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
넷플릭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외 유명 질문/답변 플랫폼인 Quora에 게시된 글을 보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기준 평균 38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실로 어마어마하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높은 연봉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 <파워풀>의 저자이자 넷플릭스의 최고 인재 책임자(CTO, Chief Talent Officer)로 14년간 일했던 패티 맥코드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영인은 모든 직급에 스타급 직원을 앉혀 놓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성실한 직원은 아무리 잘해도 평균 대비 두 배 정도 성과를 올리지만, 창의적인 직원은 잘하면 평균보다 열 배 성과를 낸다.
즉 최고 수준의 연봉을 유지하는 이유는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는 직원을 채용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평범한 직원 2명보다 탁월한 직원 1명이 더 많은 성과를 내지만 따지면 비용은 더 적게 든다고 말한다. 또한 넷플릭스가 현재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이유라는 걸 강조한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궁금점이 생겼다. 그럼 도대체 그들이 생각하는 '탁월하다'는 기준은 어떤 것일까?
책 <파워풀>의 전신이기도 한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 가이드(Reference Guide on our Freedom & Responsibility Culture)에는 직원들에게 다음 9가지의 기준을 제시한다.
애매모호한 상황에서도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전략적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 지금 해야 하는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발생한 일에 대해 겉모습이 아닌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리액션을 잘하는 것보다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찬가지로 간결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뜻을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소통은 말하기와 듣기 뿐만 아니라, 쓰기와 읽기도 포함된다.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아주 많이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동료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큼 높은 퍼포먼스를 유지한다. 과정과 절차보다는 뛰어난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 분석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길 줄 알아야 한다.
빠르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배워야 한다. 회사의 전략, 시장, 고객, 공급자에 대해 이해한다. 비즈니스와 기술에 관해 넓게 이해하며 둘이 연관 지을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영역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실용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위해 문제를 재정의 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복잡성을 최소화시켜 회사가 민첩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반대의 입장을 자신 있게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논란이 있더라도 회사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정도로 탁월함을 추구한다. 끈기를 갖고 도전하며, 이뤄낸 성취에 대해 축하한다. 또한 회사의 성공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다.
공정하고 단도직입적이어야 한다. 동료가 당신의 의견을 부정할 때, 정치적으로 굴지 않는다. 뒷담화는 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실수는 빠르게 인정한다.
자신이 아닌 회사 전체에 최선인 것을 추구한다. 동료를 돕는 데 기꺼이 시간을 내고, 정보를 공유할 줄 알아야 한다.
위 9가지 기준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숨이 턱 막혔다. 현재의 나와 비교했을 때 아직 기준 미달인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당장 넷플릭스에 지원할 건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목표로 삼아야 할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기준에 비해 한참 부족한 자신을 인지하자 약간의 낙담이 몰려왔다. 하지만 책에서 패티 맥코드가 유능한 직원을 떠나보낼 때에 대한 얘기를 읽고 조금 위안이 됐다.
아무리 노력을 쏟고 온갖 평가를 하더라도, 직원들을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일반적인 공식 같은 것은 없다. 넷플릭스가 보낸 직원 상당수는 그들이 우리가 하는 일에 뛰어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일에 더 탁월했기 때문이다.
기준에 모두 충족하려고 하기 전에, 현재 나의 가치는 어디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내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 수 있을까? 나는 책에 소개된 넷플릭스의 솔직함 문화에서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넷플릭스의 문화를 뒷받침하는 실천사항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극도의 솔직함'이라고 한다. 경영진들은 모든 직원들이 진실을 공개적으로 말하게 해야 문제가 드러나며 그것을 해결함으로써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강력하게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몇 가지 방법으로 이를 모델화 했다. 그중 하나가 팀 회의에서 '시작해라, 그만해라, 계속해라' 운동을 시행한 것이다. 동료에게 '시작해야 할 것, 그만해야 할 것, 계속해야 할 것'을 한 가지씩 말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솔직함이 자연스럽게 회사 전체로 퍼지게 됐다고 한다.
나는 이 모델을 통해 동료들이 내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설문지를 만들어 회사 전체 메신저에 올렸다.
지금까지 8개의 답변을 받았는데(다들 바쁘신지 생각만큼 많이 안 해주셔서 조금 슬펐다ㅠㅠ), 그만했으면 하는 부분에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반이었다. 우리 회사의 개발 문화 특성상 다른 직군의 동료들과 얘기를 활발히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던 게 큰 것 같다. 탁월함의 9가지 기준에서 특히 '용기'가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계속했으면 하는 부분에서는 내 가치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독서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함으로써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9가지 기준에선 '열정'과 '호기심'이 나에게 강점인 가치가 아닐까 싶다.
책 <파워풀>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리더 혹은 관리자급 직원들의 입장에 초점이 맞춰 있어서, 나 같은 일반적인 직원 입장에서 뭔가를 실천해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위처럼 설문지를 돌려보는 최소한의 시도로 회사에 좋은 영향을 주고 나도 내 가치를 더 잘 알게 된 계기가 됐다. 자신이 어떤 직급에 있든 간에 내 가치, 즉 탁월함을 계속해서 점검하고 단련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넷플릭스 직원처럼 높은 연봉을 받고 싶다면 먼저 그에 합당한 탁월한 사람이 되도록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