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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온 Apr 29. 2024

요즘 취업이 불이라더니: 서류에서 다 떨어지다.

EP8. 삶이란 아이러니한 것

지난 두 달, 정말 열심히 살았다. 이직에 성공하신 분들이 존경스러워지는 시간이었다. 시간을 쪼개가며 어학 성적을 따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원서접수를 했다.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괴로웠지만, 마음이 참 괴로웠다. 그들의 능력도 존경스럽지만, 무너지지 않는 강철 멘탈이 가장 부러웠다.


지원한 회사도 근무시간에 결과를 올리기 때문에, 대부분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조용히 결과를 확인해야 했다.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하던 중 자리에서, 회식을 가느라 팀원들과 함께 있던 차 안에서.. 탈락. 이제는 메일을 다 읽지 않아도 첫 문장에서 합불 여부를 대충 예상할 수 있다. (우선, 귀한 시간을 내주시어 지원해 주심에 감사....)


불합격 자체도 힘들었지만, 다시 느끼는 노력했던 시간들이 물거품이 되어가는 기분, 팀원들 몰래 이직을 준비한다는 미안함, 이러다가 이곳에 잠식될 수 있겠다는 걱정과 불안함 등등이 모여 내 멘탈을 지하로 잠식시켰다. 쿵쿵 울리는 마음을 붙잡고 입으로는 대화를 이어나가며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했다.


한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길을 잃었다. 하나라도 서류에 붙었다면 다음 전형을 준비했을 텐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퇴근 후 할 일이 사라졌다.




이제 나는 뭘 해야 하지?


사실 약간의 번아웃이 왔다. 열심히 달린 만큼의 성과가 없으면 사람은 지치기 마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은 오히려 회사 안에서 성취감이 생겼다. 어느 정도 나만의 업무 영역이 생겼고, 작은 인정들이 쌓였다. 아무 성과가 없던 회사 밖에서와 달리 작은 성과들이 생겼고, 칭찬도 받았다. 물론 혼나고 무시당하는 일도 많았다. 처음 해보는 일이 많으니 어쩔 수 없음을 안다. 하루만 후회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나는 칭찬을 들으면 춤추는 고래 같은 스타일의 사람이다. 더 칭찬을 들으려 열심히 춤을 추고 있다. 하하 단순한 사람.


일단 휴가를 내보려고 한다. 어차피 면접 휴가를 낼 필요도 없어졌다. 문제는 이제 내 시간이 생겨도 할 일이 사라졌다. 글쓰기도 요즘은 취미보다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회사 일에서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면 일단은 이 커리어에 집중하는 것이 맞을까? 내 시간에는 그저 나만을 위해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놀아도 되는 걸까? 그러다 나중에는 원해도 움직일 수 없는 타이밍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회사에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다 떨어진 이후에도 아직 남은 것이 있다는 거다. 내일, 아니 12시가 넘었으니, 오늘은 월요일이고, 내일도 나는 내 월급 값을 해야 한다. 늘 그렇듯이 주말에는 늦잠을 잤기 때문에 12시가 넘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도 늦게나마 잠에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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