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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뉴 Sep 05. 2023

다이어트 대용식, 담배만큼 끊기 어렵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다이어트 대체 식품과의 이별 이야기

이것이 요요인가요?


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저녁 식사로 다이어트 대체식품을 먹었다.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저체중을 달성하던 시기와 상통했고, 한 번 다이어트 성공의 맛을 본 나는 좀처럼 그 식품을 끊을 수가 없었다.

한창 인생 최저 몸무게를 달성하던 중 임신을 했고, 식성이 바뀌어버리는 바람에 잠시 먹는 것을 관두기도 했지만, 출산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엔 다시 그 대체 식품에 의지했다. 그렇게 두 번이나 출산을 하면서 저녁 식사만큼은 대체 식품을 놓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고, 다이어트업계에서는 '대체 식품이 아닌 자연식을 먹으며 살을 빼야 한다'는 풍조가 짙어졌다. 벌써 n년째 가공 식품으로 저녁 식사를 때우고 있던 내게는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고, 나는 고민 끝에 저녁 식사로 '밥'을 먹어 보기로 했다.

맙소사...!

살이 찌기 시작했다.


난 평생 저녁으로 이것만 먹고살아야 되나 봐


해당 대체 식품을 통해 너무 많은 효과를 본 덕에, 나는 명절에도, 여행을 갈 때도 그 음식을 꼭 갖고 다니곤 했다. 만약 저녁에 외식이 예정되어 있다면 점심을 대체 식품으로 미리 먹어 버리는 식이었다. 그 음식이 내 살을 빼준 것인진 알 수 없지만 나는 확실히 그 음식에 얽매여 있었다.

밥을 먹기 시작하자, 그저 평범한 식사를 했을 뿐인데도 몸무게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다지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은 것이 아님에도 저녁을 먹고 나면 더부룩함에 뒤척이곤 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 난 역시 저녁은 가볍게 먹어야 하나 봐." 나는 빠른 속도로 다시 원래 식사로 돌아갔고, 악순환은 계속 됐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자꾸만 찾아오는 과식의 욕구였다. 항상 정해진, 절제된 가공 식품을 저녁으로 먹고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맵고, 짜고, 자극적인 것이 머릿속을 강하게 헤집었다. "그래, 오늘은 치맥이다!" 그것이 내가 야식을 배운 첫 길이었다.

일주일에 6일은 대체 식품으로 식사를 하고, 하루는 고자극의 음식을 먹고. 그러다 보니 더더욱 대체 식품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나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비슷한 칼로리의 다른 음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바디 프로필 식단으로 자주 먹는 그것, 닭가슴살과 고구마였다.


한 번 사면 5kg! 고구마 까는 인생


당시 내가 먹던 대체 식품은 프로틴바였고, 환율이 지금보다 높지 않던 시절 가격은 개당 2,000원이었다. 한 끼에 2,000원의 프로틴바와 200ml의 무지방우유를 함께 먹으면 총칼로리가 겨우 260kcal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놀라운 포만감으로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어쨌든 강한 절제력이 필요했기에 자주 '터지곤' 했다.

가공 식품을 줄여야 해. 아이를 낳고도 몇 년째 끊지 못했던 것. 차라리 비슷한 칼로리의 자연식으로 먹으면 좀 더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닭가슴살을 벌크로 구입하고, 가공된 고구마는 비싸니 생 고구마를 5kg씩 박스로 사 들였다. 고구마는 얼마나 보관하기가 어려운지, 나는 차라리 한 번에 모두 삶은 뒤 얼려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한 번에 2~3kg씩 삶은 뒤 그날 저녁은 내내 고구마만 깠다. 그렇게 이틀 정도를 고생하고 나면 몇 달을 먹을 고구마가 냉장고 안에 잔뜩 쌓였다. 뭔가 심하게 방향만 바뀐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 가공 식품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다.

내 식성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쉽게 질리지 않는 것이라, 대체 식품으로 먹던 프로틴바도, 프로틴바를 끊기 위해 먹었던 고구마도 아주 잘 먹었다. 고구마 150g과 닭가슴살 한 덩이, 아몬드 우유 200ml를 먹으면 이전에 먹던 대체 식품과 칼로리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수준이었다. 그렇게 또 아주  세월을 고구마를 먹었고, 나름 쉽게 대체 식품을 벗어나는 듯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세뇌일 뿐이었나 보다


이전에 먹던 대체 식품의 장점은, 짧고 빠른 속도로 먹을 수 있는 양에 비해 포만감이 비교적 오래 지속된단 사실이었다. 그에 비해 고구마와 닭가슴살은, 그 크기와 부피에 비해 배부름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게다가 쌓여 있는 고구마들을 해치워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가공된 고구마를 사 먹기엔 너무 비싸단 생각을 했다. 프로틴바는 내가 만들 수 없기에 정해진 가격을 지불해야 했지만, 고구마는 내가 조금만 고생하면 충분히 삶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다양한 정신적 압박 때문인지, 고구마와 닭가슴살을 먹던 기간은 대체 식품을 먹던 삶보다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 뒤로 나는 계속해서 음식을 바꾸었다. 샐러드를 푸짐하게 먹어보기도 하고, 아예 파스타를 매 저녁 삶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돌고 돌아 그 음식과의 마지막은 '야식'으로 마무리했다. 그때마다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며 생각했다.

'아... 그냥 그거 먹을까?'


평생 할 수 있다? 평생 할 수는 있다


사실은, 이런 과정 속에서도 대체 식품을 아예 안 먹은 건 아니다. 고구마를 먹다가도 프로틴바를 구입했고, 샐러드를 먹다가 이번엔 다른 프로틴바를 구매해 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이것만 먹고살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렇게 몇 년을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한 음식에 얽매일수록, 내가 그 회사에 귀속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도 매우 휘둘렸다.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이 오르는 것이었다. 처음 대체 식품으로 저녁 식사를 시작했을 땐 개당 2,000원이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개당 3,000원이 넘는 가격이 되었다. '요즘 같은 물가에 그 정도가 문제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선택사항이 아닐 일개 식품에 집착하고 있던 나로서는 큰 타격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끊임없이 대체 식품과의 탈출을 시도하고, 그리고 실패해 돌아왔다. 그때마다 '좀 먹으면 어때, 죽는 것도 아닌데...' 하고 끊임없이 유혹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체 식품, 다이어트 대용식을 더 이상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데엔 이유가 있다.

몸무게가 점점 더 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상적인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결국 약간의 요요를 감수해야만 했다


식이 조절을 하고, 과식의 유혹에 시달리고. 이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사슬의 시작은 '대체 식품으로 하는 저녁식사'였다. 그리고 돌아갈 수가 없었다. 내가 이 음식을 먹음으로써 갖는 이익(체중 감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것을 먹으면서 난 아프지도 않고, 건강했다. 하지만 꾸준히 스트레스를 가장한 과식 욕구에 시달렸다. 그것만은 절대 건강한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만족스럽지 못한 식사로 계속해서 야식을 찾는 습관이 잦아지자, 체중은 다시 반등했다. 결국 나는 차라리 약간의 칼로리가 더 나가더라도 비교적 건강하고 좋아하는 음식으로 대체해 보기로 했다. 특히 나는 저녁 허기를 잘 버티지 못해 아주 오랜 세월 회사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그렇기에 대체 식품으로도 식사가 가능했다).

회사에서도 먹을 수 있고, 질리지 않고, 한 음식에도 얽매이지 않는 음식...

난 파니니를 만들기로 했다.


아이와도 나눌 수 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


가정용 파니니 그릴을 샀다. 재료는 치아바타와 닭가슴살, 그리고 파스타용 토마토소스. 치아바타를 반으로 갈라 토마토소스를 적절히 바르고, 닭가슴살을 얇게 썰어 넣은 뒤 그릴에 굽는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맛도 있다. 칼로리는 400kcal 정도. 고칼로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지금껏 먹던 대체 식품, 고구마에 비하면 훨씬 높은 칼로리였다. 이젠 더 이상 살이 찌지 않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살은 빠지지 않았다. 당연할 것이다. 먹는 양이 늘었으니까. 도대체 왜 살이 안 빠지지? 나는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고무적인 사실이 있었다. 스스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든든하게 먹으면 신기하게도 야식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예전엔 회사에서 대체 식품이나 고구마를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에이 좀 더 먹으면 어때!' 하고 또다시 배달 앱으로 치킨도 시키던 나였는데, 그러한 유혹이 현저히 줄었다(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맛이 있었다. 아침마다 파니니 그릴에 빵을 굽고 있으면, 첫째가 옆에서 코를 킁킁거리며 다가왔다. "엄마, 맛있는 냄새가 나요." 아이에게 저녁으로 내가 먹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 주었더니, 아이가 너무 맛있다며 그 자리에서 반 이상을 먹어치웠다. 이전에 내가 프로틴 바를 뜯어먹고 있을 때마다 아이에게 "이거 진짜 맛없는 거야."라고 말할 때와는 천지 차이였다. 무표정으로 고구마를 우적우적 씹어먹을 때와도.


끼니에 유연함을 얹을 수 있는 여유


지금 내 저녁식사는,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처럼 집에서 만든 닭가슴살 파니니가 되었다. 속알맹이는 항상 같지만, 겉빵인 치아바타는 그때그때 다른 걸 먹는다. 보통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벌크 치아바타를 구매하긴 하지만, 대형 마트에서 파는 피타 빵으로 만들 때도 있고, 또는 아이가 먹다 남은 식빵 양 끝 두 조각으로 만들어 먹을 때도 있다. 칼로리 역시 어떤 빵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나는 그것을 '맛있는 빵이니 칼로리가 좀 높네' 하고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대체 식품을 먹을 때의 나는, 항상 정해 둔 음식만을 먹었다. 고구마를 먹을 땐 더더욱 그랬다. 샐러드나 파스타는 언급하기도 힘들다(너무 빨리 질려 거의 오래 먹지도 못했다). 그러던 내가 조금씩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저녁 식사의 종류가 많아진 것이다.


며칠 전, 대체 음식을 끊은 뒤 처음으로 몸무게 감량을 했다. 그것은 내게 있어 지금껏 줄여왔던 몇 kg들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꼭 이 음식이 아니어도 된다'는 여유, 바쁠 땐 다른 음식을 찾아 먹을 수 있는 여유. 지금껏 내겐 그 여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항상 초조했고, 갑작스럽게 기분이 풀어질 때면 허겁지겁 고칼로리의 음식을 찾아 헤매었다.


변하고 있다. 그것은, 내게 있어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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