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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밥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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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Sep 07. 2021

도시락 기록


도시락을 싸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밖에서 밥을 사 먹는 것 또한 불안하고, 포장을 하자니 감당할 수 없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신경이 쓰여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로 결정했다. 워킹맘인 나에게는 사실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머리를 굴려 봤다. 집에 있는 밑반찬을 최대한 활용하고, 짧은 시간에 요리할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해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채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료였다. 저녁에 깨끗이 세척해 두고 또는 삶아두고 냉장고에 넣어 그다음 날 바로 도시락통에 넣으면 정말 간편했다. 평소에 채소를 잘 먹지 않는데 도시락 덕분에 그나마 섭취하고 있다.


구색을 맞추다

도시락을 싸다 보니 왠지 음식의 색감에도 신경이 쓰였다. 나 혼자 먹는 거지만 도시락 뚜껑을 열었을 때 보기 좋고 먹음직스러웠으면 싶었다. 그래서 빨강, 노랑, 초록의 색감을 골고루 넣으려고 했다. 그런 재료를 찾다 보니 의도치 않게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게 되었다.




도시락의 장점

도시락을 싸다 보니 장점이 의외로 많았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양이 정해져 있어 과식하지 않게 된다.

과식하지 않으니 오후에  졸리다.

냉장고 재료들을 끝까지 쓰게 된다(이게 바로 제로 웨이스트 키친의 실천?!).

점심시간이 여유롭다(식당까지 가서 주문하고 기다리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 모두 생략됨).

포장용 플라스틱이 발생하지 않는다.

채소를  많이 먹게 된다(영양소를 생각해서 도시락을 싸게 ).



도시락의 단점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딱 한 가지 단점이라면 아무도 싸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내 잠을 줄여가며 싸야 한다. 그리고 출근할 때 가방이 조금 더 무거워진다.


그럼에도 도시락을 싸는 이유는 앞에서 말한 많은 장점들과, 옛날 학창 시절로 돌아간 느낌 정도 때문이다. 장점들이 단점을 충분히 커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도시락을 싸지 않을까 싶다.




+) 자꾸 주변에서 이걸로 양이되냐고 물어보는데, 도시락 깊이도 있고 꾹꾹 눌러 담아서 양이 꽤 된다는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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