5년 동안 남을 경우 일반적으로 받는 보너스를 별도 책정하는 조건이었다. 이는 허사비스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허사비스와 슐레이먼은 머리를 맞대고 고심했다. AGI는 저커버그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질 테니, 딥마인드를 인수하는 대기업이 AI를 잠재적으로 해로운 기술로 만들지 못하게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페이스북이 AGI를 악용하지 않겠다는 계약서 상의 약속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비영리단체들과 일했던 경험을 떠올린 슐레이먼은 허사비스와 레그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페이스북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이 기업이 딥마인드의 기술을 신중하게 활용하도록 감독할 수 있는 모종의 지배구조를 맞들자고 말이다. 이런 요구사항 앞에서 저커버그는 주춤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을 늘리고 자신의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를 연결하고 싶었지 복잡한 윤리적 프로토콜과 원대한 미션을 가진 독립적 AI 회사를 운영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인수 협상은 결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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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일론 머스크도 딥마인드에 인수 제안을 했는데 구체적인 성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가 가진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던 중 딥마인드를 인수하겠다는 또 다른 인물이 불쑥 나타났다. 이번에는 딥마인드의 투자자인 일론 머스크였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머스크는 자신이 5년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주식으로 인수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했다. 그 무렵 머스크는 딥마인드 운영에 별로 관여하지 않은채 이따금씩 허사비스와 연락하고 있었다.
이 억만장자는 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상업적 목표도 중요시했다. 그는 테슬라의 자동차를 자율주행 기술을 성공적으로 통합한 세계 최초의 차로 만들고 싶었고 그러자면 AI 분야의 최첨단 전문가가 필요했다. 딥마인드를 인수하면 최고 수준의 든든한 전문가 군단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딥마인드 창업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테슬라 주식으로 인수 대금을 받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머스크 같은 인물이 AGI의 통제권을 갖게 된다는 사실도 마음에 걸렸다.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에서 미래 지향적 주요 거물로 부상하고 있었지만 변덕스러운 성격에다 직원을 느닷없이 해고하며 테슬라의 공동 창업자를 회사에서 쫒아낸 인물이라는 평판도 있었다.


이후 구글의 제안이 들어왔다. 구글은 윤리 위원회를 설립해 달라는 딥마인드의 인수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것 때문에 딥마인드는 페이스북보다도 낮은 가격을 제시한 구글행을 택했다. 하지만 이후 구글은 입장을 바꾼다. 그리고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인 허사비스는 지금 구글 AI 개발을 총괄하고 있고 슐레이먼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다.


구글은 윤리 위원회에 반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핵심 멤버 일부의 이해 관계가 부딪치고 위원회 설립이 법률적으로 실행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몇 사람에게 이것은 말도 안되는 헛소리였다. 그들은 구글의 진짜 속내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구글은 큰돈을 벌어다줄 AI 기술의 통제권을 일단의 사람들이 가져가 버리게 둬서 그들에게 주도권을 쥐어주기가 싫은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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