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커밋 #45
째깍째깍, 하는 소리라도 들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의구심 섞인 시선으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저 쬐깐한 것도 시계라고 초침 소리를 내는구나 싶어서. 아니면 그냥 나의 헛된 망상이 불러일으킨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리를 달달 떨면서 1분에 한 번씩은 시계를 확인하는 와중에도 결국 내 행동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그냥 한숨을 폭 내쉬고 다시 마우스를 움켜쥐었다. 휠을 드르륵드르륵 돌리다가 뒤로 가기 버튼을 눌렀다. 누군가가 나에게 매크로라도 걸어놓은 듯 바로 아래의 게시물을 클릭하고는 다시 마우스 휠을 스르륵스르륵 드르륵드르륵 다시 굴리기 시작했다.
금요일 밤, 이번 주의 마지막 회사 업무를 마치고 난 직후부터 밤이 깊어가는 지금까지 요지부동의 자세로 그 매크로나 할 법한 일에나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초침 소리가 거슬리고 다리가 달달 떨리고 불안감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할 수밖에. 잘 알고 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자전거에 몸을 실은 것처럼 말이다. 브레이크라도 한 번 세게 잡았다간 그대로 튕겨나가서 바닥에 몇 차례나 구르고 말 것이다. 이런 같잖은 변명만 열심히 떠올리며 또다시 다음 게시물을 클릭했다.
한 고민 상담 TV 프로그램에서 한 커플의 남성 출연자는 설거지를 하면서도 꼭 끝까지 마무리하지 않고 몇 종류를 남기는 것에 대해 '키가 너무 커서 허리가 아픈 이유로' 그렇다고 변명하는 장면을 시청한 적이 있다. 그 출연자는 190센티에 육박하는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그보다 훨씬 낮은 고도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그 겪어보지 못한 경험에 대해 왈가왈부할 순 없었기 때문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도 차마 고개를 저을 수는 없었다. 뭐, 그럴 수도 있긴 하겠네 하면서 조금 아니꼬운 표정을 짓는 정도로 그쳐야 했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서장훈 님은 곧장 버럭 역정을 내면서 말했다.
"나도 해, 나도."
옆에서 이수근 님은 의자에 앉아서 설거지한다고 거들었다. 하려고만 마음을 먹으면 어떤 방법을 찾아서든 다 하게 되어 있다고 했다. 나는 키득키득 웃었다. 고백하자면 그 출연자의 키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더 크고 힘차게 웃었다.
아무튼 요는 하고자 하면 못할 게 없다는 것이다.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멈추는 일이라거나, 일을 끝마친 금요일 저녁을 웹 서핑으로 허무하게 다 날려버리기 전에 멈추는 일이라거나. 그렇지. 알고 있지. 알고는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또 다음 게시물을 클릭하고야 만다.
잠깐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신을 리프레쉬 해야겠다. 그런 생각에 유튜브를 켰다. 가사 있는 음악 말고, 이를테면 잔잔한 수면 음악, 혹은 재즈 연주곡, 그것도 아니면 어라, 이 유튜버가 새 영상을 올렸네. 또 나의 정신은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한다.
금요일 밤엔 늘 이런 식이다. 아마 보상 심리의 일환일 터. 높은 언덕을 자전거로 열심히 올라갔으면 내리막길에서는 페달에서 발을 떼고 뺨을 열심히 때리는 바람을 느끼면서 위험천만하지만 두 손을 떼고 만세라도 하면서 내려가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나자빠지면 엉엉 울면서 후회할 테지만. 실제로 그렇게 나자빠져서 토, 일요일을 통째로 잃어버린 주도 수두룩 빽빽이니 이제 슬슬 다시 자전거 핸들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힘겹게 다시 돌아온다.
유튜브를 힘겹게 가사 없는 음악으로 선회시키고 조용히 공백을 켠다. 할 일은 해야겠지. 키보드에 손을 얹고 활자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좋았어. 다시 본 궤도에 들어섰구만. 난 흡족한 마음이 된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걸까? 설거지를 하면서도 꼭 끝까지 마무리를 하지 않고 몇 종류를 남기는 남자 출연자의 모습이 왠지 아른거린다.
왠지 그 몇 가지 남은 설거지 거리를 조급하게만 들리는 초침 소리처럼 남겨두고 난 또 자리를 뜨고 말겠구나 싶었다.
21. 0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