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는 양말을 즐겨 먹는다

홀로 남겨진 양말 한 짝

by space O

세상에는 우리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불가사의(不可思議)라고 부른다.



'세탁기는 양말을 즐겨 먹는다.'

간혹 빨래를 하다 보면 양말 한 짝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망할 놈의 세탁기, 또 먹었네"하며,
텅 빈 세탁기 안으로 손을 스윽 넣어 훑기 시작한다.
양말 한 짝은 어디로 갔는지
사방을 훑어 내린 손은 머쓱하기 짝이 없고,
양말 한 짝을 찾겠다는 쓸데없는 오기는
세탁기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게 만든다.
그러나 양말 한 짝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증거 하나 남기지 않은 세탁기.
이런 것을 두고 완전범죄라고 하는가.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양말 한 짝을 뒤로 한 채,
나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홀로 남겨진 양말 한 짝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남겨 둘 것인가'
긴 고민 끝에 남겨진 양말 한 짝을 고이 접어 서랍 속에 안치시킨다.
마치 납골당에 유해를 안치시키는 것처럼.


세상에는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서로 짝을 이룰 때에만 완전한 모습을 찾는,

그리고 서로 짝을 이룰 때에만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있다.

서로 짝을 이루어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있어

한 짝은 세상의 전부와도 같다.


지금 당신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당신의 한 짝, 세상의 전부임을 잊지 말고,

그리고 그 사람에게 당신은 세상의 전부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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