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것.
코로나팬데믹
대면모금팀에 근무한 지 1년 만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처음 경험한 코로나는 많은 사람들을 불안, 우울, 두려움과 공포 속에 가두었다.
거리의 불특정시민을 상대하는 우리 팀은 감염에 대한 불안과 가족의 출근 반대로 상당수가 퇴사했고, 업무를 하는 내내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캠페인 부스와 물품을 소독해야 했다.
직원 감염 예방을 위해 세밀한 업무 규칙을 설정하여 운영했고, 코로나 발생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했다. 업무 인근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직원을 다른 지역으로 신속히 이동시키고 일정기간 동안 해당지역에서의 근무를 허락하지 않았다. 24시간 전직원 비상체제였다.
코로나 유행 전 예정했던 우리 팀 업무 협력기업 임직원 봉사활동이 있었는데, 기업에서도 감염병 사태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이다. 고민 중 데이빗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주었다.
"코로나 감염예방 선물키트 만들기 봉사활동을 하자."
이 행사는 언론에 최초로 보도된 코로나감염예방 기부활동이 되었고, 이 기사 이후 타단체 유사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언론 보도내용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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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 뉴스로 사회분위기가 불안해지자 엘리엇이 비장한 얼굴로 찾아왔다.
"팀장님, 시민들이 두려워합니다. 직원들도 불안해해요. 시민들과 가족들이 왜 이 시국에 이런 일을 하느냐고 계속 물어봐요. 하지만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더욱 힘을 내어야 합니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은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누가 그들을 대변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해야 합니다. 이 시국에, 그럼에도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우리부터 확신을 가지고 시민들에게 전해야겠습니다. 직원교육이 필요합니다."
"맞습니다... 엘리엇이 코로나 관련 응대 매뉴얼을 만들고 직원들을 교육시켜 보시겠어요?"
"네!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당장이요!"
엘리엇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던지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일을 성실하고 진실되게 하는 직원이다. 그는 책임감, 능력, 추진력, 아이디어가 탁월했고 모금성과 또한 무척 우수했다. 그래도 우쭐한 모습 없이 팀과 조직을 위해 앞장서서 기도하고, 모든 이들과의 화평을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소중한 동료이다.(데이빗은 진작부터 엘리엇을 알아보고 백만엘리엇양성을 외쳤었다.)
엘리엇은 그날 저녁 늦게까지 시민 응대 매뉴얼을 제작해서 바로 다음날 아침 현장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이 매뉴얼은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 반응은 물론, 팀을 넘어 조직 전체 직원 근무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크게 주었다.
어느 점심시간, 다른 팀 팀장과 코로나로 인한 업무 고충을 나눈 후 개인용무를 위해 잠깐 은행에 들렀다.
은행창구 앞에 놓인 태블릿 PC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던 중 '아 우리도 이렇게 후원회원 정보를 접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팀에 발령받은 후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한 가지는 비효율적인 후원신청서 접수와 등록방법이었다.
거리에서 접수하는 종이후원신청서는 쉽게 오염되거나 분실되고, 접수가 지연되거나 누락되기도 했다.
네오와 매니저들은 특정일에 거리모금 전 지역을 라운딩 하며 후원신청서를 거두러 다녔었다. 이런 단순 업무에 직원 3명이 4시간 이상을 소요했고, 후원신청서 100장 기준으로 1차 내용 검토에만 1시간 이상이 소모되었다.(후원회원 등록 시스템 입력 시간은 별도이다. 모두 수동이다.)
거리에서 접수한 후원신청서를 실시간으로 접수하고 등록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금융회사, 보험사, 통신사 같은 영리 기업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잖아?
왜 NGO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지?
대형 금융기관에 근무했던 지인에게 연락했다.
"언니, 은행창구 태블릿 PC에서 금융정보 접수하는 것처럼 우리도 하고 싶은데, 어떤 것부터 알아봐야 해? 그리고 관련 업체 추천 좀 해줄 수 있어?"
"당연하지~! 이거 되면 너희 회사에 정말 좋을 것 같아! 내가 주요 업체들 연락처 알려줄게. 이 업계에서는 이 업체가 1위이고, 여기가 2위야. 내가 소개해줬다고 하면 대략적인 예산 규모도 파악할 수 있을 거야. 연락해 둘게."
알려준 업체들을 비롯해 다양한 규모의 업체들을 만나보았다. 모든 업체들은 이런 목적과 형태의 앱은 개발한 적이 없고, 어느 NGO에서도 의뢰하지 않은 것이라 답했다. 내가 요구하는 조건들을 모두 수용하려면 몇억 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당연스럽게 돌아왔다. 조직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던 것은 물론, 자동화 시스템 관련 시도를 해보지 않았었다. 경영진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정말 간단한 개발 같은데... 방법이 없을까?'
총무팀 신입직원 태식이와 전산담당 선임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데, 제가 IT 지식이 너무 부족해요. 혹시 관련 정보를 알고 계시면 도와주세요."
보름쯤 지났을까, 태식이에게 연락이 왔다.
"팀장님, 제가 개발자 프리랜서를 찾을 수 있는 웹페이지에 관련글을 올렸었는데, 이 업체들이 괜찮을 것 같아요. 한번 연락해 보시겠어요?"
태식이가 찾아낸 업체 중 한 곳이 몇백만 원의 예산으로 요청하는 모든 사항을 적용시킬 수 있다고 한다.
다른 팀 신입직원에게 도움 받기는 처음이었다. 태식이는 자동화 시스템의 필요성을 이해했고,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을 추진하는 내 모습을 순수하게 응원하며 행동해 주었던 것이었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경영진에게 프로젝트 보고를 드리자, 예상되지 않는 시민 반응이 불안하니 소수로 테스트를 해보고 안정적일 때 더 전문성 있는 업체를 찾아서 프로젝트를 확대시켜 보자는 의견을 받아내었다.
이후 6개월에 걸쳐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던 협업부서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협의했다.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몇몇 용감한 팀원들이 테스트에 참여해 주었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 1년 만에 전자후원신청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혔다. 후원신청 접수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졌고, 등록시간은 분량과 상관없이 무조건 3분 이내에 이루어졌다. 1년 뒤에는 전국에 있는 지부로 사업이 확장되었다.
모두가 처음이었던 코로나 팬데믹이었기에, 우리는 아무도 해보지 않았던 도전을 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 함께 도전한 동료들, 돕는 사람들,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 믿어주고 결정해 주는 경영진을 허락하신 하나님이 계셨기에 이 도전들은 성공경험으로 남겨졌다.
2020년도, 대부분의 대면서비스업체와 매장은 약 -50%의 매출을 나타냈고, 거리모금(대면모금) 조직은 해체되거나 사라졌다.
우리 조직은 전년도 대비 -7%의 성과였지만, 후원자는 800명을 더 모집할 수 있었다.
위기는 기회가 되어 2021년 1월에 우리는 부서로 승격했다.
#. 에피소드
전자후원신청 시스템 전국 적용 2년 뒤, 한 업체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즘, 거리모금현장에서 온라인 기반으로 접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저희가 개발했는데요. 검토 한 번 해보시겠어요? A단체, B단체, C단체에서도 사용해요!"
"사장님, 제가 3년 전에 같은 아이디어로 시스템 개발 의뢰를 했던 사람입니다. 그때 아이디어 구현 불가하다고 답변 주셨었어요. 저희는 이미 만들어서 2년 전부터 전국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