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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뉴 Sep 03. 2023

나 몰래 다이어트하기

운동에 기대하지 않는 것

운동 능력치가 다시 올랐다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 워치는 Vo2MAX(최대 산소 섭취량)을 액정에 항상 시계처럼 표시해 두는 기능이 있다. 한창 러닝에 빠져 2주에 한 번 꼴로 러닝 대회에 나가던 시기에는 51 정도로 올랐고, 그 후 시간 제약과 각종 핑계로 인한 운동 부족으로 50으로 내려가더니, 마지막에는 결국 49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최근 내 최대 산소 섭취량은 49였는데, 오늘 무심코 시계를 바라보니 Vo2MAX가 다시 50이 된 걸 확인했다.

꾸준히 운동하지 않으면 오르지 않는 수치. 새벽 운동을 시작하고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시작한 지 3주가 넘어, 나는 마침내 다시 내 운동 능력치를 조금씩 궤도에 올리기 시작했다.


운동에 희망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를 당당히 '다이어트'라고 몇 번이나 언급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살을 빼기 위함도 있겠지만, 말 그대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의 의미도 있다. 더 찌지 않기 위해. 나이가 들며 기초 대사량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면 내 몸무게의 기준치가 자꾸만 올라간다. 예전엔 55kg였다가 56kg만 돼도 '쪘어'!'라고 생각하던 기준치가 시나브로 오르면서 나중엔 '60kg만이라도 유지하자..'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바로 그 기준치를 더 이상 올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무게의 기준치는 몇 년간 계속해서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감량을 위해 시도했던 다이어트 이후, 틈틈이 찾아오는 야식의 유혹들. 이따금씩 유혹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갈 때면 몸무게는 거짓말처럼 1kg씩 늘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동안 불굴의 의지로 되돌려놓았나 하면, 다시금 '오늘 맥주 콜?' 하고 맘속에서 외치고, 결국 무한 반복... 그 1kg가 조금씩 늘고 늘어 가는 것이다.

야식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면 될 일을, 그 외의 식사를 늘 예민하게 신경 쓰던 탓이었는지, 나는 수시로 그렇게 야식과 과식에 빠졌다. 그리고 나면 회개하듯 운동을 했다. 오늘 운동으로 어제의 과식을 속죄해야지. 하지만 속죄의 운동은 잠깐일 뿐, 고삐 풀린 음식 세례를 받아들이는 덴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새벽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결심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이 운동으로 살을 뺀다고 생각하지 말자.' 이렇게 매일 운동하면 살이 빠지겠지?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결국 보상 심리가 생기게 되고, 결국 운동한 것보다 더 많이 먹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저 하루의 일과로써 운동하기. 운동으로 인해 식사의 면죄부를 갖지 말기. 그것이 내가 새벽 운동을 시작하면서 갖게 된 또 하나의 목표였다.


다이어트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이어트입니다


사람 마음은 너무나 간사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일 것이다. 1kg는 7700kcal를 태우면 빠진다는데, 그럼 내가 하루에 500kcal 넘게 운동으로 소모한다면 2주에 1kg는 빠지는 걸까? 하지만 몸무게는 그렇게 쉽게 숫자를 내어 주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처음 새벽 운동을 시작한 후 며칠간은 앞서 말했던 보상심리(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운동했는데) 때문에 약 1-2kg가 더 찐 걸 알 수 있었다. 왜 추측이냐 하면 당시 평소에 입던 치마를 입었을 때 아랫배 상태가 심상치 않았는데, 무서워서 몸무게를 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 1주일을 보상 심리를 없애려고 노력한 결과 마주한 몸무게. 여전히 1kg가 남아 있었다. 나는 다시 생각했다. 그래 난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야!

대신에 내가 갖게 된 다른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긍정적인 생각, 하루에 대한 성취감, 자아 효능감... 어쩌고 저쩌고... 실제로 그것은 매우 효과가 있었다. 늘 복창하듯 얘기했던 '운동을 하는 이유는 살 빼려고'라는 마인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운동을 했더니 영어 공부도 하게 되더라' '운동을 하고 나니 하루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더라'라는 다른 장점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애써 몸무게를 무시하기를 일주일, 이주일... 드디어,

몸무게가 줄었다.


잘 먹고 많이 움직이며 살을 뺀다는 것


그전에도 몇 번의 다이어트를 했고, 실제로 감량을 했었다. 하지만 약간의 간식, 과식은 쉽게 몸무게를 유지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나는 내가 정한 정량의 음식 외에 추가로 뭔가를 먹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 나머지 야식의 유혹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를 해제시켜버리곤 했다. 평소에 안 먹던 과자를 한 번에 같이 먹는다던가, 한 조각도 조심하던 치킨을 한 마리 모두 먹어버린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무엇보다 조심했던 것은 '음식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냐. 그러니 이것도 먹을 수 있지. 어제는 좀 가볍게 먹었으니 오늘은 좀 더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어야지. 더불어 늘 하고 있는 새벽 운동은 잊어버리기로 했다. 처음엔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신경 써서 하던 틈새운동을 모두 멈춰버렸었다. 회사 계단 오르기, 밥 먹고 산책하기 등을 '아침에 운동했으니 뭐~' 하는 마음으로 과감히 쉬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아침에 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를 모두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하루가 통으로 운동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점차적으로 기존의 틈새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운동을 특별한 일로 만들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보상 심리도 만들지 않는 것. 그게 나의 가장 큰 목표였다.


모른 체했지만 성과는 뿌듯하다


새벽 운동을 시작한 뒤에도 몸무게는 몇 번 줄어드는 듯하다가도 곧 오르곤 했다. 그렇기에 며칠이 지나면 또다시 몸무게가 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나는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언급한 1kg는 그냥 다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동안 모른 체했던 나의 수많은 움직임들, 그리고 조심했던 식사들이 결과를 내어준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라는 말은 조금 거짓이겠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에 대한 마음가짐과 행동들이 의미를 보여준 것만 같다.


Vo2MAX 가 50으로 다시 올라간 것을 보며, 몸무게가 조금 줄어든 것을 보며, 다시 한번 바란다. 앞으로도 모르는 척해줘. 내가 무엇을 하는지, 내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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