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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딜라이트R Nov 20. 2023

모든 인간에게는 F가 있다.

감정이 전부였다.

“저는 오랫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성과만 요구하시니..."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성과를 내기 위함이야. 나이? 연차가 무슨 상관인가요? 그에 어울리는 성과를 나타내거나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나요?"


대면모금팀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력이 높지만 성과가 낮은 직원의 하소연에 얄짤없이 대답했다.


나이? 연차? 그래서? 성과는?

결론이 뭐야? 묻는 것만 설명해. 그건 내가 궁금하지 않은 내용이야.

성과가 안 나온 거면 열심히 한 게 아니야. 열심히 하면 잘할 수밖에 없어. 덜 고민한 거야.

옳은 과정은 장기간 좋은 성과와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결과가 좋지 않다면 과정을 잘못한 거지. 일을 못한 거다.


그렇다. 나는 티발 씨다..!


과거 누군가는 무표정이라 말 걸기 무서워했고, 제발 화 라도 내달라 요구했었다.

공사가 너무 분리돼서 이중인격 같다는 소리도 들었다.

경이 국장님은 나에게 차가운 인상은 나중에 팀원들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이를 귀담아 들어 사무실 책상에 탁상용 거울을 세워두고 내 표정을 모니터링할 때가 있었다.(물론 효과는 없었다.)



거리모금은 어느 장소에서 일을 하느냐가 그날의 성과를 좌우하기 마련이다.

업무 장소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따라 S급, A급, B급으로 나누어 관리했었고 모든 직원들은 S급에 가길 원했다. 


어디로 가더라도 낮은 성과를 보이는 직원과 S급장소에 간다면 남들의 3배 이상 성과를 내는 직원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S급 장소로 보내겠는가?

나는 3배로 성과를 내는 직원을 선택했다. 효율적이지 않은가? 

이 논리에 네오와 매니저들은 대답했다.


"그러면 직원들이 기분이 나쁘고 분위기가 안 좋아져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일하는데 관계와 기분이 중요해요?"

"성과가 낮은 직원이 S급 장소에 못 가게 되면 기회조차 없어지는 거라 생각해서..."

"그래요? 그럼 그 직원을 S급 장소에서 근무하게 해 보고 성과가 높아지는지 한번 봅시다."


결과는 내 예상대로였다.

못하는 직원은 어딜 가도 못했다. 

이에 대한 저성과자의 이유는 한결같았다.


"전 날 잘하는 직원이 가서 그 장소에서 낼 수 있는 성과를 다 했기에 제가 할 것이 없었어요."


...


역량이 부족한 사람은 일이 잘 안 되는 원인을 외부환경이나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다. 

 

몇 번의 실험 끝에 네오와 매니저들에게 말했다.


"장소의 영향도 있겠지만, 개인 모금역량이 더 큰 요인입니다. 우리가 성과마감을 해야 하는 월말에는 S급장소에 모금역량이 높은 직원 위주로 배치합시다."


"네..."


한동안 성과가 잘 나오는 듯했다.

어느 겨울날, 연차가 높은 동갑내기 주임이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에 있는 나를 찾아왔다.


"팀장님, 너무 추워요." 


다른 날, 같은 말을 또 한다.


"팀장님, 너무 추워요." 


춥죠... 왜 자꾸 찾아와 말씀하시는 건가 싶었다.

내가 그의 의도를 못 알아차리자 어느 날 다시 찾아와 말한다.


"팀장님, 겨울이라 너무 추워요. 밖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말이라도 따뜻하게... 수고했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매일 시민들의 거절, 차가운 시선, 눈, 비, 바람,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와 싸워요. 현장에서 이겨내야 하는 게 너무 많아요." 


주임님의 일침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갑자기 그동안 무시했던 팀원들의 불평이 떠올랐다.


"팀장님은 거리모금을 안 해봐서 현장을 너무 몰라."

"팀장님이니까 그렇게 하시겠죠. 모두가 팀장님처럼 어떻게 일해요?"

"팀장님이랑 매니저들은 사무실에서 몸 편하게 일하면서. 진짜 짜증 나네." 

"우리가 돈 벌어오는 수단밖에 더 돼? 대충 해. 여기서는 비전이 없어." 


부분만 보고 전체를 모르는 이들의 아우성일 뿐. 생각이 더 넓고 역량이 되는 직원들을 남겨서 키워보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들려왔던 말들을 무시해 왔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팀원들의 감정을 무시했다.


네오와 매니저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반복되는 내부문서 반려에 반짝반짝했던 자신감이 희미해졌고, 외근직원과 팀장 간 양 쪽 입장을 중재하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모금성과가 높아서 S급 장소에 자주 갔던 직원은 동료직원들의 시샘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원형탈모가 생겼었고, 인정받는 직원과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 간의 갈등은 계속 심화되고 있었다. 


아... 이게 아닌데.

처음 이 팀에 왔을 때 나는 어땠지?

직원 모두를 만나고 다니며 꿈과 비전을 나누었고, 개인경영계획서를 쓰게 했었다. 

조직과 개인이 같이 성장하는 팀으로 함께 만들어가자 이야기했었는데. 

지금 팀의 모습은 조직만 성장하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감정


누군가 "감정이 인간이 가진 전부"라 했던가?


데이빗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팀원들이 내 고객이야. 눈치를 얼마나 살핀다고!" 


팀을 관찰해 보니 직원들의 기분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게 보였다.  

이전에 있었던 팀에서는 기분에 따른 성과 반응이 더 느리게 나타났을 뿐... 속도의 차이였다.

돌이켜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을 얼마나 '기분 좋게' 일하게 하는가 가 리더십의 핵심이었다.


팀원들의 불평, 불만 속 가장 큰 메시지는 <우리를 공감해 주고, 인정해 달라>였다.


팀원들의 "열심히 했어요."라는 말에 

나는 "열심히 말고 잘하세요."라 답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열심히 했어요."라는 말 뒤에는


이런 상황에서도 버텨냈어요.

불안한 환경이었는데 이만큼 해내었어요.

더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


라는 의미가 담겼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열심히 말고 잘하세요."라고 말한다.


그래도 조금 발전한 것은, "열심히 했어요."라 말하는 직원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한 상황인데 이렇게 하셨군요. 처음 해보는 것이라 불안했을 텐데 도전한 것 자체가 훌륭해요." 

라는 말도 한다.  


요즘 몇몇 부서원들은 내가 대문자 F라고 확신한다.

미안하지만... 난 아직도 T다. 

그래도 정도의 차이더라. F 성향이 전보다 많이 발달해서 다행이다 싶다.


우리는 오늘도 날씨,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과 거절, 무례한 사람들, 경쟁단체와 싸운다. 


어떤 직원들은 벌써 알고 있다. 우리끼리 더욱 뭉쳐서 기분 좋게 일해야 일이 더 잘 된다는 걸.  

누군가 알려주었다. 일은 전부 사람이 하는 거라 안 되는 게 없다. 그런데 너에게 원리원칙만을 따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점검해 보라고.


오늘도 우리는 서로 기쁘게 하는 말과 행동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이들을 위해 내가 더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지 매일 고민하고 찾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감정을 가지고 있다.

감정경영이 결국 조직경영이고, 개인경영이었다.





feat.

나의 일터는 어느 지역에 속했고, 그 지역은 어느 나라에 있고 그 나라는 지구에 있다. 

지구는 우주 속에 있는데 그날 내가 회사에서 겪은 기분 나쁜 일은 정말 먼지만 하다. 

이 먼지 같은 일에 기분이 나쁘다면, 내가 먼지처럼 작아진 거다. 

그 일은 어느 날에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기도 한다.

전쟁, 기근, 질병, 팬데믹에 비하면 정말 아무 일도 아니지 않은가?

실수했다고, 일이 잘못되었다 해도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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