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 조삼모사의 충실함이란

1일 1커밋 #54

by 김디트

되도록이면 멀티태스킹을 지양하는 편이다. 경험상 아무래도 끝까지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보다 효율이 나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멀티태스킹을 하려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웹서핑도 그 멀티태스킹의 한 가지로 편입시켜 버려서 어느 순간 경중이 반전되어 버리는 문제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아마 나의 이런 의견이 소수의견은 아닐 것이다. 멀티태스킹이 비효율적이고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뉴스나 글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내 눈앞에서 얼쩡거리곤 했으니까.


그런 이유로 난 빈번히 다이어리에 'ㅇㅇ 하지 말기' 같은 걸 신념처럼 새겨 넣으면서 자연스럽게 멀티태스킹, 즉 딴짓으로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했다. 영화를 볼 때는 영화만. 글을 쓸 때는 글만. 코딩을 할 때는 코딩만. 그런데 자료 조사는 해야 하니까 잠깐 인터넷을 해볼까. 생각이 이렇게 흘러가 버리면 조금 조심해야 한다. 인터넷은 수많은 샛길이 마련되어 있어서 지름길로 보여서 자칫 잘못 발길을 옮겼다가는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렇다고 늘 경계할 수도 없는 노릇. 멍하니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있는지도 몰랐던 웹페이지의 글들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고 있곤 한다.


경계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신경이 예민해진다. 집중이란 것도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닌 데다가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욕구까지 눌러야 하니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자면 집에서 다 같이 영화를 볼 때. 나는 영화에만 오롯이 집중하고자 마음을 갈고닦으며 눈을 부릅뜨지만 같이 동거하는 선배는 그 새를 못 참고 핸드폰을 들어 올려 게임이나 소설로 눈을 옮긴다. 그러면 난 저렇게 소리만 듣는 게 정말 영화를 봤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왜 저렇게 집중을 안 하지. 뭐 그런 뾰족한 생각을 스멀스멀하다 어느새 팍 신경질이 난다. 사실 잔잔한 씬이 연속적으로 흐르고 있는 영화 앞에서 집중력이 흩어져서 나도 핸드폰으로 손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반쯤 차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런 걸 거다. 그럴 때면 영화관이 굉장히 그리워진다. 영화관은 나의 집중력을 상당히 강하게 지켜준다. 광고가 끝나고 영화 크래딧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나는 오롯이 영화에 몰입하는 경험을 한다. 아마 영화관은 그 집중력을 파는 걸 지도. 왜 집에서는 영화관의 그 집중력을 지키지 못하는 걸까. 영화관에서 할 수 있다는 건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말일 텐데. 사운드가 문제일까, 화면의 크기가 문제일까, 조명의 문제일까, 행동의 제약이 없는 것이 문제일까. 아마 그 모두의 문제일지도.


오늘은 의도치 않은 멀티태스킹을 해야 했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일들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졌다. 지금은 이걸 해야 하는데 띠롱 띠롱, 메신저의 알림이 전혀 다른 일로 나를 채근하면 원하지 않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밖에 없어진다. 이럴 때면 머리 끝이 뜨거워진다. 누가 슬쩍 말만 걸어도 신경질적인 대답이 툭 하고 튀어나갈 것만 같다. 애인은 이런 상태의 나를 두고 '기가 약하다'는 둥 '유리멘탈이다'라는 둥의 말을 하곤 하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애인의 말을 수긍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머리의 열을 식혀야 했다.


그러고 보면 애인은 참 멀티태스킹에 능한 사람이다. 아니, 능한 사람인 것 같다. 무용담으로만 들었을 뿐이지만 애인이 말하는 업무 방식은 정말 기상천외하다. 서커스 곡예의 경지로 보일 정도랄까. 애인은 수없이 많은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면서도 꼼꼼함을 잃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아니, 그런 스타일인 듯하다. 말로만 들었을 뿐이니까 아마 그럴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지만, 애인의 업무 능력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이 세상에 꽤 많이 존재하고 난 그런 증거들을 두고도 그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완고한 사람은 못되니까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믿음을 표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애인의 그런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나는 왜 저런 능력을 타고나지 못했을까. 개복치보다 못한 스트레스 수치를 가지고 있는 나를 자책하게 되곤 했다.


그래도 멀티태스킹이 마냥 스트레스만 주는 건 아니었다. 나는 오늘 하루가 왠지 충실했다고 느꼈는데, 아마 그 끝없는 듯 밀려들었던 멀티태스킹의 덫이 그 충실함의 상당히 큰 지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멀티태스킹이 주는 그 정신없음은 마치 내가 엄청난 양의 업무를 처리하기라도 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하니까. 착각일 뿐이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알아차릴 수 있다. 오늘 나의 업무 현황 보고만 흘끗 훑어보면 안다. 평소보다 참 짧구나 싶은 업무 보고 몇 줄을 보면 말이다. 그 껍데기뿐인 만족감, 충실함은 멀티태스킹을 끝없이 종용하게 되는 원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책을 읽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코딩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인터넷 유머 게시판의 새로운 글이 궁금해지고 친구들의 카톡이 오진 않았나 고개를 쭉 빼게 되는 것이겠지. 참 뇌는 복합적이면서도 단순한 유기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원숭이의 마음이 가슴 깊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인중이 간지러운 기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봄날, 벚꽃, 그리고 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