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결국 용기 내지 않았다. 휴직도 용기일까?
퇴사를 턱 끝에 달고 있다가 결국 휴직을 선택했다.
첫째로, 의사 선생님과 상담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다. 사실 그때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지만, 퇴사 후 이직에 더 자주 실패하게 되면 내가 가진 증상들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았던 듯하다. 잠깐의 휴식은 필요해 보이지만, 1년 이상의 긴 휴식에는 부정적이라고 말씀하셨다.
둘째로, 차가운 회사 밖의 현실을 체감했다. 그 사이 또 다른 회사에 붙었다. 스타트업이었다. 작은 회사에 붙었으니 당연하게도 연봉을 낮춰야 했다. 예상했던 하락폭보다 더 크게 낮춘 수준이었다. 긴 고민이 있었다. 퇴사할 거라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낮은 연봉의 직장을 손에 쥐고 나니 오히려 가지고 있던 대기업 연봉과 복지가 아까워졌다. (아무것도 없을 때에는 오히려 쉽게 놓으려고 했거늘.) 첫 취준의 순간에 전공을 놓지 못했던 이유가 '돈'이었던 것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고, 가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퇴사라는 선택지를 미루게 됐다.
셋째로, 직장 동료의 설득이 있었다. 사실 주변에서는 내 증상을 자세히 알수록 나의 퇴사와 이직을 말리지 않았다. 남들이 받아들이기에 상담과 신경정신과 약은 생각보다 큰 증상이었고, 연봉을 낮추고 가진 것을 버릴 만큼 큰 문제였나 보다. 직장 동료는 내가 숨겨왔으니 당연하게도 내 증상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셨고, 그래서 퇴사(더 낮은 곳으로의 이직)를 말리셨다.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는 버티는 게 당연한 선택지구나, 체감하게 되었고, 내가 아프다는 것을 더 강하게 알게 됐다. 새로운 곳에 가서 다시 적응하느라 소모할 나 자신이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편안한 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직이라는 선택은 나에게 어떤 부메랑이 될지 알 수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아픔을 알게 되고, 진급이 막히고, 평판이 달라질 수 있다. 원래 1과 2를 넘어 5까지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 나지만, 최대한 1과 2만 생각해보려 한다.
1. 일단 나에게 필요한 것은 '쉼'이다.
2. 당장 내가 공장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에 맞는 노력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