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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혁 delivan Nov 21. 2019

일상을 지배하는 제품의 비밀

내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앱이 하나 있다. 바로 페이스북이다. 저번 주에는 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를 제치고 당당히 주간 사용시간 1등을 차지한 녀석이다.

하루 평균 한 시간 이상을 페이스북에 갖다 바치고 있다

내가 페이스북 앱을 키는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물을 마시러 가거나 화장실에 갔다 오는 잠깐과 잠자리에 들기 전 잠깐에 무의식적으로 앱을 실행한다. 당장 어떤 기능이 필요해서 사용하기보다 그냥 습관처럼 사용하게 된다. 앱을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단순히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할 때만 키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페이스북 습관'이 만들어져 있었다.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습관 형성 모델

인지심리학자들은 습관에 대해 '상황 신호에 의해 유발되는 자동적 행동'이라고 정의한다. 즉 의식적 사고 활동과는 거의 또는 전혀 무관하게 일어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처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서비스는 그걸 만든 기업이 의도한 대로 사용자의 일상 행동들을 바꿔놓는다. 유용한 정보가 있나 싶어 그룹이나 페이지를 뒤적거리거나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해 잠깐 켜본 것이 어느새 일상 행동이 된 것이다.


책 <훅>의 저자 닐 이얄은 이와 같이 사용자의 습관을 만드는 제품으로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과 그러지 못한 기업들이 간과했던 점을 오랫동안 연구했다. 그는 소비자 심리학,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행동경제학 분야의 연구결과들을 적극 활용하여 이론을 정립하고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마침내 훅 모델(Hook Model)이라는 걸 탄생시켰다.

 


훅 모델은 기업들이 사용자의 습관을 형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4단계 과정이다. 저자는 '성공적인 상품들은 고액의 광고 활동이나 공격적인 메시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 4단계 과정의 연속적 반복을 통해 사용자들의 재구매와 자발적 참여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 과정들을 한번 살펴보자.


1. 계기(Trigger)

계기는 습관 형성의 가장 첫 단계로 어떤 행동이 일어나도록 하는 작동 장치라 할 수 있다. 즉 우리의 인식 여부와는 상관없이 우리를 움직여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계기는 크게 외부 계기내부 계기로 나눌 수 있다. 외부 계기의 가장 쉬운 예시는 광고다.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 멋진 이성의 사진 등을 활용해 어떻게든 그 제품에 관심을 가지고 이용해보도록 유혹한다. 그 외 우호적인 언론 보도, 주변 사람들의 추천, 이쁘게 생긴 앱 아이콘 까지도 외부 계기가 된다.


외부 계기의 궁극적 목표는 사용자들이 훅 사이클로 진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진입을 하게 되면 그 이후에 몇 번의 순환이 이루어져 더 이상 외부 계기가 필요치 않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되면 이젠 내부 계기가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내부 계기는 외부 계기완 달리 볼 수도,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이것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루함, 불안함 같은 감정들은 고통이나 짜증을 유발하고, 그런 부정적 감정들을 가라앉히기 위해 즉각적, 무의식적 행동이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까지 가는 동안, 잠깐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혹은 내가 놓친 정보가 있을 것 같은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페이스북을 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이 사소한 스트레스들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불편한 느낌에 대해 자신이 행하는 습관적 반응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렇듯 특정 내부 계기들이 나타날 때마다 사용자들이 해당 제품을 찾게 되면서 이런 연결고리는 점점 하나의 습관으로 굳어지게 된다.


2. 행동(Action)

외부 또는 내부 신호에 의해 만들어진 계기는 사용자에게 그다음에 취해야 할 행동을 알려준다. 하지만 사용자가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그런 계기도 쓸모없는 것이 된다. 그래서 제품 설계자는 사용자가 의도한 행동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최대한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스탠퍼드 대학 설득기술학연구소 소장인 포그 박사는 행동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면 해당 순간에 사용자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단순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페이스북을 킬 때마다 광고 팝업이 뜬다던지, 타임라인의 다른 포스팅을 보기 위해 페이지를 이동하는 버튼을 눌러야만 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자주 이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앱 아이콘을 클릭하면 바로 최신 포스팅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다른 포스팅을 더 보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건 그저 손가락을 위로 쓸어 넘기는 것뿐이다. 이런 아주 단순한 행동으로 지루함과 불안함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3. 가변적 보상(Variable Reward)

이 단계에서는 앞 단계인 행동의 동기를 더욱 강화해주면서 사용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보상 그 자체가 우리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탠퍼드 대학의 브라이언 넛슨 교수는 우리의 행동을 유도하는 건 보상 그 자체에서 느끼는 기분이 아니라 그런 보상에 대한 열망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욕구라고 말한다. 즉 욕망이 아닌 욕망에 대한 스트레스가 행동을 유도한다는 얘기다.


수천 년간 진화를 거듭해온 인간의 두뇌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특정 상황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나면 해당 정보를 기억 속에 저장해둔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인과관계의 패턴이 깨질 경우 우리는 그것을 다시 인식하게 된다. 새로움이 우리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거기에 우리를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새로움이 보상이라는 형태로 다가오게 되면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그 보상을 갈망하게 된다.


보상이라고 하면 물질적인 것과 자주 연관을 짓게 되는데, 인간은 생각보다 사회적인 보상에 더 끌린다고 한다. 인간의 두뇌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존재, 매력적인 존재, 중요한 존재이며 어딘가에 소속된 존재라고 느끼게 만드는 보상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셜미디어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자신이 새로운 글을 올리거나 사진을 올릴 때마다 사회적 확인, 즉 다른 사람들이 확인해줄 것을 기대가 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갈망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콘텐츠를 올린 사람에게는 좋아요와 게시물에 대한 댓글이, 콘텐츠를 보는 사람에겐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정보들이 가변적 보상이 된다.


4. 투자(Investment)

사용자의 뇌 속에 자동적 행동을 활성화시키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해당 상품에 대한 사용자의 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왜냐면 사람들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수록 그것을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의 조그만 노력이 애정으로 이어지는 증거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현상이 바로 '이케아 효과'다. 이케아는 저렴하고 조립 가능한 가정용 가구를 판매하는 세계 최대의 가구 업체다. 이 업체는 기존의 조립된 완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고객들이 직접 제품을 조립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노동 비용, 배달 효율성을 높였을 뿐만 기존 가구보다 자신이 만든 조립 가구를 더 좋아하게 만들었다.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 댄 어리얼리는 '자신의 노동력을 투자한 사람들은 단순히 직접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작품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라고 말한다. 즉 투자 행위는 그 제품을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페이스북을 예로 들면 페이지나 특정 인물을 팔로잉 하는 것도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즉각적인 보상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팔로잉으로 인해 좋은 소식이나 정보를 얻게 된다. 이런 투자 행위를 설계하는 것의 이면에는 해당 제품을 사용하고 투자할수록 더 좋은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는 사용자의 믿음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수록 회사뿐만 아니라 사용자도 이점을 누리게 된다는 점이 그들이 계속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공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대부분 앞서 소개한 훅 모델을 보면서 자신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정도로 그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공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만들고 있던 기존 제품 혹은 앞으로 만들어야 할 신제품에 대해 습관 형성 모델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최근 사이드 프로덕트(프로젝트 아님!)를 진행하는 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회사일과는 별개로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 수 있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와중에 <훅>을 읽게 되어 팀원과 제품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고, 우리가 만들 제품도 습관을 만드는 제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앞으로도 끈기를 가지고 어떻게 습관을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적용해보면서 우리 제품만의 습관 형성 모델을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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