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회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란 직장인이 매일 같이 8시간 이상을 보내는 곳이다. 회사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내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요즘은 이게 혹시 내 자신을 더 괴롭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처음 지방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5년 정도 이 지역에서 커리어를 쌓을 생각을 했었다. 스스로에게 너는 입사해서 돈을 벌고 싶다고 세뇌했던 걸지도 모르지만, 면접에서 했던 대답들은 정말 나의 진심이었다.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니, 지방으로 내려가는 주말 기차 안은 늘 우울했다. 회사 가기는 늘 싫었고, 쇳덩이와 큰 화물차, 소음이 가득한 공장은 답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 우울함의 원인이 "현실과 이상 사이 괴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상상했던 나의 일하는 모습은 멋진 커리어우먼이었나 보다. 깨끗하고 좋은 사무실에 앉아 멀끔한 옷을 차려입고 바쁘게 일하며 펜을 돌리는 그런 모습이, 나의 이상적인 일하는 나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사일로와 공정 사이를 지나 화학물질 냄새와 시끄러운 소음을 지나 출근하는 나. 공장 사이 20년이 넘은 낡디 낡은 오래된 사무실에서 회색 유니폼을 입고 닭장 같은 자리 한가운데에 앉아있는 나. 가끔은 현장에 나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화학물질 사이에 서서 너무 시끄러워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곳에서 대화를 해야 하는 나. 이것이 지금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나다.
사실 공장이 아니어도 원래 현실 직장인이란, 이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더 큰 대기업이라고 얼마나 다르겠는가. 마치 내 대학은 나만 욕할 수 있고, 내 동생은 나만 욕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다니는 내 회사를 욕하는 것은 다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고, 결국 내 얼굴에 침 뱉기라는 것을 안다.
내가 장점을 잘 못 보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는 이 회사를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그리고 잘 들여다보면 장점도 많다. 절대 밀리지 않는 월급, 그래도 나오는 성과급, 그래도 있는 것은 다 있는 복지, 중소기업을 많이 돌아다니는 내 입장에서 주변을 보기만 해도 내가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가진 것이 따로 있겠지만.)
늘 불만족한다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여기에 계속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있을 거라면 만족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면 내 이상을 끌어다 내려놔야 되지 않을까, 그래야 내가 여기에서 더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안주하는 게 정말 나쁜 걸까. 현재에서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게 삶의 본질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그래도 되는 걸까, 그냥 내 불만족을 인정하지 않고 흐린 눈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답이 없는 문제 같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답이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