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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진 Mar 18. 2020

3월 둘째주 정산

주말 나들이 한번 다녀올 정도

배민커넥트로 활동하면 매주 금요일에 주급을 받는다.

수요일부터 차주 화요일까지의 배달비다. 금요일에 주급을 주는 이유는 그 돈을 가지고 주말에 재미있게 놀라는 뜻일까.


매주 턱없이 적은 금액을 정산받았다. 주말을 재미있게 보낼 만한 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좀 재미나게 놀아볼 심산으로 한 주간 배달을 빡세게 했다.


원래는 '하루 2건만 배달하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효과만 보자'를 신조로 하고 있었지만, 나도 이제 배달 약 3개월차로서 약간의 기술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두 건 이상의 배달도 무리없이 해냈다.



첫째는 가깝다고 아무데나 배달가지 말자.

픽업지가 집 근처라도 자전거로 15분 이상 가야 하는 배달지는 가지 않는다.

멀리 가버리는 바람에 '꿀배달'할 수 있는 배달건을 놓치기 십상이다. 차라리 몇 개의 배차요청을 거절하더라도 배달지-픽업지가 가까운 요청을 선택하는 게 낫다. 어차피 배달비 차이도 거의 없다.


둘째는 첫 배달 이후 동선을 고려하자.

각 동네마다 식당이 많은 번화가가 있다. 어지간하면 번화가 쪽으로 배달을 간다. 그러면 거기서 하나 더 받아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빈 가방으로 돌아오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나 실어서 오는 편이 나으니까.


셋째는 딱 봐도 너무 힘든 곳은 제외하자.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자전거가 아니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 배달부이기에 죽어라 페달을 밟아야 하는 곳은 피한다. 우리 동네는 특정 지역이 산으로 되어 있다.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국토의 70%가 산이라서 어딜 가나 오르막 동네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곳에 배달을 가면 다른 데 못 간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얼른 집에 가고 싶어진다.


이 세 가지만 유념하면 약간은 편하게 배달을 할 수 있다.


이번주에는 위의 규칙으로 최소 3건에서 최대 5건까지 배달을 완료했다.



여기서 보험료 및 세금이 빠지면 실수령은 조금 적어지겠지만

이 정도면 주말 하루는 재미있게 놀 수 있겠다.


어려운 시대에 한푼이라도 더 벌어서 살림에 보탬이 되려고 애쓰는데

이왕이면 조금 편하게 일을 하면 더 좋겠다.


노력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다를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밥벌이를 하려고 하니 기특하지 않은가.


만국의 배달부들이여, 단결까지는 하지 말고

스스로를 어여삐 여기며 오늘도 열심히 배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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