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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뉴 May 11. 2022

삶의 나침반은 항상 고장 나 있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고민하고 고뇌한다.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나, 좀 더 변화할 수 있는 내 모습.
사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지 않은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과 대화할 때 내가 붕 떠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젯밤엔 남편에게 물었다.
"나 많이 특이한 사람이야?"
남편은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느낀다.
이상한 사람도, 특이한 사람도 아니지만, 나는 스스로가 불편한 사람인 것 같다.
일상을 공유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

나도 가끔씩은 누군가를 길잡이로 삼아 나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옷을 따라 사입기도 하고, 좋아하는 프로를 따라 보기도 하고, 즐거웠다는 여행지를 앞으로의 버킷리스트에 슬쩍 넣어둬 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것들은 금세 질렸고, 아닌 것을 알았다.
10여 년이 넘는 시행착오 끝에 나는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았다.
그것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혼자서 좋아하는 것이었고
대부분은 그것은 나를 만족시켰다.

그럼에도 인간은 섬이 아니기에, 나는 늘 나만의 나침반을 들고 사람들을 기웃거린다.
여기가 맞을까? 저기가 사람이 많은데, 혹시 저기가 내가 가야 할 길인 걸까?
하지만 그것은 곧잘 틀린 길이었다. 발 한번 내딛지 못하고 난 걸음을 포기했다.
다행인 것은, 그렇게 포기한 걸음을 후회한 적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미 서술했다시피, 그것들은 곧잘 틀린 길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나침반은 고장 나있다. 원판 한가운데에 핀을 꽂고, 빙글빙글 돈다.
그렇지만 고장 나 있는 나침반은 내 것뿐만이 아니다.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나침반은 이미 고장 나 있다.
우리는 그것을 멀뚱멀뚱 쳐다보다, 이내 본능에 의해 나아간다.

지금 나는 나침반을 보고 멀뚱히 서있다. 그리한 지는 좀 오래되었다. 아주 오랫동안 남들의 여정을 지켜보고 있다.
아직까지 발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다.
하지만 이내 나아갈 것이다. 고장 난 나침반을 든 채로.

비록 고장 나 있지만, 나침반은 나침반이니까.
그리고 그것이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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