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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Oct 02. 2017

NYT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어떻게 칼럼을 쓰나

[북앤톡]늦어서고마워에 나온 프리드먼의 글쓰기 가이드라인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은 세계화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많은 글을 써왔다. 


공감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그가 글을  쉽고 분명하게 쓴다는 것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600~700페이지 규모의 책을 샛길로 빠지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쓴다는 것은, 쓰는 이가 자신만의 논리와 근거로 중무장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출간된 책 '늦어서 고마워:가속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낙관주의자의 안내서'에 취재기자 17년, 칼럼니스트로서 20년간 활약해온 토마스 프리드먼의 글쓰기 노하우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그가 뜬금없이(?)책에 글쓰기에 대해 언급한 건 주차요원으로 있는 에티오피아 출신 이민자와 이메일을 주고 받는 것이 계기가 됐다. 이메일을 주고받기 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아무튼 에티오피아 출신 이민자는 낮엔 주차요원으로 뛰며 생활비를 벌고, 밤에는 조국의 민주화를 열망하며 온라인에 글을 쓰는 블로거다.  그는 프리드먼에게 자신이 왜 블로그를 하게 됐는지를 프리드먼에게 공유하고 대신 어떻게 하면 임팩트 있는 글을 쓰는지 도움을 구한다. 


늦어서 고마워에 담긴 내용은 프리드먼이 에티오피아 출신 이민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취재 기자라면 보이는 것과 복잡한 것을 설명하는데 그리고 뚫고 들어갈 수 없는 것과 감춰진 것을 밝혀내고, 드러내기 위해 사실을 파헤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떤 대가가 따르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의견을 쓰는 건 다르다. 칼럼니스트거나  블로거라면 목적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게 아니라, 영향을 미치거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어떤 관점을 매우 설득력있게 주장해서, 독자가 문제를 달리 생각하거나, 더 강력히 혹은 새롭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모든 칼럼이나 블로그는 독자들의 머릿속에 전깃불을 켜거나 그들의 마음속에 감정의 불을 지펴야 한다. 다시 말해 독자가 어떤 문제를 새롭게 보도록 그 문제를 비춰주거나 아니면 어떤 문제에 관해 더 강력하게 느끼거나 다르게 행동하도록 반응을 촉발해야 한다. 이상적인 칼럼은 이 두가지 일을 함께 하는 것이다.


칼럼을 쓸 때 아이디어는 어떨게 구할까?


프리드먼에 따르면 어디에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 어떤 신문 제목을 보고 갑자기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낯선 이의 간단한 몸짓, 지도자의 감동적인 연설, 어린이의 순진한 물음, 학교에서 총을 쏘는 잔인한 행동, 난민의 비통한 이야기에서도 얻을 수 있다 어떤 것도 빛이나 열을 만들어내기 위한 날것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모든건 자신의 견해를 떠받치기 위해 어떻게 생각을 연결하고 통찰을 드러내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칼럼 쓰기는 화학적인 합성과 같다. 그것은 반드시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칼럼은 속보 뉴스처럼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칼럼은 창조돼야 한다.


밥먹으면 배부르고 화장실가면 휴지가 있다는 식의 의견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프리드먼의 말을 빌리면 이런 식의 칼럼들은 쓰는 사람이 무능하거나 노력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세상이 어떤 힘에 의해 돌아가는지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그 힘이 사화와 사람들에게 어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득력이게 전달하지 못하면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밋밋한 의견들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행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워보이는 가이드라인이다.

 "화학적 합성은 보통 세가지 기본 성분, 즉, 글쓴이의 가치, 우선순위, 그리고 열망을 섞는 것이다. 이 세계의 가장 큰 기어와 도르래들로 움직이는 거대한 힘들이 어떻게 사건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 힘들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때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또는 반응하지 않는지를 보면서, 사람들과 문화에 관한 무엇을 배웠는가.
여기서 말하는 가치와 우선순위, 그리고 열망은 자신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들, 그리고 가장 철저히 이행되기를 바라는 것들을 의미한다. 그 일단의 가치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하는 문제뿐 아니라, 무엇이 중요하고 의견을 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가장 효과적인 칼럼들은 이 세가지 성분(자신의 가치, 우선순위, 열망)을 함께 비비고 섞는데서 나온다. 자신이 무엇을 옹호하는지를 알려주는 일단의 가치를 갖지 않고서는 효과적인 논평가가 될 수 없다. 
의견을 쓰는 사람으로서 생각을 바꾸는 건 괜찮다. 문제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지지하지 않거나 모든 것을 지지하는 것, 또는 오로지 쉽고 안전한 것들만을 지지하는 것은 문제다. 의견을 쓰는 사람은 무엇을 지지해야 하는지, 또는 반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을 명확한 기준 아래서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당신은 자본주의자인가, 아니면 공산주의자인가, 혹은 자유지상주의자인가, 케인스주의자인가? 보수주의자인가?


결국 뭔가 의미있는 칼럼을 쓰려면 세상을 움직이는 큰 힘, 프리드먼 식으로 표현하면 기어와 도르래로 이뤄진 대기계의 작동방식에 대해 자신만의 입장과 논리를 갖고 그것이 실제 세상에서 어떤 결과들을 몰고오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어떤 가치를 옹호하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그 이유를 설득력에 담아 전달할 수 있어야 호소력있는 칼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의견을 쓰는 사람이 되려면 늘 대기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자신의 가설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대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갖고 있지 않다면 대기계를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밀고가거나 아니면 아예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관심을 촉발하려면 관심이 필요하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먼저 공감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가장 큰 힘들을 주제로 삼고, 그것들에 대해 어떻게 영향을 미칠수 있는지 이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인 칼럼을 쓸 수 없다. 대기계에 대한 글쓴이의 견해는 결코 완벽하거나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 견해는 늘 세상이 변화하고 글쓴이가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됨에 따라, 마치 건물을 짓고, 또 다시 짓듯이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이런 행동이 이런 결과를 낳는 까닭은 대기계의 기어와 도르래가 이런 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득력있게 셜명해주지 못하면 독자가 어떤 일을 하도록 설득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서 정보와 영감을 얻지 않고서는 결코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논평 칼럼을 쓸수 없을 것이다. 그 칼럼은 단지 추상적인 원칙들을 옹호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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