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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혁 delivan Nov 11. 2019

내 글이 300번 넘게 공유된 이유

콘텐츠의 미래

내가 쓴 2주 전 글이 어느덧 300번 넘게 공유됐다. 유명한 분들에 비하면 그리 높지는 않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달 남짓 된 신입(?)에겐 꽤 과분하고 감사한 일이다. 나 같은 글쓰기 초보자의 글이 이렇게 까지  많이 공유된 이유는 무엇일까?


글 제목이나 내용이 좋았나?

처음부터 막 공유되기 시작한 건 아니다. 먼저 조회수가 갑자기 늘기 시작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발행한 다음날에 다음 메인에 노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막 자랑하고 다녔다. 내 자랑을 들어주신 분들은 보통 이런 말을 해주셨다.


"내용이 너무 좋았고 글도 몰입감 있게 잘 쓰셔서 메인에 올라갈 만한 글이었어요."


몇 개월 전만 해도 글쓰기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던 내가 벌써 이런 칭찬을 들으니 어깨가 으쓱했다. 난생처음 실시간으로 늘고 있는 조회수를 보면서 '내가 글을 잘 쓰긴 하는구나' 하는 혼자만의 착각에 사로잡혔다.


높은 조회수는 오래가지 못했다. 내 글이 다음 메인에서 내려가자마자 2000이 넘었던 조회수가 한순간에 11로 뚝 떨어졌다. 또 그렇게 조회수가 높았었는데도 공유수는 한 자리에 불과했고 구독자는 심지어 늘지도 않았다. 결국 내 글은 '제목에 끌려 들어왔지만 공유할 만하진 않은 글'이었구나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연결 만들기

글이 더 이상 관심을 받지 않자 내심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엔 글과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글을 공유해보기로 했다. 그런 분들은 내 글에 흥미를 가지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은 많지 않았지만 왠지 그런 분들이 많을 것 같은 빡독X성남 카톡 단톡방에 공유를 했다. 그 단톡방엔 체인지 그라운드 이사님이 계셨는데, 내 글을 좋게 봐주셨는지 체인지 그라운드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하는 글을 올려주셨다.

 


그러자 좀처럼 늘 기미가 안보이던 공유수가 몇십 회씩 늘기 시작했다. 조회수는 다음 메인에 노출된 당시의 최고 조회수에 비하면 적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100회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단순히 단톡방에 한 번 글을 공유한 것이 체인지 그라운드 이사님과 연결되고, 체인지 그라운드 페이지 팔로워 분들과 연결되고, 또 그분들의 친구들과 연결되어 내 글은 좀처럼 꺼지지 않는 산불처럼 계속 확산됐다. 연결과 공유의 힘을 절실히 느낀 일주일이었다.


콘텐츠의 함정

일반적으로는 글의 내용이나 제목이 흥미를 유발했기 때문에 잘 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사실 그런 이유가 생산자 입장에선 더 달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책 <콘텐츠의 미래>의 저자 바라트 아난드는 "디지털 세계에서 어떤 콘텐츠가 잘 되는 이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즉 "글의 내용이 좋은 것"이 공유수가 300이 넘어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내용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보다는 덜 공유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체인지 그라운드를 알고, 빡독X성남 단톡방에 이 글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높은 조회수와 지속적인 관심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나 도화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당연하다.
(...중략...)
이는 외견상으로는 모두 이성적이고 당연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잘못된 행동이다.
이게 바로 콘텐츠 함정이다.


바라트 아난드는 콘텐츠 함정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1. 확산을 불러온 상황을 인식하기보다 빌미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들이 공유와 연결 관계를 택하게 된 원인은 제쳐두고 제품의 특징만으로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고 믿는 것 과 같다.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오류이자 원인과 결과를 잘못 이해한 결과다.


2. 콘텐츠를 둘러싼 기회를 잡으려 하기보다 어떻게 해서든지 콘텐츠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콘텐츠의 경계를 너무 좁은 범위로 설정해버리는 오류다.


3. 최고의 방법이 하나만 있다고 믿고 그 방법만을 끊임없이 찾는 것이다. 맥락과 환경을 고려한 올바른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전략이 아닌 일반적인 해결 방법에 의존하는 실수라 할 수 있다.


내용의 퀄리티를 올리고 어떻게든 흥미로운 얘기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사람들이 알아서 내 글을 공유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내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달되도록 연결 관계를 찾는 것이 그보다 훨씬 중요하다.


콘텐츠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디지털 비즈니스 세계에서 많은 기업들이 콘텐츠 함정에 빠진다. 예를 들어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어떤 기능을 아주 잘 만들어 놓으면 사용자들은 알아서 늘 거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어떤 기능을 추가하고 어떤 기술을 써야 할지에 대해 너무 매몰되어 정작 사람들이 제품을 접하고 공유할 기회를 만드는 데에 소홀해진다.


성공과 실패의 전파는 콘텐츠의 질이나 어느 개인의 행위보다는 개인들 간의 밀접한 관계에서 더 많이 비롯된다. 사람들에게 서로 의사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허락하면 엄청난 속도로 효력을 발휘한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아는 것

디지털 전략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와 이론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이론들을 이해하기 위해 힘들게 노력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는 않은 일이다. 그보다 그 이론들이 어디에 중요한지 이해하고,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한계를 보이는 곳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디지털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걸 겸손하게 인정하는 대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한다. 특히 사소한 것들이 중요한 것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이 하는 일과 점점 연계성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

연관되어 있지만 보이지 않는 기회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현재의 활동 무대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

우리가 하는 일이 우리가 있는 곳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깨달아야 한다는 점


핵심은 우리가 예측을 하는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통제를 벗어난 상황을 관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익숙해져야 한다. 개입할 때를 알아야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개입할 방법을 알아야 과정을 예측할 수 있다. 신중함, 판단, 의지의 힘 그리고 한계를 아는 일이다. 각 상황마다 연결 또는 관계를 이해할 때 우리는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결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연결을 찾아 시도해본 것이고 그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글의 내용이나 제목도 나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운이 좋게 적절한 연결 관계를 찾아 나름의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덕분에 이 귀중한 경험을 토대로 본업에서도 맥락에 맞게 다양한 시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정말 두고두고 읽으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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