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 하프 프로 = 꼼꼼한 테스트

1일 1커밋 #83

by 김디트

프로가 된 지 어언 7년 차. 근데 이 말에서 '7년'이라는 말에는 동의하겠지만, '프로'라는 말에는 쉽사리 동의할 수가 없다. 프로, 즉 프로페셔널. 잠깐 고민하다가 다음 어학 사전을 켰다. 사전에는 프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었다.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or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 두 조건을 교묘하게 교차시킨 뜻이다. 후자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전자에 가서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전문적'으로 한다고. 과연 나는 내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문적으로 한다는 사람이 과연 그런 방식으로 일할 수 있었을까.


일은, 심지어 취미일지라도 컨디션에 좌우된다. 예컨대 게임을 하더라도 그렇다. '아, 오늘은 컨디션이 영 안 좋아서 게임이 안되네.' 같은 핑계를 목구멍 위, 혀 뒤끝에 살짝 얹어둔 채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요새는 그 성향에서 좀 더 나아가서 자기본위적인 핑계, 이를테면 '너 때문에 졌잖아' 같은 핑계가 훨씬 많은 것 같지만서도. 아무튼 본질적인 실력 등을 모두 걷어내고 남아있는 랜덤 상수에다가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자면 컨디션이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 작은 놀이에서도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컨디션이, 업무에 가면 얼마나 큰 지장을 끼칠지는 뭐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될 정도일 것이다. 게다가 나는 일축해서 표현하자면 유리 멘탈이다. 유독 컨디션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 뼈저리게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은 다행히도 컨디션이 좋은 축에 들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정말 심각하다. 도무지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 업무를 하다가도 금세 다른 것들에 정신이 팔리고, 또 금세 머리가 멍해진다. 그 멍하고 멍청한 정신력으로는 도저히 꼼꼼하게 일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싱거운 국에 대충 어림짐작으로 소금을 집어 뿌리면서 간을 하듯이 업무를 처리했다. 정량대로 처리하지 않은 그 국들은 매일매일 그 맛이 달라서 차마 손님들 앞에 나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음식점의 음식 맛이 일정하지 않으면 가게는 어떻게 될까. 나도 망하기 직전의 음식점 주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나는 그 '간을 하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마치 건물의 보이지 않는 자재를 싸구려로 쓰듯이, 공부를 한다고 방에 들어가지만 문을 닫자마자 만화책을 꺼내서 탐독하듯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의 일도 보이지 않는 부분부터 썩은 나무처럼 문드러진다. 그건 바로 '테스트'였다.


프로그래밍 방법론들을 보면 하나같이 테스트를 언급했고, 학생 시절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일일이 테스트만 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 뭐가 그렇게 큰 일이라고. c++의 헤더 파일과 소스 파일이 단 하나만 존재하던 세상에서는 테스트도 손쉽고 간단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내 프로그래밍 세계는 점진적으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헤더 파일과 소스 파일이 차례차례 늘어갔고, 테스트 거리는 그에 맞춰 복리로 늘어났다. 나는 점점 그 테스트라는 것을 눈짐작으로 하기 시작한다. 마치 음식점 주인이 어림짐작으로 소금을 뿌리듯이 말이다. 아마 나의 그 컨디션 저하에는 복리로 늘어나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 그 수많은 테스트들도 한몫 단단히 했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테스트 덩어리들에 밀려서 마치 돌덩이 아래에 깔린 손오공처럼 묻혀버린 나는 턱에 손을 괴고 눈살을 찌푸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프로그래머들은 과연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 짐덩이 테스트들에 휘말려서 감당하지 못하고 나처럼 깔려 있을 게 분명하다. 뭐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래머들은 달랐다. 그들은 스스럼없이 업무를 해내고 있었다. 심지어 테스트까지! 그들의 테스트는 내 것에 비하면 소소하고 자그마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비결은 간단했다. 일을 하고, 거기에서 생성되는 테스트들까지 한 번에 처리한다. 테스트들을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처리한다. 테스트도 업무의 일환으로 기꺼이 감내한다.


그렇다. 그들은 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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