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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진 Mar 17. 2020

앞을 보고 다니세요

거북목은 현대인의 고질병 중 하나다. 

어깨가 앞으로 동그랗게 말린 라운드 숄더, 구부정한 허리, 다 좋지 않은 자세에서 온 부작용이다.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턱과 고개가 앞으로 빠진다. 지금 자신의 자세를 의식해보라. 턱이 얼마나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지.


스마트폰을 많이 써서 그럴지도 모른다.

폰을 만지는 자세를 생각해보자. 고개가 저만치 나가 있으니 거북이마저 절레절레 하겠다. 


날로 구부정해지는 우리 현대인들은

지하철을 타나, 버스를 타나, 카페에 가나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다. 심지어 길을 걸어가면서도.


어제 배달을 하다 몇 명의 행인과 부딪힐 뻔했다.


앞을 안 보고, 스마트폰을 보고 걸으니 앞에 자전거가 오는지 마는지 알 길이 없다. 거기다 요새는 블루투스 이어폰도 보편화되어 귀에 뭘 꽂기까지 했으면 진짜 낭패다. 벨을 울려도 듣지를 못한다. 자전거를 급제동할 수밖에 없다.


자전거는 사람보다 빠르지만 민첩하지 못하다.

브레이크를 급하게 잡으면 앞으로 나자빠질 가능성이 크다. 앞에 장애물이 있을 때 방향을 틀어서 위험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은 너무 좋은데,

스마트폰이 나온 이래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던 게 언제였던가 싶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수많은 자료, 내 입맛에 딱 맞는 정보, 내 취향을 저격하는 개그코드,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을 수가 없다.


내가 스스로 생각이라는 걸 할 줄은 알았던가.

어디선가 본 글을 내 생각인 양 말하고 있지는 않았나. 남의 생각으로 내 생각을 대체하고 있지는 않나. 나에게 취향이라는 게 있긴 했던가. 


한때는

생각이 너무 많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남의 생각들을 훔쳐보느라 잠 잘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 불 꺼진 방에서 몇 시간 동안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다 보면, 스마트폰 불빛 없이 캄캄한 방이 너무도 공허하다. 


카페에 가보면

그 아무리 분위기 좋은 카페라도 각자 스마트폰으로 뭘 하고 있고, 버스를 타도 지하철을 타도 스마트폰을 보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풍경이 좋은 교외 카페를 굳이 찾아가서 풍경 대신 스마트폰을 본다.


나는 어쩌면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없이 생각에 잠겨 있거나 책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쉽게 반할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 중독자인 우리 모두

거북목이 되어 당장 바다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앞은 보고 다니자.

정말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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