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물건을 사는 건 그게 새것이든, 중고이든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없던 것이 내 주머니 속으로 들어온다는 사실, 바로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풍족해진다. 새 물건으로 인해 풍족해질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희망. 아마 그것이 물욕의 기본 동작 원리일 것이다.
어느 물건에 꽂혀서 획득하고 이윽고 무덤덤해지는 일련의 과정은 뭐랄까, 자본주의 시장을 내 주머니 속에 축소해 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노골적이고, 또 반항하기 힘들다. 늘 욕망 따위, 참으면 되는 거 아냐? 정도의 반응을 보이다가도 막상 내 일이 되고 나면 언제나 지고 마는 것이다. 욕망의 힘이란 이렇게 크고 탐욕스럽고 근원적이다.
아무튼 이번에도 새 물건을 들였다. 새 물건에는 늘 새 핑계가 딸려온다. 가격이 싸서, 는 예삿일이고 전에 쓰던 물건이 고장 나서, 는 그나마 설득력이 있는 축이다. 이번에는 그래도 그나마 꽤 설득력이 있는 이유로 물건을 구매했다. 핸드폰이다. 현대사회에서 핸드폰 없이 생활하는 건 정말 고난의 행군일 것이다. 본인 인증마저 휴대폰을 통해야 하니, 기본권마저 물질에 종속되어 있는 셈이다.
아무튼 다시 새 물건으로 포커스를 옮기면. 새로운 물건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걸 활력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상에 강력히 개입해오는 어떤 욕구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평소의 루틴 사이사이, 내 집중력을 새 물건이 쉽게도 빼앗아간다. 잠깐 틈이라도 날라치면 휴대폰을 움켜쥐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새 물건을 들였을 때는 늘 겪는 보편적인 증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욕구의 종말도 잘 알고 있다. 위에서 말한 바로 그 '주머니 속의 자본주의 시장 논리'로 끝이 날 것이다.
이 일련의 사이클, 즉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희망, 그리고 물건으로 개선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범위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현실 직시, 끝으로 무덤덤한 일상으로 복귀는 언제나 파멸적이면서 일상적이지만, 새 물건 앞에서 그 사실은 가려진다. 나는 내 삶을 개선하려는 욕망을 물욕으로 치환하며 아마 또 새로운 물건을 살 것이다. 하지만 욕망에서 오는 원동력은 결국 인스턴트적이다. 그 단발적인 변화는 결국 디폴트화 된다. 새 물건을 기준으로 새 디폴트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기존 삶에 그 새로움이 빨려 들 듯 흡수되고, 큰 변화 없는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얌전히 돈으로 어떻게 해결해보려는 간편한 욕망은 내려놓고, 어렵지만 영속 가능한 방법을 그냥 들어 올리자. 그러니까, 귀찮음과 어려움, 비현실적임 같은 핑계를 내려놓고 그냥 주체적으로 내 삶을 바꾸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